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를 이해하고 믿어줄 수 있겠니?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나는 뭔가 비난 받을 일을 하려고 했으리라. 나는 네게 물었다. 너는, 몰라, 그 무슨 일을 하는 거 보면 이해가 되는지 안 되는지 알겠지만 지금은 모르겠어. 그날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네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주눅이 들었던 것이. 아마 그날 에고가 많이 상처를 입었었나 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뒤에도 찻집에서의 그 대화를 기억하는 걸 보면. 껌처럼 붙어 다니고,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눈 뒤에 오간 대화치곤 밋밋하다. 내가 너무 무거운 탓이었다. 내가 조금만 가벼웠더라면 네게 그렇게 기대하지도, 기대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믿음은 불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그땐 나도 몰랐다. 관계를 통해서 구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란 걸 몰랐다. 꿈에 자꾸만 나와서 생각나는 것일까, 그리워해서 꿈에 나타나는 것일까, 궁금했다. 이사온 후 꿈에서 너를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문득 너를 떠올려도 더이상 주눅이나 자책이 들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꿈에서 혹은 멀리서, 너를 더이상 엿보지 않아도 되겠다. 이제 좀 가벼워지나 보다. 편안하다. 안녕, 꿈 속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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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8-2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 속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우주의 오케스트라 연주 앞에서 우리들은 제각각의 불협화음을 냅니다.
우주의 지휘자를 볼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우주 전체의 선율에 맞추어서
개개인을 연주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 속에 존재하는 우주의 지휘자를 향한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잉크냄새 2006-08-3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낱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서였습니다. 아무것에도 무게 지우지 않도록." 김경미 시인의 "비망록"의 마지막 구절을 한동안 메신저로 사용했습니다. 제가 너무 무거운 탓이었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왜 그 시절 이 싯구가 그리도 가슴저몄는지는....

이누아 2006-08-3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제 자신의 조화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머리와 몸과 마음과 또 무엇이 불협화음을 낸 것만 같아요. 안 그래도 실제로도 음친데 이래서야 되겠나 싶네요. 지휘봉이 어디 있죠?^^
잉크냄새님, 이젠 좀 가벼워지셨나요?

2006-09-05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