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를 이해하고 믿어줄 수 있겠니?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나는 뭔가 비난 받을 일을 하려고 했으리라. 나는 네게 물었다. 너는, 몰라, 그 무슨 일을 하는 거 보면 이해가 되는지 안 되는지 알겠지만 지금은 모르겠어. 그날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네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주눅이 들었던 것이. 아마 그날 에고가 많이 상처를 입었었나 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뒤에도 찻집에서의 그 대화를 기억하는 걸 보면. 껌처럼 붙어 다니고,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눈 뒤에 오간 대화치곤 밋밋하다. 내가 너무 무거운 탓이었다. 내가 조금만 가벼웠더라면 네게 그렇게 기대하지도, 기대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믿음은 불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그땐 나도 몰랐다. 관계를 통해서 구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란 걸 몰랐다. 꿈에 자꾸만 나와서 생각나는 것일까, 그리워해서 꿈에 나타나는 것일까, 궁금했다. 이사온 후 꿈에서 너를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문득 너를 떠올려도 더이상 주눅이나 자책이 들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꿈에서 혹은 멀리서, 너를 더이상 엿보지 않아도 되겠다. 이제 좀 가벼워지나 보다. 편안하다. 안녕, 꿈 속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