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정직하게 응시한다면 누구나 우리가 허공에 붕 뜬 상태로 애매모호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마음은 쉴새없이 혼란함과 명료함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만약 우리가 언제나 혼란에 빠져 있다면, 아주 약간의 명료함만 지니게 될 것이다.

늘 혼란에 빠져 있는데도 우리가 가끔은 지혜로울 수도 있다니 삶이란 정말 불가사의하지 않는가!

이를 통해서 우리는 바르도*가 무엇인지 시사받을 수 있다.

즉 우리는 바르도 상태에서 명료함과 혼란, 미혹과 통찰, 확실함과 불확실함, 온전한 마음과 온전하지 못한 마음 사이를 끊임없이 무기력하게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바로 지금도 우리 마음에는 지혜와 미혹이 동시에 생겨나고 있다, 또는 "함께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양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은 모든 것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뜻한다.

                                                                                                                    [티베트의 지혜], p.183

*바르도: 한 상황의 완성과 다른 상황의 시작 사이에 걸쳐 있는 과도기 또는 틈을 의미하는 티베트어. 흔히 죽음과 다시 태어남 사이의 중간 상태를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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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지금과 죽은 후가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 혼돈과 불확실함에 있어서.

지혜와 미혹 사이에서 지금 바로 선택해야 한다.

어제 저녁부터 아침까지 나는 무언가 원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내가 원하지 않기를 원한다. 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갈망이 존재하는가? 내가 원치 않는 것을 원하게 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미워하고 싶지 않고, 분노하고 싶지 않지만 미워하고 분노하는 어떤 상태가 존재한다. 무엇인가? 이놈을 잡아야 겠다. 이놈이 "내"가 아닌데 나인 듯하고 앉아 있다. 이놈을 잡아야 겠다.

원하지도 않으며, 지속되기를 바라지도 않는 부정적 감정과 망상들을, 그런 미혹을 선택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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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09-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도 이 책을 읽고 계시군요.
저도 이쯤에다 책갈피를 껴놓고 있었는데 다시 이어읽기 해 보렵니다.
제 생각에 새로운 갈래를 만들어 주었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호랑녀 2005-09-1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늘따라 남편이 즐겨읽는 법구경을 찾고싶어지네요.
읽고싶은 책은 많고, 멍청하게 앉아서 흘리는 시간도 많고... 요즘의 내 모습이 싫어요. 이놈이 "내"가 아닌데, "내"가 아니어야 하는데...

달팽이 2005-09-1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읽었던 티베트의 지혜의 내용을 이누아님 덕에 다시 떠올리네요...지금 기억으로는 죽음을 3년 앞둔 젊은이가 수행을 하며 깨우친 내용 중 "진정한 수행은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시작된다."라고 하는 말인데...맞나? 좌선명상의 힘이 생활속으로 들어올 때 비로소 참된 수행이 된다는 말이었는데...사실 책읽는 마음과 생활하는 마음의 간격이 틀리잖아요... 책을 들고 있을 때의 촘촘한 마음이 생활에서도 틈을 벌이지 않고 지속시키는 힘을 내면에서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누아 2005-09-1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달팽이님 모두 이 책을 읽으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책이 나온지 꽤 되었더라구요. 그런데도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다가 혜덕화님의 리뷰를 보고 읽어야지 하고 생각해서 이제야 읽습니다. 책을 사려고 살펴보다 달팽이님이 리뷰를 쓰신 것도 읽었구요(사실 제가 읽어볼까 하고 검색하면 달팽이님의 리뷰가 없는 곳이 없더이다). 구절구절 메모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적는 것도 무의미할 정도입니다만 그저 제 마음에 새기려고, 제 삶에 붙여 보려고 적습니다. 저도 요즘 "체화"나 "체득"에 마음을 둡니다. 생각만 말고, 내 몸과 마음이 다 움직이도록 하려고 말입니다.

호랑녀님, 글 쓰시느라 힘드셨을텐데 멍청하게 시간을 흘리는 게 아니라 쉬시는 거 아닌가요? 그만하면 좀 쉬셔도 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삶의 기준이 너무 낮나요? 저도 좀 열정적으로 살아야지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