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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아름다운 모험
브랜든 베이스 지음, 박인수 옮김 / 인바이로넷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고무풍선처럼 감정은 탱탱해져 가고 있었다. 언니의 49재가 끝나갈 무렵부터 폭발 직전이었다. 아니 안에서는 서너 번은 벌써 폭발하고도 남았다. 그렇게 화가 났다. 이유를 알 수가 없었지만 49재 기간 동안 너무 침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나 싶기도 했다. 어쨌든 화난 나를 자각하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탱탱해져서 조금만 더 불면 펑 터져 버릴 것 같았지만 시어머님 생신도 있고 해서 휴가를 갔다. 시댁 모임을 이틀 갖고 나머지 휴가는 친정 식구들과 계곡에서 보냈다. 거기서 친정 오빠는 거의 애걸하다시피 이 책을 읽어 보라고 했다. 평소 명상에 관심이 있는 내가 이 책의 가치를 알아 볼 거라고 하면서.
오빠는 이 책을 산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 책의 프로그램을 함께 할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 앞에는 이 책을 꼭 다 읽은 후 프로그램을 진행하라고 되어 있는데 책을 준 사람 중에 아무도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럴 만했다. 첫 느낌은 쉽고 얉게 보이는 그런 명상류처럼 보였다. 저자의 이야기는 좀 지루했다. 다 읽고나서도 그랬다. 식구들이 밖에 나가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는 동안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감정치유를 혼자서 해 봤다. 그냥 해 봤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팽팽한 풍선 같던 감정 덩어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 이거 신기하네.
오빠와 나는 정식으로 서로의 파트너가 되어 감정치유와 신체치유를 하기로 했다. 먼저 나부터 했다. 얼마 시간이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덕분에 오빠는 다음 주에 하기로 했다. 프로그램과정은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 행해졌다. 감정치유보다 신체치유가 더욱 놀라왔다. 마치 최면치료처럼 느껴졌다. 나는 상상도 못한 이유로, 의외의 신체장소에서 문제가 있었다. 정말 많이 울었다. 한방에 "풍선"이 사라진 뒤라 기대가 컸다. 정말 이 지긋지긋한 만성피로가 사라질 것인가? 다음날, 그대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음날 바로 좋아진다는 말은 없었다. 치유는 내가 잠든 사이, 매일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 나는 자꾸만 건강해져 가고 있는 것일까? 이 치료가 최면치료에 가깝다고 느낀 것은 그 때문이다. 몸이 확 나아지지는 않았는데 몸이 좀 안 좋으면 나도 모르게 "걱정마, 너는 점점 건강해져 가고 있어"하고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더욱 놀랍고 감사한 것은 이 저자다. 저자도 1박 2일 등의 프로그램을 갖고 이 치유를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아무 것도 감추지 않고, 할 수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다. 서양의 고가의 명상 프로그램들을 생각한다면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오빠와 나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몇 가지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다. 정말 이 프로그램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는 것, 방해받지 않을 조용한 장소와 방해받지 않는 두 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끝까지 읽기에 책이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다는 점, 그리고 장점이자 단점인 무료라는 점이 그것이다. 만약 고가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아마 최선을 다할 테지만 무료니까 하다가 말아도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치유를 한 지 겨우 사흘이 지났을 뿐이지만 내게는 유용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 더 유용할 것이고, 일 년이 지나면 더 유용해질 것이다. 링린포체를 만났던 순간처럼 어떤 계기가 될 것만 같다. 책 제목처럼 일종의 "모험"이었다.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고, 내 안에 울고 있는 어린 나의 울음을 그치게 해 줄 수 있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