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랑이 무척 힘든 날이었다. 집에 들어올 때 신랑은 괜찮다고 했지만 가방을 들어 주었다. 가방이 없어도 쓰러질 것처럼 보여서.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다. 최소 2달 정도. 전에 근무하던 곳에서 일처리를 좀 이상하게 해서 생긴 일인데 신랑이 다 뒤집어 쓸지도 모르게 되었다.

물론 나는 괜찮다. 그러나 신랑은 안 그럴 것이다. 한 다리가 무섭다고 가정 공동의 일이라도 직접 부딪히는 것은 차이가 많을 것이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고,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기다리는 일뿐이라 마음을 풀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한다.

말로는 그래도 신랑은 저녁 내내 말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만 봤다. 나는 계속 말을 붙였다. 질문도 하고. 결국 신랑은 웃으면서 잠들었지만 이제 내가 잠이 안 온다. 

그렇게 최악의 상황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랑이 계속 마음을 쓸까봐 그게 더 걱정된다.

삶을 신뢰하고 수용한다는 것은 어떤 태도일까? 쉬게 되면 생계에 타격은 있겠지만 "아, 좀 긴 휴가군", 다행히 잘 해결되면 "역시 우린 운이 좋아"라고 말하는 걸까? 이런 태도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신랑에게 위로는 되겠지만 힘은 되지 않을 수도 있겠군.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이 편한거지.  

신랑은 매일 아침 108배를 한다. 2년 넘게 매일 하고 있다. 그걸 보면 저절로 존경심이 인다. 수행에도 일에도 참 성실하다. 그런 사람이 요즘 사는 데 재미가 없다고 하니 참 안타깝다. 이럴때 누가 힘이 되겠는가? 마누라!

마누라가 누군가? 나다! 선희야, 함께 있는 사람과 기쁨을 나눌 수 없다면 세상의 누구와 나눌 수 있겠냐? 신랑에게 좀더 신경쓰고, 좀더 즐거움을 나눠야겠다.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냐고? 문제는 언제나 문제다. 문제만 들여다보면 문제아가 되기 쉽상이다.

나와 신랑이 어떤 상황에서도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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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7-10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령 생각대로는 아니라해도 길게 보면 그 일 때문에 이만큼 땅이 다져졌어. 하고 나중에 웃을 수 있는 일이 많지요. 그렇다해도 일이 잘 해결되시길 기원합니다.

혜덕화 2004-07-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남편이 직장 생활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저녁에 맥주 한잔 하며 가볍게 나눈 이야기에서도, 그 힘듦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날은 잠이 안오더군요. 별로 인간관계에 부대끼며 살지 않았던 터라, 그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더군요.
매일 108배 하시는 분이니까 마음 다스리는 것은 아마 스스로 하실 수 있을거예요.
부디 일이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verdandy 2004-07-1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경험만으로 말씀드리자면... 긍정적인 마음, 희망적인 생각,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상황을 더 나빠지지 않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것만이 다는 아닙니다.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그 순간부터 사람이 또 따로 해야 합니다. 하지만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에너지를 차단하지 않으면 그 부정적 기운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더군요.

도반께서 힘을 내셔서 잘 극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누아 2004-07-10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신랑도 힘내서 나갔습니다. 저는 저녁 약속 취소하고, 오늘 저녁 신랑과 함께 보내려고 합니다. 작년과 올해는 우리가 일을 시작하는 때라 좀 어려움이 있나 봅니다. 신랑이 워낙 선한 사람이라 아주 잘못되는 일은 없을거라 확신하며 살기 때문에 저는 별 걱정이 없습니다. 그저 신랑이 마음고생 하는 것 같아 그게 마음이 쓰입니다. 모두들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마도 님들 덕분에 잘 해결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