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에 다녀오는 길에 친구집에 들렀다. 친구 집은 갓바위와 가깝다.

친구는 차량자원봉사를 지원했는데 맺어진 환자가 젊은 아줌마다. 아이를 낳다가 뇌졸중이 되어 누운지 3년. 아줌마는 누워 있다. 기저기를 차고. 만 3살짜리 아이는 24시간 탁아방에 있고, 이 아줌마를 돌봐주러 오는 아줌마가 있다. 남편은 직장이 멀다.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온다. 남편이 벌어오는 돈은 이 아줌마의 병원비와 이 아줌마를 돌보는 간병인과 아이의 탁아방에 들어간다. 남는 것은 없겠다.

친구는 생각했다. 이 아줌마가 정부지원을 받아 요양원에 가 있으면 이 아줌마의 남편과 아이는 살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이란 걸 가지고. 아이가 언제까지 탁아소에서만 있을 수는 없을테니. 차라리 아이를 데려와서 동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조금씩 도우면 낫지 않을까? 하루종일 누워서 텔레비전 보는 이 아줌마도 요양원이 더 편할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남편도 덜 지치겠지?

그래서 친구는 사회복지과에 전화를 했다. 이런 환자가 있는데 요양원 같은 곳에 보낼 수 없느냐고. 복지과에서 대답하길 기초생활대상자여야만 한다고. 아니면 100만 원도 넘는 병원비를 몽땅 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집안은 언제나 어둡고, 기저기를 찬 탓인지 냄새가 난다. 그런 집에서 마냥 누워 있는 아줌마와 그런 집에 들어와서 나가야 하는 아저씨. 만날 수 없는 아이. 그집 아저씨는 고아였다고 한다. 아이를 위해서 아내를 버리지는 않겠지? 어쨌든 그 아저씨는 이미 3년을 버텄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열심히 일하지만 언제나 빠듯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돈은 모래처럼 새어나간다. 그 병은 나을 것인가? 이 집에서 아저씨가 직장을 잃거나 희망을 버리면 어떻게 될까?  

내가 건강보험료를 너무 적게 내는 것일까? 공짜가 아니더라도 이런 경우, 정부에서 얼마간 지원을 해줄수는 없는 것일까? 거동도 할 수 없는 상태인데...정부의 태도는 아저씨가 노숙자가 되고, 아이가 보육원에 가야만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치매 환자 요양병원도 최소 90만원 정도다. 최소! 어떤 사람에게는 한달 임금일 것이다.

예전에 호주에 갔을 때, 한국인 가이드가 자신의 아버지가 암에 걸렸는데 만약 한국에서 암이 걸렸다면 자기 집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었을 것이고,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을 거라고 했다. 호주에서는 그 모두가 무료였다고.

나는 한국에 살면서 호주의 이야기를 듣는다. 호주는 딴 나라다. 딴 세상이다.

그래도 아픈 사람은 아프다. 안 아픈 사람들이 도우지 않으면 많이 아프다가 버려지거나 죽는다. 내 친구처럼 대견한 자원봉사자도 있지만 희망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호주처럼 하려고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사람들은 화를 낼까? 세금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아무도 화를 내지 않을 것 같은데..."불신지옥"이구나.

이야기를 하는데, 끝을 맺을 수가 없다. 해결된 건 없으니까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계속 해야 한다. 끝내고 싶지만 끝낼 수가 없다.  아니면 그 아줌마는 계속 갇혀서 아무도 모르게 힘들어 해야 할테니까. 

소외된 이웃과 복지제도에 더 많은 관심을!!!---이런 구호가 가슴 속에 파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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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5-0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마음이 아픕니다. 진작 혜택을 받아야 되는 사람들이 못받는 경우가 많아서...
맴만 챱챱하네요...

Smila 2004-05-02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정 얘기만 들어도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아이를 낳다가 그렇게 되었다니 더더욱...

행복한여행자 2004-05-1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복지제도! 절절히 생각해봐야 할것 같아요.. 갈수록 살기가 뻑뻑해지는 현실속에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게 고작 적당한 자책감과 알량난 기도 뿐임이 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