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곡 비룡소의 그림동화 123
클로드 퐁티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비룡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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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외국 동화를 보면 유난히 나무집이 많이 나온다. 나무 속에 여러 개의 방이 들어있고 다람쥐처럼 작은 동물들이 그 안에서 사는 그런 이야기(찔레꽃울타리) ...아니면 무시무시한 나무 집 안을 탐험한다든가... (번스타인 베어)

그런데 나는 사실......이런 류의 동화는 언제 봐도......좋다. 그 세밀함과 아기자기함이라니..

꼭 나무집이 아니더라도 가상의 집...가상의 동네...가상의 왕국을 만들어놓고 방의 벽지 색깔부터 정원의 조경까지 하나하나 골라가며 머릿속에 오직 나만의 공간을 건설해가던 기억....상상력 풍부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두번 해보는 일이 아닐런지...거기에 재능과 훈련이 더해지면  그 공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생기를 불어넣어 한 편의 동화로 완성하는 것일테고...

이 책의 작가도 주의깊고 꼼꼼하게 가상의 공간을 건설했다. 책의 앞 부분에 아기자기한 나무집의 내부와 기발한 지명으로 가득한 계곡의 지도가 제시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계곡에 사는 다람쥐 비슷한 생물인 투임스 가족들이 사는 모습을 그린, 두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들은 짤막하고...어찌 보면 이야기를 꺼내는가 싶은데 이미 끝나버리는 느낌도 든다. 도입부, 맛보기만 슬쩍 보여주고 휘릭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

그.런.데. 그게 짜증스럽다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게 아니라....기묘한 "여백의 미"를 준다. 각 에피소드들은 참으로 생뚱맞고 기발한 소재들로 가득하다.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식도, 끝내는 방식도, 이야기를 구성하는는 크고작은 내용들도....어딘가 묘.......하면서 새롭다. 군데..군데..초현실주의적인 느낌조차도 준다.

아이들(7세, 5세) 도 무척 좋아한다. 구성이나 그림이 어딘가 만화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그런 점에 특히 열광하는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션은 풍경을 그린 부분은 사실주의적인데 인물들의 표정이나 디테일은 만화같다. 그 묘한 부조화가 나에게는 약간의 감점대상인데 아이들은 인물이 무척 귀엽다고 야단이었다.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할만한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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