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넝마시장

나는 오늘 세상의 끝에 있는 꿈의 넝마시장에 갔다.

거기엔 모든 것이 있었다. 장물, 쓰다버린 물건, 망가진 물건,

중고품과 고물이 된 꿈의 도구들..........

좀구멍투성이의 양탄자, 때려부순 성상, 별, 변발들,

열쇠가 없는 녹슬고 썩은 공중누각들, 한때 사랑을 받았으나

이제는 머리가 떨어져나간 인형들............

 

이 모든 잡동사니 속에서 뜻밖에 나는 우리들의 사랑인

아름다운 꿈을 발견했다.

그 황금빛은 흐려지고 그 모습은 훼손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것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는 그것을 당신에게 되돌려주고 싶어서 창백한 얼굴의 사내에게  값을 물었다.

그는 이빠진 웃음에 헛기침을 하며 턱도 없이 높은 값을 불렀다.

 

그 꿈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했지만 나는 계속 값을 깎았다.

그러나 사내는 완강하게 깎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꿈을 되살 수 없었다.

그후, 나는 잘 지내지 못하며 더 이상 부자도 못되고 있다.

이렇게 마음이 공허한 적은 나에게 일찍이 없었다.

그 꿈은 팔린 것일까? 그 꿈이 어떻게 거기까지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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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절....
첫 눈에 반했던 시.......

미카엘 엔데(요즘 다시 뜨는 "모모"의 작가)가 독일에서 구전되던 노래 가사를 채록해서 재구성한 일종의 시집에 들어있던 시입니다.

넝마시장, 꿈, 부서진 성상, 열쇠를 잃어버린 공중누각...

낱말 하나 하나가
제 심금(heart string)을 살며시....건드리고 지나갑니다.
잊을 수 없이 아름다운 울림을 남기고.....

잡힐듯 잡히지 않는 꿈...
망각의 강 바닥으로 가라앉아버린 기억들.....

언젠가 만날 수 있다면...
단 한번이라도 손아귀에 잡을 수 있다면...

무슨 값인들 못 치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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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6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6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9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5-09-10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eypop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