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오전에 아이들 미술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김밥 두 줄 사다가 조촐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날씨는 찜쪄먹을 정도로 덥고....아침에 바쁘게 휘질러놓고 나간 터라 집은 귀신나오기 일보직전이고...애들은 둘이 찌그럭거리길래 소리를 꽥 질러 일단 기선 제압해놓고...고픈 배에 허겁지겁 김밥을 밀어넣느라....

대화도 없이 묵묵히 젓가락만 놀리는 시츄에이션.

말도 없이..생각도 없이...무념무상 상태에서 흔히 그렇듯...
머리속에서는 그냥 제멋대로 백그라운드 음악이 깔렸다.
그리고 그 곡은 그냥...역시 제멋대로 떠오른...
nursery rhyme의 하나인 "I have a little nut tree"인가 하는 곡이었다.

I have a little nut tree.
Nothing would it bear
But a silver nutmeg and a golden pear....

뭐 이런 가사(뒷부분은 모름)의 이 짧은 소절이...고장난 레코드처럼 머리속에서 반복되고 있는데...

"-golden pear" 하고 한 소절이 끝날 무렵 김수형(아들, 7세)이 갑자기

"고오오올든 페어어어~ㄹ"

하고 외마디 소리를 외치는 거시였다!!!

그러더니..."엄마 골든 페어가 뭐예요?" 하는게 아닌가?

나는 물론 너무나 놀라서 자빠지는줄 알았다....(@.@)

일단 침착하게 표정관리를 하고...
(김수형에게 뭔가 신기한 것의 빌미를 보이는 것은 상어 앞에서 코피 흘리는 거나 마찬가지...
그 맹수같은 호기심을 건드렸다가는 질문 공세의 야단법석에 뼈도 못추린다......ㅡ,.ㅡ) 

나 "수형아, 골든 페어...왜 말한거야?"
수형 "몰라, 그냥 떠올랐어요."

난 이때까지만 해도 수형이 머리와 내 머리 속에 동시에 같은 노래가 울려퍼진게 아닌가 생각했다.
어디서 줏어들은 과학상식 한 토막~~에 나오는 무슨 "동조(synchronization)"인가 하는 현상.....
(왜 같은 공간에 있는 여자들의 생리주기가 점점 같아진다든가 하는....)

뭔가 보이지 않는 주파수에 의해...
수형이의 뇌와 나의 뇌에서 동시에 같은 노래가 연주되었구나.... 생각했다.

수형이도 이 노래를 띠엄띠엄 알고 있다. 언젠가는 이 노래가 예쁘다고 한 적도 있었다. (한참 전의 얘기지만.)

그런데 수형이가 금방 이렇게 덧붙였다.

수형: "앨리스에서 본거 같아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왜...장미가 하얀 색인데...빨간 색으로 칠하는 데에서..."
(참고로 그저께 디즈니 만화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빌려다 봄.)

나: "앨리스에는 golden pear가 나오지 않아. 그 노래에 나오지...I have a little nut tree and nothing would it bear~~"

수형: "아, 맞아맞아...그 노래! 맞아 거기에 나오지! 나 그 노래 되게 좋아해요!
엄마, 그 노래 가사 갈켜줘요. 배우고 싶어~~ " 어쩌구 저쩌구~~~

그렇다면...
수형이도 같은 노래를 머리 속으로 부르고(듣고) 있었던게 아니라면...
내 머리속을 읽은 것이라고 봐야 하는데...

그렇담...텔레파시? 독심술?

어느 쪽이든...(동조 현상이든 텔레파시든) 너무너무너무너무 신기하다!!!

이런 수수께끼는 어디에 물어보면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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