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인간관계론 - AI 시대, 왜 우리는 인간관계를 말하는가
제이한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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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처음 출간된 건 1936년입니다. 그로부터 약 90년이 흘렀습니다. AI가 사랑 고백의 초안을 잡아주고, 비즈니스 거절 메일을 대신 써주는 편리함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왜 우리는 여전히 사람의 마음 앞에 서툴까요?


제이한 작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결핍된 원형을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찾아냅니다. 『다시, 인간관계론』은 메시지는 넘쳐나지만 진심은 희소해진 환경, 연결은 많지만 신뢰는 얕아진 관계 구조를 배경으로 인간관계의 본질을 짚어봅니다.


이 책은 고전의 지혜를 일상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관계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게 도와줍니다. 기술이 우리를 대신해 말을 걸어줄 수는 있어도, 그 말 뒤에 숨은 진심의 온도를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제이한 작가는 데일 카네기의 오래된 지혜를 빌려와, 파편화된 디지털 시대의 우리에게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갈 것을 권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잘못을 보면 본능적으로 수정 버튼을 누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비판은 부메랑이 되어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Don’t criticize, condemn, or complain.” 비판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불평하지 말라고 합니다. 비판하고 비난하고 불평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어려운 것은 상대의 마음을 닫히게 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이끄는 방식이라고 말입니다.


저자는 비판 대신 관찰을 제안합니다. 인격적 공격 대신, 객관적 사실에 집중하라는 겁니다. 감정 섞인 비난은 관계를 단절시키지만, 담백한 관찰은 변화의 여지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자동화된 진심의 함정을 꼬집기도 합니다. 버튼 하나로 보낼 수 있는 이모티콘 칭찬보다, 상대방만이 가진 고유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아날로그적 진심이 필요하다고 짚어줍니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관심 결핍과 존재감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우리는 카페에서 서로 마주 앉아 있어도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 속 세상을 봅니다. 저자는 온전한 존재감에 집중하라고 조언합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나, 짧은 카톡 메시지에도 따뜻한 온도를 담는 법은 사소해 보이지만 강력합니다. 저자는 경청을 단순히 듣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안전하게 받아주는 일이라고 명명합니다. 상대의 쏟아지는 감정이 다치지 않게 수용해 줄 때, 비로소 진정한 연결이 시작된다는 겁니다.


실수보다 회피가 신뢰를 무너뜨리고, 인정이 회복의 문을 연다고 짚어줍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실수 그 자체보다, 실수한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입니다. 실수를 발견했을 때 이를 빠르게 인정하는 용기는 오히려 신뢰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입니다.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통해 상대가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여백을 두어야 합니다. 인간은 타인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선택에 의해 움직일 때 가장 강력한 동기를 얻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직과 관계 속에서 타인을 성장시키는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리더십의 본질을 관찰과 기록으로 정의합니다.


피드백은 사람보다 행동을 다룰 때, 안전하게 작동한다고 합니다. 피드백이 사람 평가가 되는 순간 관계는 깨집니다. 성장 피드백에서 중요한 것은 기준을 남기는 말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리더가 결과의 심판자가 아닌 변화의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팀원이 어제보다 오늘 무엇이 나아졌는지, 그 미세한 변화의 빈도와 태도를 포착해 주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인 겁니다.


사 빌레가 말한 전진의 법칙은 교육 현장이나 가정, 그리고 직장 어디에서나 유효한 인간 경영의 핵심 원리입니다. 인간은 멀리 있는 결승선만으로는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중간중간 “지금 잘 가고 있다”는 확인이 있을 때 더 오래 버틴다는 겁니다.


『다시, 인간관계론』은 가장 기본적이고도 묵직한 인간 존중의 태도를 복원하려는 시도입니다. 인간관계 때문에 지친 퇴근길 혹은 누군가의 마음을 얻지 못해 밤잠을 설치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줄 책입니다.


인간관계를 기술이 아니라 구조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협업, 리더십에 고민이 있는 직장인부터 인간관계에서 반복되는 갈등 패턴을 바꾸고 싶은 이들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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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좋은 문장 필사 - 어른의 어휘력과 문해력을 위한고전 소설의 첫 문장과 명문장 쓰기
김정민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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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눈으로 훑고 지나가는 텍스트의 나열이 아니라, 손끝을 타고 뇌로 전달되어 잃어버린 언어의 근육을 재건하는 책, 김정민 저자의 『세상에서 가장 좋은 문장 필사』.


기자와 카피라이터를 거치며 언어를 사유의 틀로 다루는 데 익숙했던 김정민 저자는 개인적인 상실과 심리적 위기를 통과하면서 쓰기가 회복의 열쇠였다는 점을 경험합니다.


작가에게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감각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공포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전 소설을 펼치고, 문단을 끊어 읽고, 의미를 곱씹고, 손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희미했던 어휘들이 또렷해졌습니다. 이 필사책은 그 회복의 기록입니다.





PART 1은 고전 소설 55편의 첫 문장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첫 문장'일까요? 소설의 첫 문장은 단순한 도입부가 아닙니다. 작가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밀하게 설계한 언어적 장치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열 살 무렵, 나는 작은 도시의 라틴어 학교에 다녔는데, 그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기억이 생생하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아픔과 떨림이 일어난다."로 시작합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우리는 싱클레어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그냥 눈으로 읽는 것과 손으로 받아쓰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필사하는 동안 뇌는 문장의 구조를 분석하고, 손은 리듬을 기억하고, 감각은 단어의 결을 느낍니다.


첫 문장 아래에는 어휘 노트가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문해력 질문으로 '주변의 별난 사람들이 화자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고 묻습니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첫 문장을 두세 번은 다시 읽어야 합니다.


조지 오웰의 《1984》, 카프카의 《변신》,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까지. 각기 다른 시대와 국적의 작가들이 어떤 언어적 선택으로 서막을 열었는지를 직접 손으로 옮기며 비교하다 보면, 언어가 단순한 의미 전달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임을 체감하게 됩니다.





PART 2는 고전 소설 45편에서 발췌한 명문장들을 수록합니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에서 발췌한 명문장은 "내 고독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라는 여섯 글자짜리 역설입니다.


홀로 있지만 비어 있지 않은 상태. 고독의 본질을 꿰뚫는 동시에 고독을 공허함으로만 이해해온 관념에 균열을 냅니다. 손으로 이 문장을 옮기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기 고독의 성격을 묻게 됩니다. 나의 고독은 어떤 종류인가? 그것은 메마른가, 아니면 충만한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톨스토이의 《부활》,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등 삶의 무게와 열정을 다룬 문장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따뜻한 격려의 문장, 뜨거운 충동의 문장, 차갑고 단단한 각성의 문장 등 다양한 온도를 가진 문장들을 만나게 됩니다.


문장을 따라 쓰는 것만으로 어휘력과 문해력이 향상된다는 전제는 솔직히 말해 지나치게 낙관적입니다. 저자 김정민도 같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각 문장마다 '어휘 노트'와 '문해력 질문'을 설계했습니다.


어휘 노트는 사전적 의미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문맥 안에서 그 단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짚어줍니다. 《설득》의 어휘 노트를 보면, '준남작 명부'를 '가문의 족보와 작위가 기록된 책'으로 설명하면서 이것이 '자기애의 거울과 같은 존재'라는 맥락적 해석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해력 질문도 신의 한 수입니다. 텍스트 이해를 묻는 동시에, 독자 자신의 삶으로 연결을 유도합니다. 문학이 자기 탐구의 도구가 되는 순간입니다.





PART 3에는 모든 문해력 질문에 대한 예시 답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답이 예시와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느 지점에서 문장을 오독했는지 혹은 어떤 풍부한 해석을 스스로 도출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숏폼에 익숙해진 우리의 뇌는 긴 문장을 따라가는 데 이미 상당한 에너지를 써야 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도 내용이 선명하게 남지 않고, 단어의 뜻은 알아도 문장 전체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정보 처리 방식이 바뀐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문장 필사』는 느리게 읽고, 멈추어 곱씹고, 손으로 옮기고,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실천하게끔 도와줍니다. 디지털 환경이 약화시킨 깊은 읽기의 회복 훈련입니다.


《오만과 편견》의 명문장을 필사하며 저는 편견은 내 성장 기회를 차단하고, 오만은 인격적 결함 속에 갇히게 한다고 기록을 덧붙였습니다. 문장을 받아쓰는 속에서 그 문장을 자기 언어로 재해석하는 여유가 생긴다는걸, 필사를 하며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우리에게 필사는 속도 조절 장치로 기능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빠르게 소비하는 대신, 느리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사고의 밀도를 높여주는 것입니다.


82편의 고전, 100개의 문장. 『세상에서 가장 좋은 문장 필사』는 필사를 아날로그 감성이 아니라 인지 훈련 도구로 재정의합니다. 손으로 쓰는 행위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뇌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과정입니다. 읽기, 이해, 기억, 재구성. 이 모든 과정이 필사 안에서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읽고, 쓰고, 질문하고, 답하는 그 반복 속에서 흐릿했던 문장은 점점 또렷해지고, 낯설었던 단어는 점차 자신의 언어로 변해갑니다. 이 책은 그런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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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센류 걸작선 실버 센류 모음집 3
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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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짧은 정형시 센류(川柳)에 노년의 삶을 투영한 '실버 센류'의 결정판 『일본 센류 걸작선』. 단순히 나이 듦에 대한 푸념을 모아놓은 것이 아닙니다. 1982년 고령자 복지 향상을 위해 설립된 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에서 내놓은 고농축 인생 기록물입니다. 어르신들의 힙한 시학을 만나보세요.


2001년부터 매년 개최된 실버 센류 공모전은 무려 20년의 세월을 거치며 21만 수가 넘는 응모작을 쌓아왔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데이터베이스 속에서 광고위원회와 사무국,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실버타운 입주자들의 안목을 거쳐 엄선된 100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 할 만합니다.


삶의 무게가 서서히 이동하는 지점을 포착한 수작들이 돋보입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이 생활의 무게와 노화라는 불가항력적 변화를 만나 어떻게 유머로 변주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코 골 때보다 / 조용할 때가 / 더 신경 쓰인다"

코골이보다 침묵이 더 무섭다는 건 정말 나이들수록 실감하게 됩니다. 이 짧은 문장에 노년 부부의 일상적 긴장이 오롯이 실려 있습니다. 배우자의 숨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밤의 감각을 보여줍니다.


"「아~ 해봐」 / 옛날엔 러브러브 / 지금은 노인 돌봄"

노부부의 관계 역전과 세월의 무상함을 단 세 줄로 요약합니다. 과거의 "아~ 해봐"가 애정의 표현이었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한 케어의 신호탄입니다. 러브러브 단어 덕분에 해학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집니다.





"유언장 / 썼다고 안심했더니 / 장수해버렸다"

죽음을 대비하는 행위조차 삶의 연장선 위에서는 하나의 해프닝이 됩니다. 안심했더니 도리어 장수하게 되었다는 고백은 노년이 단순히 종착역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삶의 연장전임을 보여줍니다.


노년이 겪는 신체적 변화와 경제적 현실이 날카로운 풍자와 결합한 센류가 이어집니다.


"국민연금 / 부양가족에 넣고 싶다 / 개랑 고양이"

고독 사회의 구조적 현실에 대한 유머러스한 고발과도 같습니다. 반려동물을 부양가족으로 등록해 국민연금 수혜 대상으로 삼고 싶다는 발상, 그저 웃고 넘길 수 없겠더라고요.


노화의 징조를 대하는 태도도 한층 여유로워집니다.


"본성 드러난다고 / 하도 겁을 주니까 / 치매도 못 앓겠다"

치매라는 질병의 공포를 '본성이 드러날까 봐 못 앓겠다'는 체면의 문제로 전환하는 솜씨가 재밌습니다. 일본의 민담 속 너구리처럼 본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간의 본능을 5-7-5의 리듬에 실어 보내며, 질병조차 유머의 장벽으로 방어해냅니다.


『일본 센류 걸작선』에 등장한 센류는 거창한 서사보다 찰나의 진실을 포착하는 센류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일상의 사소한 뒤틀림을 놓치지 않는 눈, 그것이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연금술임을 깨닫게 됩니다.





"일어나보니 / 컨디션이 좋아서 / 병원에 간다"

몸이 아파서 병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갈 수 있을 만큼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노년의 아이러니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병원 출입이 일상의 일과가 된 세대에게 단순한 유머 이상의 생존 신고와 같습니다.


"부부 사이 / 원만함의 비결은 / 사회적 거리 두기"

코로나19 시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부부 관계의 지혜로 변모합니다. 24시간 붙어 지내야 하는 노년 부부에게 적당한 거리감은 갈등을 피하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왜 짖는 건데 / 마스크 쓰고 있지만 / 주인 맞거든"

마스크 때문에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짖는 반려견을 향한 핀잔은, 단절된 사회 속에서도 여전한 나라는 정체성을 확인받고 싶은 노년의 외로움을 살짝 건드리고 지나갑니다.


인생이라는 매운맛을 유머라는 설탕으로 버무린 100가지 생존의 리듬 『일본 센류 걸작선』. 모든 작품에 일본어 원문이 함께 있어 5-7-5의 리듬감과 언어유희를 만나게 됩니다. 언어의 경제성이 극대화된 짧은 시에 담긴 인생의 밀도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센류는 가장 짧은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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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픈 아이 잘 낫는 아이 이렇게 키워라 - 장 건강으로 완성하는 우리 아이 회복력 통합의학 가이드
엘리사 송 지음, 김예성 옮김, 김경철 감수 / 정말중요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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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스탠퍼드와 뉴욕대에서 정통 의학을 수련한 소아과 전문의이자, 수천 명의 임상 데이터를 보유한 통합의학 전문가 엘리사 송 박사의 『안 아픈 아이 잘 낫는 아이 이렇게 키워라』. 현대 의학의 사각지대와 우리 아이들이 반복해서 아픈 근본 원인을 장(腸)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파헤칩니다. 한국어판은 기능의학 전문가이자 연세대학교 융합보건의료대학원 초빙교수인 김경철 원장이 감수를 맡은 책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가고, 의사가 정상이라고 하면 안심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묻습니다. "정상이 정말 건강하다는 뜻일까요?" 질병이 없는 상태와 최적의 건강 상태는 엄연히 다릅니다. 저자는 아이 면역의 70%가 집중된 '장'을 회복력의 성지로 규정합니다.


장내 불균형과 연관될 수 있는 아동기의 지속적인 건강 문제를 정리한 목록, 일명 '골칫거리 리스트'가 인상적입니다. 여드름, ADHD, 불안, 아토피, 반복되는 중이염 등이 포함됩니다. 단순히 피부의 문제,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무너졌을 때 보내는 SOS 신호입니다. 장-뇌-면역 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이의 짜증이나 집중력 저하조차도 장 건강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안 아픈 아이 잘 낫는 아이 이렇게 키워라』는 장 회복력을 완성하는 5가지 실전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다룹니다. 영양, 호흡(미주신경), 수분, 움직임, 수면과 관련된 일상습관입니다.


영양 파트에서는 우리가 흔히 건강하다고 믿었던 식품들의 배신을 만나게 됩니다. 진짜 통곡물을 고르는 법부터 식품 라벨에 숨겨진 설탕의 61가지 이름을 찾아내는 성분표 탐정 퀴즈까지 제시하며 마트에서 부모가 제품을 직접 골라내는 눈을 길러줍니다. 가공식품 성분표에 교묘하게 숨어 있는 설탕의 가명들이 놀라웠습니다.


장 회복력의 비밀 열쇠로 미주신경(Vagus Nerve)을 꼽으며, 아이의 신경계를 진정시키는 호흡법과 루틴이 어떻게 물리적인 면역력을 강화하는지도 설명합니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미주신경 자극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는데, 복식 호흡부터 허밍, 냉수 세안까지 방법이 이렇게 쉬울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선합니다.


『안 아픈 아이 잘 낫는 아이 이렇게 키워라』는 항생제와 해열제에 대한 관행적 사용 방식을 정면으로 재검토하자고 제안합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두려운 순간은 열이 날 때입니다. 열은 적군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면역 군대가 훈련 중이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열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일시적으로 좋아 보일 수는 있지만, 오히려 회복을 늦추고 전염성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열이 얼마나 나는지보다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조언은 부모의 직관을 깨우는 일침입니다. 39.7도에도 식사를 하고 또렷하게 대화하는 아이와, 38.1도인데도 축 늘어져 있는 아이는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연쇄적 부정 영향을 상세히 풀어내면서도, 반드시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도 구체적으로 짚어줍니다. 무조건 안 쓰기가 아니라 언제 쓰고 언제 지켜봐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방식입니다.


열, 기침, 중이염, 아토피, 변비, 식품 알레르기, ADHD, 불안, 자가면역질환까지 아이들을 괴롭히는 25가지 질환에 대해 기능의학적으로 접근하는 체크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 비상시 꺼내 보는 육아 상비약 같은 역할을 합니다.


특히 동종요법의 원리를 커피 섭취에 비유해 설명하는 대목은 낯선 동종요법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해줍니다. 증상과 유사한 성분을 극미량 사용하여 몸의 자가 치유 능력을 자극하는 방식은 약물을 통해 증상을 억누르기만 했던 기존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합니다.





책에는 장 건강 쇼핑 가이드, 영양제와 허브요법 선택법, 동종요법 실전 가이드, 에센셜 오일 활용법, 지압법 바로 쓰기, 미주신경 회복 루틴, 장 리셋 도구 모음, 통합 소아의학 진료·검사 가이드까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별책으로 구성된 '장 건강을 망치는 당 줄이기 워크북'도 있어 실질적인 출발점이 됩니다.


엘리사 송 박사의 방대한 가이드는 육아 지침서를 넘어섭니다. 정상 수치인데 왜 우리 아이는 계속 아플까라는 질문에 답을 얻지 못한 모든 부모에게, 이 책은 장내 미생물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돌보는 정원사가 되라고 조언합니다.


장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아이의 몸을 다시 이해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식단·수면·생활습관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감정과 신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통찰은 육아의 방향 자체를 재정립하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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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아침을 - Breakfast On The Moon 스토리잉크
이수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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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림책의 형식을 빌려 우리 사회의 방관 구조를 해부하는 『달에서 아침을』. 이 책은 이수연 작가가 우연히 접한 기사 속 한 학생의 마지막 편지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무게감은 책 전체에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그림 속 캐릭터들은 동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침묵과 외면은 지극히 인간적입니다.


이야기는 여름 방학의 어느 날, 토끼가 곰의 옆집으로 이사 오며 시작됩니다. 이들은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집까지 나란히 걷고, 밤늦게까지 문자로 수다를 떠는 사이입니다. 토끼는 오래된 영화 음악과 만화책을 즐기고, 곰에게 고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연대는 '둘만 있을 때'라는 전제 조건하에서만 유효합니다. 학교라는 공적 공간으로 진입하는 순간, 이들의 관계는 기묘한 뒤틀림을 겪습니다.


"야, 왕따 지나간다. 쟤 아까 보니까 너한테 알은척하는 것 같던데?" "아, 옆집 산다고 그랬나? 너도 진짜 짜증 나겠다."


학교라는 공간이 개인의 순수한 유대를 어떻게 난도질하는지 보여줍니다. 곰은 토끼를 알지만, 타인의 시선 앞에서는 그 친밀함을 부정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비겁한 목격자가 됩니다.


학교에서 토끼는 철저히 섬이 됩니다. 말이 없어서 건방지다거나, 피부색이 노랗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합니다. 여기서 작가는 가해자보다 무서운 방관자의 심리를 곰의 시선을 통해 보여줍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비둘기들은 내가 토끼를 싫어한다고 생각할 테니까.'라고 말입니다. 곰은 악의가 있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편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도 타깃이 될까 두려워 침묵을 선택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면서도 나의 안위를 위해 모르는 척을 매뉴얼화한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곰의 침묵은 단순한 방관을 넘어 토끼의 존재를 지우는 암묵적인 동의로 기능합니다.


길고양이 에피소드는 토끼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확장합니다. 어둠을 틈타 고양이를 괴롭히는 정체불명의 그림자는 학교 내의 보이지 않는 폭력과 닮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가던 길을 재촉합니다. 다들 자기 일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곰은 고양이를 괴롭히는 그림자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앞에 서면 공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무력감을 정당화하기 위해 피해자인 토끼를 비난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너는 그게 문제야. 왜 그렇게 쌀쌀맞아? 애들한테 좀 더 친근하게 대해 봐."라고 말이죠.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의 성격 결함으로 돌려버리는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적 논리입니다.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닌데도, 우리는 저 사람은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더라는 판단으로 외면을 정당화합니다. 곰은 너도 비둘기들과 다를 것 하나 없다는 토끼의 일침을 듣고 나서야, 친구들 뒤에 숨어있던 자신의 비겁한 민낯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달에서 아침을』의 토끼는 말이 없습니다. 토끼의 침묵은 무력함이 아니라, 상처받은 자존이 택한 방어 형식에 가깝습니다. 〈문 리버 Moon River〉를 들으며 달을 상상하는 토끼의 생존 방식이 아릿하게 다가옵니다. 이 세계가 너무 좁고 아플 때, 토끼는 음악을 타고 달로 탈출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혼자 아침을 먹습니다. 그 이미지는 쓸쓸하지만 동시에 눈부십니다.


"이 노래는 나를 우주 한가운데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것 같아. 어쩌면 달로 갈 수도 있을 것 같고."라며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주인공처럼, 지금의 남루하고 아픈 시간을 지나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멋진 어른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겁니다.


영화 속 주인공 홀리가 화려한 보석 상점 티파니의 쇼윈도 앞에서 아침을 먹으며 현실의 결핍을 잠시 잊듯, 학교라는 지옥을 견뎌야 하는 토끼에게도 자신만의 티파니가 필요했습니다. 작가는 중력이 닿지 않는 공간인 달을 선택합니다.


타인의 시선과 비난, 비겁한 침묵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는 결코 온전한 아침을 맞이할 수 없다는 비극적 인식이 토끼로 하여금 가장 먼 곳인 달을 꿈꾸게 만든 겁니다.


이수연 작가의 그림은 묘하게 매력적입니다. 수채화 특유의 번짐과 여백이 교실 장면에서는 위태로운 느낌을, 달 위의 장면에서는 몽환적인 해방감을 만들어냅니다. 그래픽노블과 그림책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구성 방식도 남다릅니다. 컷 분할과 페이지 연출이 영화적 리듬감을 갖고 있어, 읽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조절됩니다. 그림이 박자를 쥐고 있는 느낌입니다.


침묵의 공범에서 연대로 나아가는 성장 서사 『달에서 아침을』. 학교 안에서 혹은 직장 안에서 '편하게 모른 척' 해본 모든 어른들에게 권합니다. 10대 청소년에게는 자신이 토끼인지, 곰인지, 비둘기인지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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