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주말여행 -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셀프 여행법
안혜연 지음 / 시공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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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족에게 반가운 여행책이네요.

<버스타고 제주여행>으로 제주도 버스여행붐을 일으킨 안혜연 저자의 새 책, <버스타고 주말여행>은 육지 국내여행을 버스로 하게끔 유혹합니다. 버스 + 도보 여행인 셈이지요. 해외여행 가서는 대부분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하면서 굳이 국내여행은 자가용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주는 여행책이랍니다.


국내여행이다보니 떠나기도 얼마나 쉬운가요. 1박 2일 아니 당일치기로라도 다녀올 수 있지요.

마음만 가득하고 엉덩이 무거워서 또는 경제적 부담에 선뜻 여행길을 나서지 못하는 이들을 꼬드깁니다. 아무리 좋은 곳 소개해놔도 움직이지 않으면 그림의 떡. 힐링을 머릿속에서만 찾지말고 한번 떠나보면 이후엔 수월해질거예요. 

 

 

이젠 힘들게 돌아다니는 여행은 싫은 나이지만 버스여행의 메리트는 놓치기 힘드네요.

게다가 고행하듯 하는 코스를 소개하지는 않았어요. 몸이 피곤해지면 힐링여행이 반감되잖아요.

 

 

이것저것 코스 짜기 귀찮은 사람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시티투어는 물론, 버스터미널을 거점 삼아 최대한 가깝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 위주로 소개합니다.

 

 

전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된 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고속버스 프리패스가 있다는 사실.

주중 4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EBL 패스로 국내여행의 매력이 더욱 상승합니다.

기차여행을 선호하는 저는 연령제한때문에 못누리는 내일로 티켓이 마냥 부럽기만 했는데 EBL 패스는 제한 없네요. 월, 화, 수, 목 사용가능한 프리패스지만 여행목적에 따라 이걸 이용하면 훨씬 이득인 경우도 있겠네요.

본전 뽑는 코스까지 알뜰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쁜 사진 남기고픈 이들에게는 특히 자연 여행지 소개가 빠지면 안되겠죠.

우리나라 특유의 사계절 자연을 흠뻑 만끽할만한 안성맞춤 여행지도 소개합니다.

 


 

<버스타고 주말여행>에 소개한 대표 여행지에서 놓치면 안 될 먹거리 소개는 기본.

으아~ 군침 흘러요.

 

 

자연과 가까운 순천과 여수. 싱그러운 초록으로 힐링할 수 있는 담양과 곡성, 문화예술의 중심지 광주와 나주, 숨은 근대 역사를 더듬어보는 군산과 전주, 큰맘먹고 가야하지만 최고의 선택이 될 완도와 청산도, 옛사람을 따라가는 길 강진과 보성, 우리나라 육지의 남쪽 끝 해남과 목포, 사계절 고운 자태를 뽐내는 정읍과 고창, 다채로운 면면을 품은 도시여행 부산, 추억을 업데이트하는 곳 경주와 포항, 뜻밖의 매력을 가진 대구와 영천, 사람냄새 포근한 안동과 청송, 사진찍기 좋은 여행지 통영과 진주, 시골정취 흠뻑 하동과 구례, 옛 정취 한껏 느끼는 영주와 문경, 지친 마음 달래주는 강릉과 동해, 만만한 여행지 속초와 양양, 여름 휴가의 현명한 선택 삼척과 태백, 옛스러운 시골 장터의 정겨움 정선과 평창, 산교육 현장 공주와 부여, 단아한 비경 제천과 단양.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소개하고 있어,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분들에게도 편한 여행에 도움될  같아요. 숙소도 매의 눈으로 찾아낸 하루 5만원 이내 게스트하우스와 굿스테이 지정업소 위주로 소개하며 장단점까지 잘 알려주고 있답니다. 

 

다양한 꿀팁도 빼먹지 않고 꼼꼼히 읽어보세요. 여행을 하다보면 사소한 것에 틀어져 하루 기분을 망치기 일쑤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식당 역시 버스여행지와 가까운 곳을 소개하며 이동하는데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속 + 시외 + 시내 버스를 망라한 버스여행의 모든 것을 소개하는 책 <버스타고 주말여행>. 요즘 주말여행에 딱 좋은 계절이건만 메르스 여파로 움직임이 제한되어 안타깝네요. 일단은 눈으로 힐링하며 버스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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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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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둘이서 죽여버릴까? 네 남편."

이 문장을 보자마자 가정폭력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델마와 루이스가 저절로 떠오르는 나오미와 가나코. 두툼한 두께의 책 초반은 나오미의 시선으로, 후반은 가나코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이 책의 독자 대부분이 빠른 전개와 강력한 흡인력만큼은 만족한다는 평이 있던데 저 역시 그 부분은 공감합니다. 그녀들의 성격이나 주변 상황 묘사는 세세한데 정작 거사 진행에서는 치밀함보다는 허술하지만 빠른 흐름으로 나가고 있어요. 이 부분은 작가의 의도일 거라 판단되네요. 후반부에 그에 관한 소소한 반전이 상당히 많이 나오거든요.


 

 

 

 

곧 서른을 바라보는 이십 대 후반인 나오미와 가나코는 평생 친구라고 부를 만큼 마음이 잘 맞는 사이입니다.

나오미는 백화점 외판부 말단 직원으로 업무 특성상 부유층 고객의 집사처럼 일하면서 고객의 푸념도 들어주고 그들이 시키는 잡일도 처리하며 삽니다. 가면을 쓸지언정 겉모습만큼은 싹싹하고 당차고 꼼꼼하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갖췄지요.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가나코 남편의 폭력 이야기. 아무리 친구 사이지만 자기 일처럼 흥분하며 분함을 떨치지 못합니다. 나오미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무기력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가정폭력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 가나코에게 생겼을지도 모를 사태를 아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오미의 마음속에는 늘 파도가 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도망치고 있다는 꺼림직함에서 기인한 것이다. 』 - p112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가나코.

한 사람이 참는 것으로만 성립되는 가정폭력에서 왜 벗어나질 못할까요.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부모님 생각에... 등 온갖 이유는 있지요. 가나코는 남편의 폭력과 마주할 때 지금의 나는 가짜 인생을 살고 있다며 진짜 내 인생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비록 도피이긴 하지만 신기하게도 참을 만했다며... 매번 폭력 이후 용서를 비는 남편을 용서하길 반복하고 폭력에 저항할 힘도 없고 도망치지도 못하는... 정신적으로 지배당한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오미의 입장에선 죽어 마땅한 인간인 가나코의 남편.

나오미는 어떻게 그를 사라지게 하고 (살해라는 단어도 아까울 정도여서 제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요) 가나코에게 편안한 일상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때 직업상 알게 된 중국 화교인이 나오미의 결심에 영향을 끼치네요. 중국 여성들은 기가 드세고, 일본 여성처럼 가정폭력에 가만히 있지 않고 복수를 한다는 말을 내뱉는 식으로요.


 

 

 

 

『 자신의 생활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나 책략은 모두 정당방위가 된다. 』 - p116

 

『 액자에 넣어 장식하고 싶을 만큼 완벽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는 없다. 자신은 이 계획과 사랑에 빠졌다. 』 - p178


 

나오미는 어떻게 가나코의 남편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을까요. 

사회 시스템의 허술함을 비집고 들어가 나름의 완벽한 범죄 시나리오를 짜고 드디어 가나코와 함께 남편 제거 작전을 실행합니다. 평범한 여자가 사람을 죽이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 불편한 사회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거한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게 그나마 버티며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격려가 된 셈이지요. 가나코의 경우 그동안은 무기력했지만, 나오미의 도움으로 결국 감옥 같은 인생을 탈출하려는 마음을 먹은 이후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 인간은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 스위치를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 - p385


 

나오미의 시선에서 진행된 파트에서는 남편을 제거하기까지의 과정이 참 수월하게 착착 진행됩니다. 하지만 가나코의 시선으로 진행된 후반부에서 그 시나리오가 얼마나 허술했었는지 속속 드러나네요. 시누이가 호락호락 넘어가 주지도 않습니다. 나오미와 가나코에게는 매일 아슬아슬 줄타기 같은 상황입니다. 이쯤되면 나오미와 가나코는 과연 델마와 루이스처럼 결말이 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독자의 공감을 받을만한 어떤 이유로 그 상황을 피해갈 것인가... 그 부분이 흥미로웠네요.

 

 

 


그저 사라진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을 뿐인데.

억압받는 여성에서 성취하는 여성상을 보여준 <나오미와 가나코>. 찝찝함 없이 나름 깔끔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안심하면서 역설적이게도 허무한 마음도 없진 않았습니다. 어떤 것에도 살인은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과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이중적인 마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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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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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가까이 맞이한 시점에서 인간다운 마무리, 인간의 존재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버드 의대 교수 아툴 가완디. 의사로 그리고 아들로 그가 겪은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의사 공부를 하며 생명을 구하는 방법만 배웠지 꺼져가는 생명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몰랐다는 저자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용납하지 않는 현실의 괴리를 다양한 사례로 알려준답니다.

 

 


인간은 독립적인 자아라는 것이 삶에서 더욱 중요해졌는데, 질병이나 노환으로 더는 독립이라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는 경우보다는 상당 시간을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로 보내는 노년 시기. 무엇보다 과학의 발전으로 나이 들어 죽어 가는 과정은 의료인들의 손에 맡겨야 하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고령, 노환 문제는 대부분 혼자 감당하거나 의사나 기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변한 거지요.


하지만 저자는 정작 의학계는 이 문제를 다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환자는 물론 의료진조차 궁극적인 한계에 대해 인정하고 현실에 대처하도록 돕는 일이 안되어있는 시스템이라고요. 의학은 죽음을 연기할 수는 있어도 의사의 힘으로 고칠 수 없는 노환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 현대의 노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기보다 부자연스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 p60


우리가 늙고 쇠약해져 더는 자신을 돌볼 수 없게 됐을 때도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이 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변화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나이 들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동안은 '질병으로 병원에서 고생만 하지 않으면 되지'하며 단순하게 생각해 왔었는데, 질병 없이 노환 그 자체만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당연한 삶의 사이클을 거부하는 인간의 습성으로 봤을 때 연명치료냐 존엄한 죽음이냐의 갈림길에서 해답은 없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자세는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말합니다.


품위 있고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답을 스스로 찾으려면 삶에는 끝이 있다는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용기부터 필요합니다. 존엄사 문제는 고통을 연장하는 실수와 가치 있는 생명을 단축하게 하는 실수 중 어느 것을 더 두려워하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해요.


솔직히 우리는 이 문제를 가족과 대화하길 꺼리고, 본인도 준비 없이 그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진실을 외면하고 그저 미루기만 하지요. 어떤 것이 더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많지만,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고민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 관해 생각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한 사회, 개인이 낳은 결과는 처참합니다.

특히 현대 사회가 노인 문제에 대처해 온 패턴을 보면, 노인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병원 병실을 비우기 위해 시작된 요양원 개념처럼 그저 대안을 찾는 피상적인 결과가 대부분이고요. 사생활과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정작 그 시설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진정 어떤 삶을 원하는지는 묻지 않았던 겁니다.


시설에 들어가면 외롭지는 않은지 하는 것보다 약을 빼먹지 않았는지, 넘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 아닌 자녀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할만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 질병과 노화의 공포는 단지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만은 아니다. 그것은 고립과 소외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다. 』  - p227

 

 


저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케어를 받길 원하는지에 대해 의사들과 실질적으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해요. 어떤 질병들은 더 오래 살려는 노력을 멈춰야만 더 오래 사는 (이 부분도 환자와 의사 간에 생각하는 기간 차이가 상당하더군요. 환자는 더 오래 산다고 하면 한 10년 생각하거든요. 실제로는 몇 주, 몇 달 정도입니다) 호스피스 케어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전문화된 노인병 관리를 받을 경우 삶의 질이 개선되더라는 사례를 통해 의사에게는 환자의 마지막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 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축복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 - p319

 


한 사람의 끝이 가까이 왔을 때,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책임이 환자 본인이 아닌 다른 이에게로 (가족) 넘어가는 시점이 옵니다. 저자는 남아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평소 이 부분에 관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줍니다. 본인의 의사를 밝혀두지 않으면 결정을 하는 입장이 된 사람은 그 결정에 대한 후회를 어떻게든 하기 마련이거든요. 너무 일찍 포기한 것은 아닌지, 괜한 욕심에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면서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 가까워지기 전에 자신에게 질문하라 합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다 보니 노령화에 적응하는 문제를 대면하는 것을 미루기만 하지요. 가장 두렵고 걱정스러운 게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인지, 그걸 이뤄내기 위해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직관과 통찰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 될 수 없기에 어렵지만 직면해야 할 감정입니다.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희망하는지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를 가지고,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네요. 이런 과정은 좋은 죽음을 위해서가 아닌 결국 좋은 삶을 살기 위한 것이라는 걸요


묵직한 주제지만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더불어 노후 대책에 관한 고민도 절절히 다가오네요.밖으로 꺼내기 껄끄롭다는 생각에 부모님과의 이런 대화를 은연중에 피하고 있었던 부분 역시 이제는 용기를 가지고 바라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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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1
김호경 지음, 정형수.정지연 극본 / 21세기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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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냐, 나도 아프다" 희대의 유행어를 남긴 드라마 다모의 정형수 작가와 정지연 작가의 극본으로 KBS1 방송 중인 <징비록>.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데요, 소설책으로 나오기 시작했네요. <낯선 천국>으로 제21회 오늘의 작가상 받은 김호경 소설가의 글로 다듬어진 책입니다.


 

 

21세기북스에 나온 소설 징비록 1권은 드라마 18회분 정도까지의 분량인 것 같아요. 총 3부작으로 소설책 나온다네요.

 

영화 명량이 히트하자 류성룡도 재조명되기 시작하면서 이후 그가 쓴 징비록에 관한 책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지요. 역사적 기록물인 징비록은 솔직히 여타 고전 책처럼 선뜻 손에 쥐기 망설였었는데 마침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소설로도 나와서... 가볍게 흥미를 끌어보려고 읽은 책입니다.


 

 

징비록의 징비는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의미로 7년 임진왜란사를 겪은 류성룡의 시각으로 본 사건 흐름, 민심 동향, 외교전 상황, 활약 인물 등이 총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이순신을 등용한 인물인 류성룡은 병조판서는 물론 우의정, 좌의정까지 다 지내며 요즘으로 치면 정치인이었죠. 류성룡에 관한 후대 평가가 대체로 좋은 이유가 당파 싸움에서도 그나마 균형을 유지하려고 했던 인물이기에 그런 것 같아요. 


징비록의 주 배경인 임진왜란은 방계 출신 왕으로 콤플렉스 덩어리였던 선조 시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기세를 몰아 대륙 진출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조선을 디딤돌 삼아 중국 명나라까지 장악하고자 시작된 전쟁입니다.


 

 

국방을 단단히 하자는 류성룡의 조언은 외면당하고, 게다가 명나라를 징벌할 테니 길을 안내하라는 정명항도를 명으로 들어갈 테니 길을 빌려달라는 가도입명으로 교묘히 바꿔치기한 국서라든지...  

일본 정세를 제대로 파악 못 한 채 설마 전쟁이 나겠냐 하는 마음으로 당파싸움이나 하던 시기지요.


결국, 임진년 1592년 4월에 부산포가 함락되며 7년 대전쟁의 막이 오릅니다.

얼마나 방비가 안 되어 있었으면 부산에서 대구에 이르는 동안 전투다운 전투도 없었습니다. 왜군은 그들 나름대로 1군과 2군을 각각 이끈 우두머리들의 경쟁으로 누가 먼저 한성을 장악하느냐 내기 아닌 내기 상태였고요.


부산에서 충주까지... 겨우 보름이었습니다.

그나마 믿고 있었던 신립 장군마저 하루도 못 버티고 패하고 말았죠. 충주 싸움에서는 왜군의 피해도 있긴 했습니다. 보름 만에 파죽지세로 왜군이 올라오니 우리의 선조는 도망가자 합니다. 파천을 해야 한다 하면 안된다 다툼에서 왕이 일단 가자는데 가야죠. 위로위로 도망갑니다. 하긴 그 시점의 당시 조선의 국방 상태로서는... 왕이 한성을 지키고 있었다면 또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일찌감치 조선 멸망으로 갔을는지는 알 수 없네요.


 

 

『 백성들이 궁궐을 불태우는 것인가. 나라를 불태우는 것인가.

백성들이 기어코 왕과 무능한 신하, 양반들을 활활 불태워버리는 것인가. 』 - p216


 

 

징비록은 임진왜란 발생 직전부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령해전까지 시기의 조정 이야기다 보니, 임진왜란사에 등장하는 신립, 권율, 이순신, 곽재우, 사명대사 등 여러 장수, 의병 이야기도 골고루 다룹니다. 누구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임진왜란사 전체 흐름을 알 수 있어 좋네요. 


 

 

드라마 전투장면은 영화에 비해 아무래도 허술해 오글거리는 장면도 있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심각한 상황에서 그러니 분위기가 좀 반감되긴 하더라고요. 소설로 읽으니 맘껏 상상하며 감정이입은 더 잘 됩니다. 드라마 극본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속도감도 좋고 술술 잘 읽혀요.


피로 쓴 교훈이라는 임진왜란. 

영의정이자 전쟁 수행을 책임지는 도체찰사였던 류성룡의 눈으로 본 임진왜란. 위기의 상황에서 조선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치판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기록한 징비록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후대에 어떤 교훈을 남기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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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
배리 슈워츠 지음, 김고명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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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늘날 우리는 모두 결정장애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있지도 않았던 결정장애라는 단어가 흔히 쓰일 정도라면 우리 사회가 분명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의미일 겁니다. 도대체 뭣 때문에 우리는 결정장애자가 되었을까요.


 

오늘날은 선택할 게 많아도 너무 많아 선택과부하 상태라고 합니다.

저는 생수를 하나 고르려 해도 가짓수가 많아 몇 번이고 여기저기 멈칫거리며 어떤 생수를 살까 고민한 적도 있었네요. 흔히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하며 점심메뉴를 고를 때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많지요. 먹는 것쯤은 잘못 선택했다더라도 남기는 영향이 그나마 덜한 편이지만, 인생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중요한 선택은 결정의 순간까지 엄청난 고민을 안게 됩니다.


 

치열한 고민을 하고서라도 결정을 내리면 다행이지요.

문제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없는 상황 자체를 좀처럼 견딜 수 없어 한다는 데 있습니다. 하루하루 매시간 우리는 '선택'하며 살기에 '선택'의 문제는 곧 내 삶의 행복과 연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선택과부하 시대에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선택하는 대로 만족하거나, 불만족하더라도 무시해버리면 그만 아냐?

말은 쉽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통제욕이 있는 인간의 본성으로는 선택안이 많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절대 대안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해요. 특히 오직 최고만 추구하고 수용하는 '극대화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선택의 자유가 있을수록 만족감도 같이 상승할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라고 합니다. 선택안이 많을수록 만족도가 덜 하다는 연구결과를 보니 흥미롭더군요.


선택은 축복인가 짐인가?!

못 골라서 망설이고... 고르고도 후회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데 기회가 주어져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은 일상에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선택과 의사결정에 관련된 연구를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이 어려운 이유를 밝히고, 선택이 우리에게 심리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끼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어떤 선택으로 내가 어떤 기분이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 - p58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것은 기대 효용과 경험 효용이 맞아떨어지고, 경험 효용이 기억 효용에 충실히 반영되어 아귀가 딱딱 맞는 경우라고 해요. 그런데 경험과 기억이라는 것은 상당히 많은 오류를 지닙니다. 나 자신이 인지하지도 못한 채 말이죠. 저자는 예측, 정보 수집, 정보 평가에서 저지르는 다양한 실수 사례를 보여줍니다.


『 눈앞에 수많은 선택안이 펼쳐져 있으면, 우리는 선택자가 아니라 찍는 자가 될 위험성이 있다. 』 - p88


능동적이 되어야 할 선택권이 우리 발목을 잡아버리는 셈이네요. 선택의 폭이 넓으면 그만큼 결정을 내리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선택안이 하나도 없다면 실망은 할 수 있어도 후회할 일은 없습니다.

우리는 최고의 선택안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안을 고르기에 이때 생기는 후회가 행복에 관여하게 되는 겁니다. 과도한 후회는 개인적 관점에서 그 원인을 찾으면서 결국 자신을 탓하기 쉬워집니다.

 

 

『 자신의 선택이나 경험에서 좋은 점에 더 많이 감사하고 나쁜 점에 더 적게 실망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주관적 경험이 크게 증진될 수 있다. 』 - p257


선택 과잉을 극복한다는 것은 곧 스트레스를 푸는 법과 일맥상통합니다.

저자는 몇 가지 기술적인 방법과 심리적 해결안을 제시하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인생에서 어떤 선택이 정말로 중요한지 파악하고 거기에 시간과 공을 들이며 그 밖의 많은 기회는 그냥 지나쳐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예컨대 선택안은 두어가지 정도만으로 두는 식으로 나름의 원칙을 세우라는 거지요.


저자가 말하는 다양한 해법의 기본은 '적당히 만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적당히 만족하는 법을 알고 실천한다는 것은 통제욕과 소유욕 있는 인간에게 고된 길이네요.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은 결정장애가 끼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므로 의식적으로 생각의 습관을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알게 해 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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