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Q 디지털 지능
박유현 지음, 한성희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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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폭력, 인터넷 중독, 사생활 침해, 온라인 그루밍 등 디지털 위험 노출이 심각한 시대입니다. 멀쩡한 온라인 기사를 클릭해서 들어가도 유해한 광고를 마주하게 됩니다. 아동 온라인 안전과 디지털 시민의식 교육의 필요성을 실감한 박유현 박사는 디지털 안전과 아이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벌 표준을 만들기 위해 10년의 세월 동안 소셜임팩트 리더로 이 일에 매달립니다.


디지털 지능 DQ의 개념 및 프레임워크와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017년에는 세계경제포럼과 제휴해 DQ연구소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기술에 글로벌 표준을 정하는 세계 최대 기술협회 IEEE로부터 공인을 받게 됩니다.


디지털 지능이란 개념을 최초로 만든 수리통계학자 박유현 박사가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역량인 디지털 지능이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 <DQ 디지털 지능>. 교육과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학교와 기업 및 국가에 필요한 디지털 교육과 윤리를 고민해 보는 뜻깊은 시간이 됩니다.


디지털 지능(DQ)이란 보편적 윤리에 기반하여 개인이 디지털 생활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인지적, 메타인지적, 사회·정서적 역량을 포괄하는 역량을 의미합니다. 디지털 시민의식, 디지털 창의력, 디지털 경쟁력이라는 보편적 윤리 가치를 두루 함양해야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 전환의 물결에 휩쓸리며 디지털 팬데믹에 빠졌습니다. 기술이 가져오는 인간, 환경, 사회에 대한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사용한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60%가 사이버불링(인터넷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 게임 과몰입, 위험한 콘텐츠, 위험한 접촉 같은 디지털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디지털 팬데믹에 공격당한 아이들을 외면했습니다.


아이들이 겪고 있는 디지털 팬데믹은 실리콘밸리의 윤리인 '먼저 만들고 나중에 용서를 구하라'가 적용되어선 안되는 것임에도 현재 기술은 아이들을 고려해 발전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생태계 자체가 아이들을 우선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우리의 미래 방향을 바꿀 힘이 있다고 믿는 저자입니다.


인간이 기술과 경쟁하거나, 기술이 가져다주는 테크 유토피아만을 믿거나 기계의 초지능화에 초점 맞추는 것보다 더 올바른 질문을 알려줍니다. 인간과 기계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지, 그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 기술 발전의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바꿀 용기가 있는지, 초기술의 발전을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성과 사고력 상실을 걱정해야 하지 않는지를요. 잘못된 비교 대신 올바른 질문을 통해 디지털 윤리를 갖출 수 있게 도와줍니다. 현재 기술 생태계가 인간의 역량과 자율권을 강화하기보다 인간을 기술의 노예로 만드는 과정을 가속화한다면 어떻게 될지 깊게 고민해 보게 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역량, 디지털 준비성을 측정하는 첫 번째 글로벌 표준 지표가 된 박유현 박사의 디지털 지능(DQ). 디지털 세계에서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8가지 분야인 정체성(자기 자신 존중), 사용(시간과 환경 존중), 안전(생명 존중), 보안(재산 존중), 감성 지능(가족과 타인 존중), 커뮤니케이션(명예와 관계 존중), 리터러시(지식 존중), 권리(인간 존엄성 존중)으로 분류했고 여기서 시민의식, 창의력, 경쟁력의 세 단계의 역량으로 발전됩니다.


이 디지털 역량은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고, 자신의 사생활과 직장생활에서 여러 가지 디지털 위험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기술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도움 됩니다. 즉 '현명하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저자는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자신과 남을 존중하는 온전한 인격체로서의 자신의 진실된 정체성을 가질 때, 디지털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디지털 시민의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는지,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DQ월드의 캐릭터들을 이용해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디지털 준비 정도를 평가하는 척도인 DQ 점수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여덟 가지 DQ 점수를 바탕으로 저자는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첫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아들에게 약속했다고 합니다. 물론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디지털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가며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기본 역량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DQ가 IQ 및 EQ와 어떻게 다른지, AI 시대에 어떻게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AI를 논할 때 왜 DQ에 보편적인 윤리 가치를 포함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DQ 디지털 지능>. 미래 디지털 사회의 기준선으로 작용하는 디지털 지능 개념을 이해한다면 훨씬 더 안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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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베트남 북부 & 하노이, 퐁냐케방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김경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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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길쭉한 베트남에서 전체 종주를 하지 않는 이상 북부, 중부, 남부로 나워 여행하는 게 편한 베트남. 북부 대표 도시이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롱베이, 깟바섬, 사파, 닌빈, 하이퐁, 퐁냐케방 국립공원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은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 <베트남 북부 & 하노이, 퐁냐케방>. 하노이 외 소도시를 조합한 추천 루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치, 문화, 교육 중심지 하노이는 시내 관광하기 좋은 도시입니다. 유럽 도시여행처럼 도보와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편안하고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역사를 가진 하노이는 프랑스식 건축물이 많고 베트남의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는 도시인 만큼 베트남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곳입니다. B52 승리 박물관에서는 베트남 전쟁을 바라보는 베트남인의 시각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베트남 북부 & 하노이, 퐁냐케방> 가이드북에서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하노이의 매력을 쏙쏙 짚어줍니다. 서호 호수, 사원, 박물관 및 수상극장 공연 관람 등과 함께 구시가지의 천 년 전 모습을 엿보며 하노이 문화를 즐겨보세요.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모이는 호안끼엠 호수를 중심으로 맥주 거리, 야시장, 먹자골목 등 활기찬 밤의 베트남을 만끽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파,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하롱베이 등 하노이 근교 여행하기 좋은 곳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아직 불편해서 투어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사파에서는 산악 트레킹을 하기 좋은 만큼 하루 만에 다녀올 수는 있어도 1박 2일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분명 바다인데 호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하롱베이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고 저도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었어요. 유네스코 자연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입니다. 수천 개의 석회암 섬들이 바다에서 솟아오른 절경이 예술이네요. 근처 깟바섬에는 맹그로브 습지는 물론이고 다양한 자연생태계가 존재하는 곳이라 눈길을 끕니다.


강가에서의 신선놀음하기 좋은 닌빈, 수많은 동굴과 석굴로 유명한 퐁냐케방 국립공원에 대한 정보도 나와있습니다. 퐁냐케방 국립공원은 중부 쪽에 가깝게 위치한 만큼 하노이에서도 동허이 공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지만, 정말 놓치기 아까운 곳이더라고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카르스트 지형에 라오스로부터 시작되는 지하 강이 있는 신비로운 곳입니다.


해변이 있는 휴양지보다 베트남 다운 베트남을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만족스러운 곳이 될 것 같아요. 고산 지대의 독특한 기후에 겨울도 있는 베트남 북부 여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북 <해시태그 베트남 북부 & 하노이, 퐁냐케방>으로 북부 자유여행 준비해 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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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베트남 북부 & 하노이, 퐁냐케방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김경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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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다운 매력과 이국적인 매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북부 여행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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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포스 - 인류의 미래를 바꿀 다섯 가지 핵심 기술
스티븐 S. 호프먼 지음, 이희령 옮김 / 까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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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호프 선장이라 불리는 엔젤 투자자 스티븐 S. 호프먼의 책 <파이브 포스>. 다가올 미래에 관한 안내서로 제격입니다. 미래 전망 책을 많이 접해서 어느정도 미래 기술 동향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어요. 상용화가 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했던 일들이 이토록 많을 줄이야. SF 소설 작가들이 소재를 줍줍할 만한 상상 그 이상의 일들이 나열되고 있습니다.


<파이브 포스>에는 공상과학 소설을 현실로 바꿀 준비를 하는 비즈니스 벤처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예전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앞에는 더 놀라운 상상력과 창의력이 이끌어낸 시대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호프 선장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술 변화의 이면에 자리한 추동력 다섯 가지를 짚어줍니다. 이 동력을 이해해야 경제가 어떻게 발전하고, 기관들이 어떻게 기능하고, 우리가 어떤 종이 될 것인지 가늠하게 됩니다.


구어, 문자, 인쇄기, 전자통신, 텔레비전, 인터넷에 이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진행되는 흐름을 통해 대량화된 연결성이라는 추동력을 이해하게 됩니다. 사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라는 발상의 시초는 뇌파에 매료된 신경과학자 한스 베르거에게서 시작되었고 이후 여전히 그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지만, 뒷받침할 생태계가 마련되면 언제든지 급격한 발전을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호프 선장은 매력적인 신경과학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는데 저도 모르고 있었던 한국의 기업도 소개하고 있어 호프 선장의 넓은 영향력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내가 선택한 시각적 기억을 이미지 형태로 클라우드에 업로드 하는 날이 올 거라고 합니다. 꿈에서 본 이미지도 포착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뇌졸증 환자처럼 말로 소통 못하는 사람들은 말 대신 마음의 이미지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법정에서 증인의 뇌가 포착된 이미지를 증거로 사용하는 날도 올지도요. 지금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뇌를 읽는 기술이 나온다면 언젠가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우리를 인터넷에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는 날은 반드시 올 거라고 합니다.


생물학과 기술을 결합하도록 이끄는 동력인 바이오 컨버전스. 인간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완전히 새로운 종의 동식물을 창조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스웨덴은 약 1,500명의 실험 대상자들에게 NFC 칩을 이식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시도하기도 했었죠. 바이오해커들의 자가 실험 이야기는 기이하고도 섬뜩할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바이오 컨버전스 영역의 발달은 사회규범의 변화를 불러오게 합니다. 옛날엔 시험관 수정이 신의 영역이었지만 현재는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듯 말입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도 발달하고 있습니다. 배양육 역시 이제는 예전만큼 거부감이 심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우주의 방대한 잠재력을 이용하기 위한 추동력으로 나노 기술과 양자물리학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며 인간 확장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양자 컴퓨팅에 대한 말만 들어봤지 제대로 알진 못했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주니 우리 문명이 기능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거란 생각에 전율이 흐르기도 합니다. 예전엔 행성을 지구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우주 확장에 대한 접근법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알고리즘적으로 자동화하도록 이끄는 딥 오토메이션은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일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지 싶습니다. 스마트 시티, 스마트 정부 등 현재 이미 실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례를 보니 우리나라가 너무 뒤쳐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위기감이 몰려올 정도입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초지능을 개발하도록 이끄는 지능 폭발이라는 동력도 있습니다. 자기 개선에 돌입하는 일종의 인공 초지능의 탄생은 AI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AI가 관리하는 시스템이 일상화되는 시대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 <파이브 포스>.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대량화된 연결성, 바이오 컨버전스, 인간 확장주의, 딥 오토메이션, 지능 폭발이라는 다섯 가지 동력이 어떻게 현실에서 창출되고 있는지 진보 중의 진보 사례를 접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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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신채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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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명 중 2명꼴로 진단받는 희귀난치병 타카야수동맥염. 전신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병입니다. 원인도 치료제도 없고 언제 나올지도 모릅니다. 혈관 염증 수치를 낮추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다 보니 온갖 부작용에 시달립니다. 이름도 낯선 이 병은 동양인, 여성, 20대 이하 때 진단받는 확률이 높다 보니 그야말로 소수자로서의 삶을 견뎌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삶을 견뎌내고 있는 신채윤 저자는 04년생 고등학생입니다.


희귀난치병을 앓는 학생이라는 지칭만으로 재단한다면 극히 일부만을 보고 판단하게 됩니다. 노란색을 좋아하고 따뜻한 곳에 앉거나 누워 있는 걸 좋아고, 책 읽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로맨스나 판타지 웹툰 보는 것을 좋아하는 신채윤도 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는 병을 안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마음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학생이 쓴 글이라는 선입견은 일찌감치 떨쳐버려도 됩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자의 깊은 사색에서 우러나오는 담백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큰 울림을 줄 테니까요.


학교보다 입원이 일상의 중심축이 되고부터 일상의 모든 것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병을 앓는 건 당연히 싫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가득해 시시때때로 신경을 곤두세운 나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혼란스러움을 다독인 건 늘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지내기로 마음먹고부터입니다. 나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뒤따르는 병. 아픈 나도 나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렇게 내가 나인 것을 잊지 않고 사는 마음을 담아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한겨레21에 "노랑클로버"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으로서의 자아보다 환자로서의 자아가 우선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일들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으로 항상 얼굴이 부어있으니 새 학기 새 친구들은 얼굴이 붓기 전의 모습을 알지 못합니다. 아픈 사람 이미지에 가려서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봐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속에 결국 병이 있다는 사실을 오픈하는데, 걱정했던 것에 비해 친구들의 반응은 평범하고 무난했습니다.


병으로 달라진 일상에 적응해야 하는 고통을 알아주는 친구들의 공감과 배려를 받기도 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오히려 스스로를 환자라는 울타리에 가둬두고 온갖 가능성을 차단해버리는 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입시 중심 학교 대신 대안형 혁신학교에 다니고 있기에 경쟁적인 분위기가 그나마 덜어져 학교생활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전 절대 저를 포기 안 해요." - 책 속에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하고, 검사 수치에 따라 집중치료를 위한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취업을 해도 '특별한 배려' 하에서만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을 거라는 걱정도 듭니다. 장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다른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거라고 하지만, 그건 할 수 있는 것이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줄도 아는 저자입니다.


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배제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음에도 절망 언저리로 밀려버리는 일들이 쏟아집니다. 수많은 날들을 괴로워하고 절망하기도 했지만, 병이 망칠 수 없는 것들을 소중하게 지키고 키워나가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신채윤 저자.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에서는 그런 숱한 고민의 순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는지, 희귀난치병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의 진솔한 용기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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