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 강의코칭 이야기와 사례로 배우는 강의스킬
이수민 지음 / 에스엠제이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떻게 하면 좋은 강의로 기억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는 <강사의 탄생> 전면 개정판으로 만나는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좋은 강의를 하고 싶은 강사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장에 관심 있는 이들도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대면 강의, 비대면 강의 상관없이 좋은 강의란 무엇일까요. 무의미한 시간 낭비가 되지 않고 강의를 통해 교육생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입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학습은 기억으로 완성된다는 본질을 바탕으로, 교육생들이 나의 강의를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강사가 좋은 강사인 겁니다.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는 실제 강사의 길을 도전하는 사람, 이미 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약점을 개선하고 싶어 하는 강사, 성장하고 배우고 싶어 모임에 참가한 사람 등이 모여 이수민 강사로부터 10회의 강의코칭을 받는 여정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현실적인 궁금증과 사례를 통해 맛깔나게 진행하고 있어 독자도 강의에 참석한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 외에도 강사의 전문성에 관심 많고, 사내 강사 육성과 강의 성과에 관심 많은 인재개발팀장 및 성장지원팀장 등 직책 불문하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강의코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장기기억 형성에 도움 되는 '어텐션(주의 집중)'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데, 학습 동기가 높아지는 이야기여서 학부모 입장에서도 훅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자극에 반사적으로 어텐션하는 뇌. 반면 새로운 자극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어텐션되지 않게 됩니다. 인사 나눈 옆 사람의 옷 색깔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을 예로 들면서 어떨 때 장기기억으로 연결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어텐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몇 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저마다 관심사 다른 교육생들이 어떤 것에 새로움을 느낄까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어텐션을 높여 교육생들의 학습 동기가 높아지는 것이 강의의 시작과 끝이라고 합니다. 





강의의 주인은 강사가 아닌 교육생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짚어줍니다. 같은 강의 콘텐츠를 가지고도 강사마다 교육생들의 반응이 다릅니다. 교육생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행동의 차이를 만들고 강사에 대한 평가로 드러난다는 것을 통해 강사의 마음가짐에 대해 들려줍니다. 목소리 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적절한 말버릇 등 시시콜콜해 보이지만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습관을 짧은 강의 시연을 통해 피드백 해보는 과정도 흥미진진합니다. 읽다 보니 직장인들의 프레젠테이션 상황, 영업, 협상 등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직장인들도 꼭 알아야 할 내용이 가득하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퍼실리테이션 스킬에 대해서도 코칭합니다. 어떤 활동에 대한 참여를 촉진하는 이 스킬을 단순히 팀 워크숍 진행 방법으로만 생각해왔다면 강의, 회의, 소모임, 1:1 대화 등에서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 파워포인트를 대체하는 도구, 강의 시간 배분하는 법, 매너리즘을 떨쳐내는 법 등 강사들이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다양한 문제 사례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실제 강사들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강의 보물창고 역할을 하는 독서록에 대한 중요성도 나와서 흥미진진했어요. 


최고의 강사가 되기 위한 여정을 보여주는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경제적 자유를 위한 파이프라인 구축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강의더라고요. 한 단계 높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와도 같습니다. 레드 오션 시장에서 차별화된 강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길을 걷기 위해 읽어야 할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편소설 <최후의 계엄령>, 대형 베스트셀러 <빙벽>의 고원정 작가가 1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 <샛별클럽연대기>. 1963년부터 2019년까지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걸어온 문창국민학교 동창들의 성장 드라마를 담아낸 장편소설입니다. 80~90년대 과거의 아련한 아날로그적 향수만을 기억한다면, 그 이전 격동의 정치사가 알게 모르게 개인에게 미친 영향력은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샛별클럽연대기>는 10명의 샛별클럽 아이들의 성장사입니다. 명예퇴직한 국어교사 문인호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구조는 함께 하면서도 한 발 떨어져 있던 그의 성향만큼이나 관찰자적 입장으로 인물들의 인생사를 담담히 보여줍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동창생 미혜를 마주하게 된 '나' 문인호. 요섭이라 착각하고 인호를 찾는 미혜의 미스터리한 첫 장면은 이들의 실타래가 어떻게 꼬여왔는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나'는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반공의 시대라 불리는 60년대를 적나라하게 끌어냅니다. 


아이들이 베트남 파병 부대 군가를 동요처럼 부르는 시대. 5학년 담임 강창성 선생님은 학예회 때 특별한 오페레타를 기획합니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샛별클럽이라 한데 묶은 것도 담임 선생님입니다. 이 아이들은 평범한 보통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부잣집, 친일파 낙인찍힌 집, 월북하는 바람에 빨갱이로 낙인찍힌 집... 조부모, 부모의 영향력에 따라 아이들의 신세는 나뉘어 있지만요. 6학년 때 전학 가는 아이도 있었기에 샛별클럽은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10년에 한 번씩 보기로 약속도 하고요. 하지만 그 설렘은 6학년이 되자마자 부서집니다. 담임 선생님이 간첩사건에 연루된 겁니다. 담임 선생님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누군가는 징역살이를 하고, 누군가는 수월하게 빠져나오고... 샛별클럽 아이들은 일명 문창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아동으로 찍힙니다. 





간첩단 사건의 진실은 졸업식날에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샛별클럽의 한 아이가 신고를 했던 겁니다.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일성, 너도나도 반공방첩 이룩하자 멸공통일. 이런 구호를 듣고 자란 시대. 간첩 신고 전화번호가 곳곳에 붙어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저조차도 낯설지 않은 구호입니다. 당시 간첩 신고를 하는 판단 기준은 이렇습니다. 육이오 때 사라졌다 최근에 나타난 자, 담뱃값을 모르는 자, 일정한 직업 없이 돈을 마구 쓰는 자, 새벽에 산에서 내려오는 자, 밤에 몰래 이북방송 듣는 자. 그 때문에 부당하게 국가 폭력을 받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 신고 한 번으로 운명이 달라진 아이들. 신고를 했던 아이는 반공 소년이란 이름으로 승승장구합니다. 마음속으로는 우리 편과 다른 편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입니다. 


누군가는 일찍이 병사를 하고, 누군가는 건달이 되고, 누군가는 장사를 하고, 누군가는 도피를 하고 그리고 대학생이 된 아이들도 있습니다. 유신 시대, 삼청교육대 등 국가적 인권 문제가 횡행하던 시절을 거쳐가는 아이들. 그 격동의 세월 속에서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샛별클럽이 약속했던 '10년마다'의 첫날이 다가왔고, 또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어쩐지 조금씩 다들 멀어져 가는 느낌입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변하는 이들도 있고 끝까지 한결같은 이들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밀고가 저마다에게 미친 영향력의 크기는 달랐을 겁니다. 쓰나미처럼 큰 충격파로 다가오기도 했던 아이도 있었고, 좀먹듯 야금야금 다가오기도 한다는 걸 샛별클럽 아이들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엿볼 수 있습니다. 이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건져올린 '나'는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관조적인 자세로 말이죠. 그러고 보면 역사란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샛별클럽연대기>. 다양한 캐릭터만큼이나 내뿜는 매력도 다채롭습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 예고하는 문장의 강렬함도 흡인력에 한몫했고, 중간에 손놓지 못하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끊어치는 신공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 - 간호사 비자의 마음 처방전
최원진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명 비자로 현직 간호사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인스타툰 <리얼 간호사 월드>, 간호사 시점에서 바라본 병원 일상 <간호사 마음 일기>를 선보인 최원진 저자의 신간 에세이 <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 그동안 동료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보여줬다면 이번 에세이는 저자의 생각과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글을 펼쳐 보입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넘어 현대인이라면 경험하는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는 아픈 마음을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이 담겼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의미하는 태움 문화에 대해서는 소신 있는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저임금 고노동의 대명사인 간호사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다양한 갈등 속에서 우리는 번아웃이라는 이름으로 태움을 당하고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여기저기서 나를 태우려 드는데 어떻게 버텨야 할까요. 


이 책은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을 통해 내 삶을 지켜나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크고 작은 사건과 상황들을 마주하는 인생입니다. 도무지 빠져나올 틈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빠져나갈 수 없는 어려움이란 없었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 어렴풋이 깨닫지만 막상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통스러운 나날만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전혀 예상 못 한 기회도 터무니없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픈 감정에 매몰되다 보면 일상에서 겪는 기쁨을 눈치채는 것조차 희미해진다는 걸 짚어줍니다. 


병원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자주 목격하며 '하루'를 가볍게 여겨왔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은 저자는 '오늘'은 행운으로 가득한 시간 덩어리라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설령 힘든 하루였다고 해도 말입니다. 


"누군가는 갖지 못한 오늘을 우리가 가지게 된 것이다. 이 하루를 어영부영 보내지 않기로 했다." - p63 


분노하게 만드는 일은 숱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간호사 인력난의 악순환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이 최악이 아니라는 생각에 더 절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20년을 근무해도 업무량과 대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실입니다. 의료계가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는 '희생'이라는 방식은 참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노의 감정을 회피하기만 한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다음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피해와 불평을 겪지 않기를 바라기에 부당함에서 벗어나는 일이 특혜로 와전되는 현실 속에서도 목소리를 줄일 수 없는 겁니다. 그들의 이야기로만 치부하지 말고 각자가 몸담은 곳에서 누군가가 나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후려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사소한 일상들을 누리기 위해 자신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하지 말자고 응원합니다. 늘 자신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삶을 뒤흔들 만큼 병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아프지 않고 살아간다는 게 맘먹은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저자는 병동에서 마주하는 슬픔이 후유증처럼 오래 남더라고 합니다. 끝을 떠올리며 조금 더 후회 없이 사랑하고 살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더라고 말입니다. 


최선을 다하면 지치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열심히 해본 사람이라면 그 번아웃 또한 열심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응원합니다. 상처에 휘둘린 마음을 아프지 않은 척 무덤덤히 대할수록 나를 잊게 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만 사그라드는 게 아니라 마음껏 아파하고 분노하는 일도 꾸역꾸역 가두다 보니 열정도 즐거움도 함께 사그라듭니다. 지금 내 마음이 얼마나 다쳤는지조차 간과한 채 말이죠.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을 자신의 성장으로 발산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 잊고 있었던 나를 챙길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태국 남부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김경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동남아 대표 여행지 푸켓을 중심으로 태국 남부에서 한 달 살기 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가이드북. 태국 중에서도 푸켓, 끄라비, 피피섬이 있는 태국 남부 위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음식이 안 맞아서 여행을 못한다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은 나라 태국. 그중 푸켓은 세계적인 휴양지여서 대충은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주변 구석구석 멋진 곳들이 많더라고요. 신나고 즐거운 빠통 비치에서부터 조용하고 한적한 나이한 비치까지 취향에 맞는 해변을 소개합니다.


태국 남부를 처음 가는 여행자를 위한 맞춤 정보가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현지 적응이 수월하도록, 문화 예절을 지키며 다닐 수 있도록 주의사항과 노하우를 미리 알아두고 가면 좋습니다. 해양 스포츠, 트래킹 등 실외 액티비티와 함께 날씨와 상관없이 실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죠. 휴식, 모험, 현지인 사귀기, 현지 문화체험 등 하나의 여행 주제를 정해 한 달 살기를 하기 좋은 태국 남부입니다. 태국 북부에 비하면 물가가 조금 비싼 편이라고 해요. 태국 남부에서의 비용 파악, 숙소 선택 등 자신의 한 달 살기 스타일과 목적을 고려해 준비할 수 있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태국 남부로 간다면 피피섬 투어, 제임스 본드 섬 투어 등 섬 투어는 한 가지 정도 경험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자녀나 부모님과 함께 가는 가족 여행에서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하고 있어요. 가이드북으로 만나는 태국 남부는 여유로운 생활방식에 흠뻑 취할 수 있는 매혹적인 곳인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년 2월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1월까지 노트에 손수 쓴 육필원고를 정리한 책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눈물 한 방울>. 탁월한 통찰력으로 시대의 지성이라 불린 그만의 사유와 영감의 흔적이 손글씨와 그림으로 가득 남아 있어 뭉클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간암 판정 후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약속된 출간 프로젝트에 전념했던 이어령 저자는 그 와중에도 내면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눈물 한 방울>은 죽음을 앞에 두고 써 내려간 인간 이어령의 내밀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의 유일한 자서전이자 회고록과도 같은 책입니다. 


마지막까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으셨던 이어령 선생님. 일찍이 컴퓨터로 글을 쓰셨기 때문에 이 책의 의미가 더 깊습니다. 2019년 11월부터 병상에서 노트에 쓴 시와 수필 110편, 그림이 기록된 육필원고가 고스란히 책 속에 들어있습니다. 40년 만에 병상에서 손글씨를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 글씨를 배우는 초딩 글씨와 같다며 가나다라를 노트 한편에 조그맣게 적어내려간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이후부터는 나날이 지날수록 필체에 담긴 힘의 쇠락마저도 느낄 수 있어 그의 고통이 전달되는듯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평생 디지로그와 생명자본이라는 뜻깊은 개념으로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 이어령 저자. 이제 자신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눈물 한 방울'이라고 하셨습니다.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짐승과 달리 인간은 정서적 눈물을 흘릴 수 있고, 인공지능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눈물을 흘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박애야말로 우리 세상을 위한 희망의 씨앗과도 같다고 합니다. 그의 마지막 기록은 나와 다른 이도 함께 품고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관용의 눈물 한 방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병상에서도 끊임없이 사유하는 그의 노트는 우리에게 창조적 영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귀여울 정도로 순수한 호기심이 아직도 반짝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유의 여정을 속속들이 만나는 시간입니다. 하얀 빈 노트에 쓰기를 머뭇거리는 마음도 슬쩍 내비칩니다. 겁먹지 말고 아무렇게나 쓰자며, 뒷간 벽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써보자며 "날짜도 적지 마!!!"라고 흘린 글도 있습니다. 갈릴레오도 셰익스피어도 되지 못한 한계를 슬며시 토로하면서 기력이 있을 때까지 그의 우물 파기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승자가 쓴 역사보다 한 번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패자의 이야기에도 궁금해하고, 책을 읽다가 만난 문구에 재미난 발상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라고 하면서도 책을 주문한다.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힘도 이제 남아 있지 않다. 몇 구절 서평 속에 나와 있는 것이 궁금해서, 호기심을 참지 못해서다. 내가 마지막 주문할 책은 과연 어떤 것일까? 무엇이 또 알고 싶고 궁금한 것이 있어 또 책을 주문한 걸까. 아마 그 책이 배달되기 전에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 p67 배달되지 않은 책에 대하여 


죽음이 점점 다가올 즈음엔 한 호흡이라도 쉴 수 있을 때까지 숨 쉬고 싶고, 한 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하고 싶고, 한 획이라도 글씨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어 했던 선생님의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 있습니다. 2021년 12월 30일의 글에는 "이제 떠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기약하는 목소리가 담겨있었습니다. 눈물 한 방울을 이야기하던 마지막 우물 파기는 참 힘들었다며 더 이상 기록하지 못할 것 같다는 그의 아픔이 담겨 있어 먹먹해집니다. 


2022년 1월 23일 새벽 마지막 글을 한 자 한 자 남기며 이어령 선생님의 노트는 끝이 났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큽니다. 지상에서 가장 힘 있는 작은 눈물 한 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간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눈물 한 방울>. 분야를 가리지 않고 160여 권의 저작을 남긴 그의 마지막 사유가 안기는 감동을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