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 - 고요한 공감이 만드는 대화의 기적
마쓰다 미히로 지음, 정현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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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말하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누가 더 귀한 존재일까?" 소셜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기표현의 홍수 속에서, 조용히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오히려 돋보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마쓰다 미히로는 『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에서 화려한 언변보다 더 중요한 능력은 바로 경청이라고 말합니다. 20여 년간의 상담과 강연 경험, 교육 현장에서의 실험을 바탕으로 듣기의 기술을 36가지 팁으로 세밀하게 다듬어내며,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넘어 삶의 태도에 가까운 철학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본능은 말하기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말할 때는 도파민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끼지만, 듣는 순간에는 종종 지루함을 견뎌야 합니다. 바로 이 순간이 인간관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95%는 듣고, 5%만 말하라는 황금률을 제시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고도의 기술입니다. 그저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과 몸짓으로 반응하며 대화의 온도를 조율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회의 자리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이야기를 차분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대화의 온도계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태도에 의해 조정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성공한 리더들 가운데 다수가 뛰어난 경청자로 기록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흔히 내향적인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불리하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조용한 사람들이 최고의 무기를 이미 손에 쥐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 무기는 바로 듣는 능력입니다.


저자는 '듣다'와 '들리다'의 차이를 들려줍니다. 단순히 소리를 받아들이는 수준을 넘어, 말속에 숨겨진 키워드를 포착하고 그 이면의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진정한 듣기입니다. 누군가 회사 일이 힘들다고 말했을 때 표면적으로는 업무 과중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상사와의 갈등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좋은 청자는 이러한 층위를 민감하게 포착해냅니다.


맞장구는 단순한 리액션이 아니라, 공감의 리듬을 만드는 중요한 기술로 소개됩니다. 적절한 타이밍의 되돌려주기와 진심 어린 칭찬은 대화를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비유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에서 흥미롭게 읽은 파트인 잘 듣는 사람은 자신에게 먼저 묻는다는 셀프 질문 기법은 실용적입니다. 대화의 초점이  상대방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점검하는 질문이 포함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다섯 가지 셀프 질문은 대화의 질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립니다. '나는 지금 어떤 표정으로 듣고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히 미소를 짓는 것 이상의 자기 성찰을 요구합니다. 자신의 표정 하나가 상대의 진솔함을 이끌어내거나, 반대로 방어적인 태도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셀프 질문들은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 도구가 됩니다. 자신의 듣기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조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듣기가 곧 자기 성장의 도구임을 보여줍니다.


현대인들의 가장 큰 착각도 짚어줍니다.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반드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 말입니다. 우리는 침묵을 견디지 못해 불필요한 말을 하거나, 상대방의 문제를 성급하게 해결하려 듭니다. 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그랬구나", "힘들었겠다"와 같은 공감의 언어에서 나온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듣기의 마지막 단계는 질문입니다. 좋은 질문은 대화의 지도를 그리며 상대의 내면을 탐험하게 만듭니다. 『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에서 소개하는 마법의 질문들은 인간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와도 같습니다.


타임머신 질문은 상대의 과거와 미래를 끌어내어 대화에 깊이를 부여합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또는 앞으로 어떻게 되길 바라세요?라는 시간의 축을 활용하는 기법은 평범한 대화를 특별한 경험으로 바꿉니다.


센터 핀 질문은 상대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본심을 드러내게 합니다.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대의 자기 성찰을 돕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질문은 상대를 존중하는 동시에 관계를 성장시키는 창조적 도구가 됩니다.





마쓰다 미히로 저자는 듣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AI는 무한한 정보와 즉각적인 답변을 제공하지만, 정작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심 어린 관심과 공감입니다.


듣는 힘은 인간의 소중한 능력입니다. 화려한 말솜씨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과잉 소통 시대에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 줍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진행한 '마법의 질문 학교 프로젝트'가 NHK에 방영되고, 유엔국제학교에서 강연 요청을 받게 된 것도 결국 그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능력 때문입니다. 그가 개발한 마법의 질문이 학교 현장과 상담 장면에서 효과를 발휘한 사례는 듣기의 힘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자산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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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10kg 빠지는 운동책
<엄마TV> 김영진 지음 / 길벗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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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왜 늘 실패로 끝날까요? 극단적 식단으로 단기 감량했다가 요요, 꾸준함이라는 말에 눌려 지쳐버린 기억. 『하루 10분, 10KG 빠지는 운동책』은 악순환을 끊어냅니다.


5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엄마TV 김영진 트레이너. 하루 10분의 꾸준함이 모든 걸 바꾼다는 원칙 아래 관절 부담 없는 홈트 루틴과 요요 없는 습관 만들기를 풀어냅니다.





스포츠센터에서 만난 엄마들을 위해 관절 부담 없는 운동법을 개발하게 된 계기부터가 남다릅니다. 책 초반에는 흔히 믿는 다이어트 속설, 식단표, 비포 앤 애프터 후기 등 장기적으로 살찌지 않는 습관을 갖출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되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부위별 체지방 공략, 탄력 강화, 체형 교정까지 단계별 로드맵과 QR코드로 바로 따라 하는 영상이 도움됩니다. 초판 한정 요일별 하루 10분 뱃살 공략 운동법 포스터가 수록되어 있어 벽에 붙여두니 실천 장벽을 크게 낮춰줍니다.


뱃살·팔뚝살·허벅지·힙 업 루틴은 물론, 체형 교정과 통증 예방까지 챙기는 세심함. "예뻐져도 난 몰라", "옹박 크런치" 같은 네이밍 센스도 좋습니다.


운동은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삶을 지켜내는 방패. 『하루 10분, 10KG 빠지는 운동책』은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가장 실천 가능한 다이어트 동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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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레시피 - 맛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이야기가 된다!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 북스레브쿠헨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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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연희동 요리 선생님으로 친숙한 요리 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의 『아버지의 레시피』. 한 셰프의 삶, 한 가족의 역사,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적 전환이 모두 녹아 있는 식탁 아카이브라 할 만합니다.


저자의 아버지 나카가와 다모쓰는 도쿄제국호텔에서 프렌치 요리를 다루던 셰프였고, 쇼와와 헤이세이를 가로지른 요리 인생을 살았습니다. 히데코는 아버지의 빛바랜 레시피 노트를 따라가며 스무 편의 에세이와 서른일곱 편의 레시피로 아버지의 삶을 재현합니다.





맛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이야기가 된다는 부제처럼, 요리는 단순히 음식이 아닌 이야기의 매개체가 됩니다. 레시피를 빌미로 한 사람의 일생을 복원해 내는 감동적인 프로젝트이자 세대를 건너뛰며 전해지는 맛의 DNA를 추적한 흥미진진한 요리 에세이입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옥수수 크림수프의 기억입니다. “내가 장성해 해외를 돌아다니며 살게 되자 아버지는 옥수수 크림수프 레시피를 적어 항공우편으로 보내주었다… 내 아이들은 아버지의 옥수수 크림수프를 이유식으로 먹었고, 그 맛은 대를 이어 전해졌다”라고 회상합니다.


옥수수 크림수프는 아버지가 부치는 안부 편지의 다른 이름이었던 겁니다. 종이 위의 레시피는 국경을 건너고 세대를 이어 가족의 정서적 유대를 보존하는 도구가 됩니다.


아버지의 요리 인생은 오믈렛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도쿄제국호텔의 주방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아침 식탁에 맞추기 위해 끝없는 달걀 요리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요리란 손맛의 영역을 넘어 집념과 수련의 산물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가 레시피를 따라 하며 무심히 완성하는 한 접시에도 사실은 수십 년의 땀과 연구가 켜켜이 쌓여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저녁은 셰프의 삶에서는 종종 부재의 시간으로 기록됩니다. 부재 속에서도 직업적 헌신이 어떻게 가족의 기억 속 상징으로 전환되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가슴을 두드립니다. 시간이 흘러야만 깨달을 수 있는 사랑의 형태를 완벽하게 포착합니다. 아이에게는 아버지의 부재가 서운함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야 그 부재 속에 담긴 희생과 사랑의 무게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딸 사이의 기술 전수 장면이 등장할 때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소고기는 말이지, 굽기 두 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둬야 한단다”라며 아버지가 딸에게 전하는 말은 생애의 지혜와도 같습니다. 프라이팬의 열기 위에서 전수되는 것은 기술이지만, 그것을 감싸는 것은 부성애입니다. 히데코가 결국 아버지의 길을 선택한 것도 이 순간들 덕분일 겁니다.





늘 대단한 요리만 등장하는 건 아닙니다. 평범한 간식마저도 따뜻한 이야기가 됩니다. “아빠가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베를리너 튀겨주신대!”라는 어머니의 말은 어린 딸의 하루를 환희로 채웁니다. 여기서 요리는 미슐랭급의 복잡한 기술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부지런히 튀겨내는 한 조각의 빵에서 더 큰 의미를 얻습니다.


“지칠 때면 아버지와 함께 굽던 향긋한 애플파이 냄새를 떠올리며 힘을 내본다”라고 말하는 딸. 요리는 삶의 복원력을 일깨우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기본기부터 실패하기 쉬운 포인트, 가정에서 응용하는 비법까지 아낌없이 공개한 서른일곱 편의 레시피가 반갑습니다. 옥수수 크림수프, 햄버그스테이크, 로스트 치킨, 애플파이 등 아버지와 딸의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요리들입니다. 재현의 차원을 넘어, 오늘의 부엌에서 재해석된 레시피입니다.


글과 사진이 함께 빚어낸 『아버지의 레시피』. 주방의 구석구석, 재료가 익어가는 순간, 오래된 노트의 질감까지 고스란히 포착한 칠십여 컷의 사진은 맛을 상상하게 합니다. 요리를 삶의 언어로 이해하는 시간, 세대를 잇는 전승의 힘을 체감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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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 인생 9할을 웃음으로 버틴 순자엄마의 65년 인생 내공 에세이
순자엄마(임순자)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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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으로 삶을 버틴 65년, 순자엄마가 전하는 인생 두 번째 막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유튜브 채널 순자엄마를 통해 128만 구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임순자 씨의 인생 고백록이자 세월의 기록입니다. 65세라는 나이에도 거침없는 입담과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두 번째 인생을 사는 여성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4세부터 시작된 순자엄마의 사회생활부터 유튜브 스타가 되기까지의 65년 인생을 세 개의 계절로 나누어 전개됩니다. 충북 충주의 가난한 소녀 시절에서 시작해 서울 공장에서의 고된 노동, 결혼과 육아, 그리고 유튜브 스타로 변모하기까지 이어집니다.


"힘들어? 옘병!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이 직설적 한마디에 순자엄마의 삶의 태도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에서는 삶의 역설적 유머와 고통의 정직한 기록이 공존합니다.


첫 번째 계절은 '버팀'의 역사입니다. 열네 살에 사회에 뛰어든 순간부터 저자는 단 한 번도 인생이 호락호락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퍽퍽한 고구마 같은 시절도 결국 자산이 되었습니다.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중엔 별거 아닌 일에도 감사하게 된다며, 바람 한 줄기에도 웃음이 나고, 걱정 없이 뜨끈한 밥 먹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워진다고 말이죠. 고생 끝에 다다른 깨달음이자 체험에서 길어 올린 철학입니다.


버티면 언젠가는 다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소극적인 견딤이 아닌 적극적인 생존 의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들에 대한 감사함이야말로 순자엄마만의 생존법입니다. 죽을 일만 아니면, 뭐든 하라는 조언은 투지를 넘어 자신이 걸어온 길을 관통하는 인생 원칙입니다.


고생을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그 고생이 훗날 어떤 형태로든 되돌아온다는 믿음은 현재의 어려움에 매몰되기 쉬운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일깨워 줍니다.





두 번째 계절. 젊음의 고생을 지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자 비로소 인간관계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순자엄마는 살아보면, 혼자 있으면 안 되는 때가 있더라고 고백합니다. 젊을 때는 홀로 버텨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과 함께 웃고 울어야 인생이 덜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함께하는 시간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임을 보여줍니다.


사람 사이 푸느냐 묶느냐는 나 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관계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두는 이런 태도는 꼭 배워야 할 중요한 지혜입니다. SNS 시대에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특히 의미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순자엄마의 철학은 소박하면서도 깊습니다. 착하게 산다는 게 뭐 별거냐며, 착함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기꺼이 베푸는 태도이고, 이 태도가 결국 사람을 이어주고 인생을 풍성하게 만든다는 걸 짚어줍니다.





세 번째 계절은 순자엄마가 50대 이후 깨달은 삶의 지혜들로 가득합니다. 순자엄마는 힘을 줄 땐 제대로 주고, 힘을 풀 땐 확실하게 풀어보라고 말합니다. 악착같이 살아온 이가 도달한 균형의 철학입니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 경지, 그것이 노년의 멋진 자유입니다.


특히 며느리와의 관계는 멋짐이 폭발합니다. 권위적 시어머니의 전형을 거부하고, 편안한 관계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세대를 잇는 관계에서 갈등이 아닌 웃음으로 다가가는 순자엄마입니다.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는 고난의 기록이지만 동시에 웃음의 기록입니다. 그런데 그 웃음은 버티고 견디고 마침내 여유로 도달한 무게 있는 웃음입니다.


불안에 대한 관점도 와닿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들면 그냥 내가 배가 불렀나 보다 해. 지금 잘되고 있으니까 떨어질 걱정을 하지. 그래도 얼마나 좋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게."라는 말이 오히려 위로가 되어줍니다.


아들 쫑구와 며느리 유라의 편지를 읽으며 순자엄마의 배려심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받을 만한 인품을 가진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겁나도 해봐야 안다", "포기한다고 지는 건 아니야" 같은 말들은 나이를 핑계로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버티는 힘을, 중년에게는 도전의 용기를, 노년에게는 여전히 즐길 수 있는 삶의 가치를 전합니다. 무엇보다 순자엄마의 목소리는 '나도 이렇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줍니다.


순자엄마의 경험담 하나하나가 삶의 각 단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습니다. 유튜버이자 엄마, 아내, 봉사자로 살아온 임순자 님의 삶은 평범함 속에서 오히려 특별해집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인생 철학서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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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느린 작별
정추위 지음, 오하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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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남편과의 일상을 담은 『아주 느린 작별』. 출간 즉시 대만을 눈물바다로 만든 화제작입니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은 대만의 언어학자 정추위 교수는 68세의 나이에 40년 동반자를 잃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그저 감동적인 치매 간병 에세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합니다. 상실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재의 의미를 재구성해 나가는지 보여주는 철학서에 가깝습니다.


수학 교수였던 남편 푸보가 치매를 진단받은 순간, 부부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저자가 정년 2년을 앞두고 맞닥뜨린 현실은 평생 연구해온 언어가 무력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주 느린 작별』에서 그는 연구자가 아니라 돌봄의 주체로서 서 있습니다. 





매일 아침 커피와 함께 대화로 하루를 열던 두 사람의 루틴은 무너집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예전처럼 열렬히 반겨주는 눈빛은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언어를 연구해온 사람이 언어의 소멸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다는 아이러니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더 이상 "여보"라는 호칭조차 듣지 못합니다. 언어는 소통의 매개였지만 동시에 사랑의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68세의 나이에 24시간 간병인이 되어야 했던 돌봄의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화장실의 대참사, 밤마다 반복되는 불면. "심호흡하자, 심호흡. 절대로 흥분하면 안 돼. 그이는 환자잖아."라며 스스로를 달래는 문장은 돌봄이 지적 훈련이 아니라 감정의 전쟁임을 보여줍니다. 언어학자가 수십 년의 연구로 다룰 수 없었던 영역이 바로 이 '말 없는 소통'의 장이었던 겁니다.


하루를 버틴다는 말이 이런 의미가 될 줄 몰랐을 겁니다. 치매와의 동행에서 약을 먹이는 것도, 외출을 설득하는 것도 전투입니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승자는 없습니다. 오직 버틴다는 사실만이 기록됩니다.


남편의 기억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너질 일만 남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간병 과정에서 자신의 삶이 소진되어 가는 것을 직면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과정이야말로 사랑의 또 다른 얼굴임을 깨닫습니다. 언어로 다 설명되지 않는 무언의 헌신 말입니다.


남편의 기억은 급격히 무너져 내립니다. 아내를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 착각합니다. 이 짧은 인사는 결혼 생활 전체를 잊어버린 채 건네는 가장 잔인한 언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억의 유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딸의 위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엄마, 너무 슬퍼 마세요. …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아빠를 사랑하고 있으면 돼요."라고 말이지요.


저자는 언어 대신 감각, 기억 대신 현재의 태도를 붙잡습니다. 결국 사랑은 반응이나 기억으로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유효한 감정임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사랑이 언어 이전의 행위이자 본능임을 증명합니다.


정추위 교수의 학문적 배경은 이 기록을 독특하게 만듭니다. 평생을 언어학 연구에 바쳤지만, 남편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것은 언어의 상실이었습니다. 학문의 도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 언어가 사라진 뒤에도 남는 감정과 관계의 심연을 마주한 것입니다.


『아주 느린 작별』은 언어 이후의 세계를 탐구하는 학자의 보고이자, 인간 존재를 언어로만 정의할 수 없음을 드러내는 생생한 사례집의 가치를 지녔습니다. 돌봄의 종착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회복입니다. 위급 시 자신을 돌봐줄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그간 외면해 온 치료를 받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의 무게를 덜어내기로 결심합니다.


언젠가 사랑하는 이와의 작별을 마주해야 하는 모든 이에게 상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질문을 건넵니다. 치매로 인해 모든 기억을 잃은 배우자를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가? 그 사랑의 근거는 무엇인가? 언어와 기억의 종말 이후에도 남는 것이 무엇인지 깊은 여운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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