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계미래보고서 2030 - 하이퍼사이클 AI 인터넷 시대가 온다
박영숙.투피 살리바 지음 / 더블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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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AI 세계미래보고서 2030』을 읽으며 단순한 감탄을 넘어 한국 사회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생생히 떠올렸습니다.


하이퍼사이클 AI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인상깊었습니다. AI와 AI가 스스로 연결되고 학습하는 네트워크, 일명 ‘아이폰의 순간’이 코앞에 있다는 말입니다. 교육, 부동산, 노동이라는 한국 사회의 민감한 지점을 깊숙이 파고들며 AI가 바꿔놓을 청사진을 그려냅니다.


2078년 무료주택 시대 예측에 처음엔 웃음이 났지만, 지방 소멸과 빈집 문제를 생각하니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또 AI 튜터가 사교육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은 한국 교육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동시에 AI를 파트너 삼아 개인이 기업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솔로프리너 시대를 여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딥페이크 범죄와 같은 그림자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적 거버넌스 논의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I 세계미래보고서 2030』은 흥미로운 미래 예측서를 넘어 현실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교육 불평등, 부동산 과열, 노동 불안 등 이미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이 AI라는 렌즈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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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
양경말.김이은 지음 / 황소걸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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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초등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숲을 걷고, 직접 텃밭을 가꾸며 자연을 삶의 일부로 녹여온 저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 자연과 문화의 매개자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꽃과 나무가 사실은 한국인의 삶과 사상, 욕망과 기원을 담은 살아 있는 역사임을 일깨워 줍니다.


학교 숲 체험 시간, 한 학생이 무궁화 잎 찾아오기 카드를 받고는 무궁화를 모른다고 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한국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로 포문을 엽니다. 무궁화부터 소나무, 잣나무, 개나리, 오얏나무까지. 우리나라 대표 식물이라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왜 이 식물들이 한국인의 정신을 대변하게 됐는지 역사적 맥락을 추적합니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골든 벨'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는 개나리가 사실은 한국 고유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19세기 서양 선교사들이 이 아름다운 꽃을 본국으로 가져가면서 세계화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니 우리 식물의 세계사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합니다.


울타리 밑 봉선화, 장독대 곁의 맨드라미, 대문 앞 접시꽃은 그저 장식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봉선화가 뱀이나 잡귀를 쫓아낸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들여주던 풍습조차 병을 막고 액운을 물리친다는 믿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접시꽃은 높은 벼슬을, 맨드라미는 다산과 출세를 상징했습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꽃들이 사실은 조상들의 기원과 꿈을 담은 생활의 주술이었던 셈입니다.


쑥, 칡, 이팝나무 같은 식물들은 배고픔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 해 처음 수확한 쌀을 빻아 쑥을 넣고 반죽하는 송편. 쑥은 단순한 나물이 아니라, 절기마다 공동체가 나눈 생존의 지혜였습니다.


이팝나무는 아이들의 굶주림을 위로하려는 애달픈 기억을 간직한 나무입니다. 아이를 묻은 자리에 쌀밥을 실컷 먹여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팝나무를 심었다는 문장이 가슴을 울립니다. 꽃과 나무가 공동체의 집단적 애도와 소망의 매개체였음을 보여줍니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로 대표되는 사군자는 조선 선비들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추위를 이기는 매화, 고고한 난초, 서리를 견디는 국화, 사철 푸른 대나무는 모두 학문과 도덕, 절개와 고결함을 형상화했습니다. 사군자를 통해 우리는 한국 문화의 뼈대를 이룬 사대부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능소화, 동백꽃, 연꽃, 모란, 목련 같은 식물은 양반의 권위와 미적 취향을 반영했습니다. 책가도 같은 전통 미술 작품에 자주 나오는 나리꽃은 벼슬길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진달래가 굶주린 백성의 허기를 달래주었다면, 모란은 권세와 화려함을 상징하며 철저히 계급적 상징물이었습니다.






마을 한가운데 느티나무나 팽나무는 그늘의 역할을 넘어 공동체의 구심점이었습니다. 저자는 팽나무 열매를 대나무 총에 넣고 쏘며 놀았다며 어린 시절 놀이 문화를 생생하게 묘사하기도 합니다. 정자나무는 회의와 제사의 공간이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수호신으로 기능했습니다. 은행나무와 버드나무처럼 설화와 신앙이 덧붙여진 사례는 공동체적 상상력이 식물을 중심으로 엮여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대추, 밤, 배, 감, 앵두, 살구 같은 열매들은 제사의 필수품이자 권력의 은유였습니다. 대추가 왕을, 밤이 삼정승을, 배가 육조 판서를, 감이 팔도 관찰사를 상징했다는 설명에서 당시 사회구조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 문화사를 풀어내는 특별한 열쇠 『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 꽃과 나무를 통해 한민족의 생존, 신앙, 정치, 미학이 어떻게 뿌리내렸는지를 촘촘히 연결해 줍니다.


길가의 민들레, 학교 담장의 개나리, 마당의 감나무가 모두 우리 조상들의 삶과 문화가 담긴 살아있는 역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과의 일화, 개인적 추억, 교육적 통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딱딱할 수 있는 식물 지식을 친근하게 만들어 어린이와 어른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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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 - 우울증 걸린 런던 정신과 의사의 마음 소생 일지
벤지 워터하우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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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마음을 기록한 한 정신과 의사의 고백, 벤지 워터하우스의 회고록 『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 저자는 영국 NHS에서 수련의로 일하며 환자들을 돌보다가 스스로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됩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환자로서, 병동이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서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들을 마주하고 기록했습니다. 고통의 이면에서 희극과 비극을 동시에 길어 올리는 블랙코미디적 시선이 매력적입니다.


1부 전구증에서는 수련의 초기 경험을 통해 정신 병동이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복잡성이 응축된 극장임을 보여줍니다.


당직 근무 중 자살 시도 환자를 무심히 대했다가 몇 분 뒤 그 환자가 자신의 환자임을 알게됩니다. 이 사건은 저자의 내면에 깊은 균열을 남기고 결국 무력감과 죄책감 속에서 우울증 진단으로 이어집니다.





"환자들은 가공 처리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서 움직이는 과일과도 같다. 사과, 오렌지, 바나나 등에 붙는 스티커 대신 우리의 베스트셀러는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증, 감정 불안정성 인격 장애다." p105


저자가 수련 과정에서 배운 이른바 F코드 붙이기 장면은 정신의학의 기계적 측면을 드러냅니다. 환자들은 가공 처리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서 움직이는 과일과도 같다며 증상만으로 진단을 내리는 훈련은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개인사의 복잡성을 지워버리는 폭력이기도 합니다. 『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는 진단 체계라는 객관적 장치 뒤에 가려진 인간의 서사를 끊임없이 환기합니다.


경계성 인격 장애를 앓는 페이지와의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습니다. 학대받은 과거에도 불구하고 팔에 '아빠' 문신을 새기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아빠잖아요. 아마 항상 사랑하긴 할 거예요. 가족이란 게 복잡해요. 아시죠?”라며 상처와 애정이 공존하는 가족 관계의 역설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 장면을 통해 정신 병동의 환자와 자신의 개인사가 겹쳐지는 순간을 목격합니다.





2부 질병 편에서는 저자가 환자들을 돌보는 동시에 자신이 환자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은 그가 평소 환자들에게 처방하던 플루옥세틴을 자신이 복용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자는 우울증을 신경 물질의 이상으로 일축해버리는 것은 삶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환청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조현병 환자 말콤의 에피소드는 정신의학의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말콤은 목소리들 중 어떤 건 친절한데다가 그 목소리들이 자기 말 상대가 되어준다고 말했습니다. 정신질환이 단순히 제거해야 할 병적 증상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삶을 지탱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의학적 개입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환자들의 주관적 세계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워갑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의 개인사와 환자들의 사연이 교차하면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희미해진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 장 3부에서는 회복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여기서 말하는 회복은 완벽한 치유가 아니라, 복잡성과 모순을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저자는 더 이상 고통을 단일한 병명으로 환원하지 않고, 설명되지 않는 마음 자체를 인정하는 태도를 회복의 본질로 제시합니다.


팬데믹 시기 겪은 팬데믹 블루, 환자를 돕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또 다른 억압으로 작동하는 선의의 지옥, 그리고 가족과의 화해 등 개인적, 사회적 층위에서 동시에 회복을 탐구합니다.


벤지 워터하우스 저자는 정신의학을 절대적 권위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상 부족, 전산 오류로 인한 오진, 강제 입원의 역설 등에서 시스템의 허점을 유머와 풍자로 풀어냅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들은 정신 병동이 사회의 축소판임을 보여주며 인종, 젠더, 계급 문제가 그대로 반영되는 공간임을 드러냅니다.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무너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용기 있는 고백 『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 정신의학이 다 담아내지 못하는 인간 정신의 다층성을 탐구하는 사회적 기록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정신적 고통을 뇌의 화학적 불균형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요? DSM 진단 기준으로 모든 마음의 문제를 분류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진단명과 처방전으로 해결되지 않는 인간 마음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때로는 설명되지 않는 마음과 마주하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에 이릅니다. 이 회고록은 그들과 우리를 구분 짓던 경계선을 지워버리고, 누구나 상처와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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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는 수요일
곽윤숙 지음, 릴리아 그림 / 샘터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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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오늘 어때?”라는 질문에 “별일 없어”라고 답하는 건 대화의 관성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 보면, 그 짧은 대답 속에는 하루를 무사히 건너온 안도의 숨결이 숨어 있습니다.


크고 작은 사건이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무탈하게 하루를 마쳤다는 사실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값진 결과지요. 월요일의 무거움도, 금요일의 설렘도 없는 그저 평범한 수요일. 『별일 없는 수요일』은 무탈함의 의미를 아이의 눈을 통해 드러냅니다.


곽윤숙 작가의 글과 릴리아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된 이 그림책은 어린이의 짧은 버스 여정을 통해 공동체와 배려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무탈하게 하루를 살아간다는 사실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배려와 따뜻한 손길을 발견하게 만듭니다.





열 살 소녀 가영이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잠깐 졸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게 됩니다. 당황한 순간, 가영이는 자신만의 주문을 외웁니다. “괜찮아 하나, 나는 정가영이니까. 괜찮아 두울, 열 살이나 먹었다고…” 이렇게 자신을 다독이는 장면이 사랑스럽습니다.


자기암시를 넘어, 아이가 지금까지 주변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지지를 재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친구, 고양이, 기도해 주는 할머니까지 가영이가 두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우리 아이는 위기의 순간에 어떤 마음의 주문을 가지고 있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림책 속 버스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기능합니다. 버스에는 다양한 연령, 배경,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한정된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존재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가영이가 졸다 놓친 정류장 사건은 이 공간 속에서 여러 인물들의 은근한 도움을 이끌어냅니다. 혹시라도 아이가 넘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눈길을 보내는 어른, 길을 물을 때 차분히 대답해 주는 승객, 눈에 띄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배려의 분위기. 이런 요소들이 모여 결국 가영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별일 없는 하루'를 만들어냅니다.






공동체적 연대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사실 일상의 안전은 익명의 타인들의 배려가 얽히고설켜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교통신호를 지켜주는 운전자, 길을 묻는 이에게 답해주는 행인, 대중교통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누군가... 이 모든 순간이 모여 우리의 하루가 '별일 없는 하루'로 완성되는 겁니다.


아이의 눈을 통해 비친 공동체적 연대는 아주 사소한 배려의 축적에서 비롯됩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나도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주는 눈길이 될 수 있다는 책임감을 일깨워 줍니다. 이제 “별일 없어”는 더 이상 습관적 대답이 아니라, 세상과 서로에게 보내는 감사와 안도의 고백이 됩니다.


평범한 하루의 특별함을 재발견하게 하는 『별일 없는 수요일』. 가영이는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주 깜짝 놀랄 만한 반전도 기다리고 있으니 결말 스포 접하지 않고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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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 충동에 사로잡힌 이들을 위한 처방전
저드슨 브루어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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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도파민 중독 시대, 뇌과학이 제시하는 마음챙김 해법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중독 심리학 권위자가 밝히는 뇌의 비밀을 만나보세요.


스마트폰을 내려놓겠다고 다짐한 지 5분 만에 다시 손에 들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도 야식 앞에서 무너집니다. 의지력 부족일까요?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에서는 뇌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중독의 실체를 파헤치고 마음챙김 해법을 보여줍니다.


저드슨 브루어 저자는 20년 넘게 중독 심리학을 연구해온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중독의 스펙트럼은 알코올, 담배 같은 중독 물질을 넘어서 소셜미디어, 자아, 생각, 심지어 사랑까지 중독의 범주에 포함시키며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족쇄들을 하나씩 들춰냅니다.


중독은 뇌가 보상을 잘못 학습한 결과라고 합니다. 스키너의 보상 기반 학습 이론을 인용하며 행동이 보상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뇌 회로가 강화되면서 습관의 순환고리가 형성된다는 점을 짚어줍니다.


시험을 잘 본 뒤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아 다시 공부에 몰입하는 것과 스트레스를 술로 풀면서 뇌가 술=위안으로 학습하는 과정이 똑같은 원리라는 겁니다.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중독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입니다. 저자는 푸시 알림이 도파민 보상 체계를 자극하는 실험 결과들을 보여줍니다.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뇌는 보상을 예측하고, 실제 보상이 오지 않아도 기대감만으로 갈망을 강화합니다.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기는 심리와 같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반복하는 스크롤링이 사실상 뇌의 조건반사임을 보여줍니다.


흥미롭게도 자아마저 중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타인의 인정을 통해 강화된 자기 이미지는 뇌에서 도파민 보상을 일으키며 점점 더 큰 자극을 요구하게 됩니다. SNS에서 좋아요 숫자에 집착하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자아를 유지하려는 강박은 결국 자기 피로로 이어지고 뇌의 갈망 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듭니다.


넷플릭스의 '다음 화 자동 재생'은 사실 뇌의 보상 학습을 교묘히 이용한 장치라고 합니다. 재미라는 경험 역시 도파민 회로를 따라 중독적으로 소모될 수 있는 겁니다. 즐거움과 중독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에서 뇌는 더 자극적인 콘텐츠만을 원하게 되고, 사용자는 점점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합니다.


게다가 생각이라는 내면적 활동조차 중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고통을 행복으로 착각한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걱정이나 자기 합리화가 뇌에서 보상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불필요한 생각을 되풀이하며 오히려 고통을 강화하는 겁니다. 이는 불면증, 불안장애, 강박적 사고와 직결됩니다.


사랑의 뇌과학도 흥미롭습니다. 생물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연구를 인용해 사랑에 빠진 뇌와 코카인에 중독된 뇌가 동일 부위를 활성화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낭만적 사랑이 끝난 뒤 자애 명상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충만함을 경험한 사례를 공유합니다. 사랑조차 중독적일 수 있지만, 마음챙김을 통해 보다 건강하고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실증합니다.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는 현대인의 집중력 상실을 중독적 보상 회로와 연결합니다. 스마트폰, 이메일, 광고 등은 뇌의 주의력을 분절시키고, 결국 사고 능력을 약화시킵니다. 마음챙김 훈련은 이런 집중력의 산만함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됩니다.


‘행동은 학습된다’는 원리가 강조됩니다. 나쁜 습관이 학습된 것처럼 좋은 습관 역시 학습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보상의 실체를 명료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같은 곳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멈춰 서서 불필요한 짐을 내려놓고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중독적 몰입 대신 창조적 몰입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도파민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를 기반으로 한 몰입은 뇌에 긍정적 회로를 만듭니다. 예술, 스포츠, 학문에 몰입할 때 느끼는 몰입의 즐거움은 뇌의 피질 영역을 활성화합니다. 중독적 갈망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합니다.





저자는 마음챙김을 회복력 훈련으로 정의합니다. 명상이 종교적 수행이나 뉴에이지 트렌드가 아니라 fMRI와 EEG를 통해 측정 가능한 뇌의 변화를 일으키는 과학적 방법론임을 입증합니다.


마음챙김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그것과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강조하며, 갈망을 억제하지 않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금연 임상실험에서 마음챙김 기반 훈련 집단이 기존 금연 프로그램 대비 2배 이상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는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마음챙김 기법들을 소개합니다. 호기심 어린 관찰, 갈망 서핑, 자비로운 주의 같은 기법들은 각각 다른 종류의 중독 상황에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중독은 잘못 학습된 뇌의 습관일 뿐, 새로운 학습을 통해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신경과학적 통찰과 실용적 명상 훈련이 만나는 접점에서 자기 비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길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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