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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 충동에 사로잡힌 이들을 위한 처방전
저드슨 브루어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도파민 중독 시대, 뇌과학이 제시하는 마음챙김 해법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중독 심리학 권위자가 밝히는 뇌의 비밀을 만나보세요.
스마트폰을 내려놓겠다고 다짐한 지 5분 만에 다시 손에 들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도 야식 앞에서 무너집니다. 의지력 부족일까요?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에서는 뇌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중독의 실체를 파헤치고 마음챙김 해법을 보여줍니다.
저드슨 브루어 저자는 20년 넘게 중독 심리학을 연구해온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중독의 스펙트럼은 알코올, 담배 같은 중독 물질을 넘어서 소셜미디어, 자아, 생각, 심지어 사랑까지 중독의 범주에 포함시키며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족쇄들을 하나씩 들춰냅니다.
중독은 뇌가 보상을 잘못 학습한 결과라고 합니다. 스키너의 보상 기반 학습 이론을 인용하며 행동이 보상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뇌 회로가 강화되면서 습관의 순환고리가 형성된다는 점을 짚어줍니다.
시험을 잘 본 뒤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아 다시 공부에 몰입하는 것과 스트레스를 술로 풀면서 뇌가 술=위안으로 학습하는 과정이 똑같은 원리라는 겁니다.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중독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입니다. 저자는 푸시 알림이 도파민 보상 체계를 자극하는 실험 결과들을 보여줍니다.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뇌는 보상을 예측하고, 실제 보상이 오지 않아도 기대감만으로 갈망을 강화합니다.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기는 심리와 같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반복하는 스크롤링이 사실상 뇌의 조건반사임을 보여줍니다.
흥미롭게도 자아마저 중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타인의 인정을 통해 강화된 자기 이미지는 뇌에서 도파민 보상을 일으키며 점점 더 큰 자극을 요구하게 됩니다. SNS에서 좋아요 숫자에 집착하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자아를 유지하려는 강박은 결국 자기 피로로 이어지고 뇌의 갈망 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듭니다.
넷플릭스의 '다음 화 자동 재생'은 사실 뇌의 보상 학습을 교묘히 이용한 장치라고 합니다. 재미라는 경험 역시 도파민 회로를 따라 중독적으로 소모될 수 있는 겁니다. 즐거움과 중독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에서 뇌는 더 자극적인 콘텐츠만을 원하게 되고, 사용자는 점점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합니다.
게다가 생각이라는 내면적 활동조차 중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고통을 행복으로 착각한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걱정이나 자기 합리화가 뇌에서 보상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불필요한 생각을 되풀이하며 오히려 고통을 강화하는 겁니다. 이는 불면증, 불안장애, 강박적 사고와 직결됩니다.
사랑의 뇌과학도 흥미롭습니다. 생물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연구를 인용해 사랑에 빠진 뇌와 코카인에 중독된 뇌가 동일 부위를 활성화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낭만적 사랑이 끝난 뒤 자애 명상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충만함을 경험한 사례를 공유합니다. 사랑조차 중독적일 수 있지만, 마음챙김을 통해 보다 건강하고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실증합니다.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는 현대인의 집중력 상실을 중독적 보상 회로와 연결합니다. 스마트폰, 이메일, 광고 등은 뇌의 주의력을 분절시키고, 결국 사고 능력을 약화시킵니다. 마음챙김 훈련은 이런 집중력의 산만함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됩니다.
‘행동은 학습된다’는 원리가 강조됩니다. 나쁜 습관이 학습된 것처럼 좋은 습관 역시 학습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보상의 실체를 명료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같은 곳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멈춰 서서 불필요한 짐을 내려놓고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중독적 몰입 대신 창조적 몰입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도파민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를 기반으로 한 몰입은 뇌에 긍정적 회로를 만듭니다. 예술, 스포츠, 학문에 몰입할 때 느끼는 몰입의 즐거움은 뇌의 피질 영역을 활성화합니다. 중독적 갈망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합니다.

저자는 마음챙김을 회복력 훈련으로 정의합니다. 명상이 종교적 수행이나 뉴에이지 트렌드가 아니라 fMRI와 EEG를 통해 측정 가능한 뇌의 변화를 일으키는 과학적 방법론임을 입증합니다.
마음챙김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그것과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강조하며, 갈망을 억제하지 않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금연 임상실험에서 마음챙김 기반 훈련 집단이 기존 금연 프로그램 대비 2배 이상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는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마음챙김 기법들을 소개합니다. 호기심 어린 관찰, 갈망 서핑, 자비로운 주의 같은 기법들은 각각 다른 종류의 중독 상황에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중독은 잘못 학습된 뇌의 습관일 뿐, 새로운 학습을 통해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신경과학적 통찰과 실용적 명상 훈련이 만나는 접점에서 자기 비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길을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