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의 시대 - 인류 문명을 바꿀 양자컴퓨터의 미래와 현재
이순칠 지음 / 해나무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카이스트 명예교수 이순칠 저자의 신작 『퀀텀의 시대』는 양자역학의 응용 기술인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미래 변혁을 치밀하게 분석한 역작입니다.


전작 『퀀텀의 세계』를 통해 난해한 양자 원리를 대중의 눈높이로 끌어내렸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그래서 어떤 방식의 양자컴퓨터가 최종 승자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양자 기술의 현재와 미래 경쟁 구도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저자 이순칠 교수는 카이스트 물리학과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 양자정보 1세대 연구자로 국내 최초 병렬처리 양자컴퓨터를 개발했습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을 역임하며 국내 양자 연구를 총괄해온 국내 최고 권위자입니다. 이순칠이라는 이름 자체가 대한민국 양자물리의 역사이자 현재입니다.





• 퀀텀 점프(Quantum Jump) : 원자가 에너지 준위를 순간적으로 뛰어넘는 현상. 물리학적 용어를 넘어, ‘비약적 도약’을 뜻한다


양자물리의 등장은 과학적 발견을 넘어 인류가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사건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를 문명의 첫 번째 퀀텀 점프로 정의하며, 고전 물리학의 완벽주의적 세계관이 미시 세계의 충격적인 현실 앞에서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서술합니다.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중첩과 측정, 얽힘과 국소성은 그저 물리 용어가 아닙니다. 이 개념들은 존재와 인식, 미래 결정론과 같은 철학적 주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킵니다.


저자는 양자 원리가 어떻게 양자 기술의 씨앗이 되었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두 물체 간 순간적인 영향을 주는 '얽힘'을 통해 양자 상태의 순간 이동, 양자 통신, 양자컴퓨터 기술이 탄생하게 되었음을 짚어내는 부분에서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문명의 두 번째 퀀텀 점프로 양자물리를 응용한 양자컴퓨터가 열어젖힐 미래 시계에 초점을 맞춥니다. 저자는 양자센서, 양자통신과 더불어 양자컴퓨터를 양자기술의 대표 주자로 소개하며 그 활용 분야를 짚어줍니다.


양자컴퓨터란 단순히 더 빠른 계산기 이상의 존재입니다다.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물리의 원리를 응용해, 고전컴퓨터가 직렬로 수행하던 연산을 병렬로 수행합니다. 덕분에 기존 슈퍼컴퓨터가 수천 년 걸릴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해결할 가능성이 열립니다.


양자컴퓨터의 활용 분야는 암호 해독 같은 안보 문제부터, 분자 시뮬레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 최적화 문제를 통한 산업 효율 극대화, 그리고 미래의 양자인공지능까지 광범위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업 비밀이 10년 후에는 공개되어도 괜찮으면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 양자컴퓨터가 뚫지 못하는 양자내성암호를 걸어두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말처럼 경제와 안보를 재편할 변혁을 예고합니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지금 당장' 대처해야 할 안보 및 산업 생존의 문제임을 역설합니다. 또한, 저자는 전쟁 시뮬레이션(워게임)에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경우 로봇 전투병 등을 지휘해 전쟁의 양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대목을 통해 양자 기술이 가진 양면성과 파괴적인 잠재력을 동시에 짚어줍니다.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개발의 현주소와 경쟁을 다룬 파트도 흥미롭습니다. 이순칠 교수가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으로서 총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방식의 양자컴퓨터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초전도, 이온덫, 중성원자, 광, 양자점, 점결함, 위상 등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치열하게 개발 중입니다. 저자는 각 기술의 원리, 강점과 약점, 실용화 요건을 해설합니다.


최근 급부상한 중성원자 양자컴퓨터부터 오랜 강자인 초전도 양자컴퓨터까지, 그 기술적 도전 과제는 무엇이며 연구 개발의 흐름은 어디로 향하는지 분석합니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실용적 양자컴퓨터의 요건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습니다.


IBM은 2023년에 이미 10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발표했고, 우리나라는 2033년에 완성 목표이므로 10년 정도 수준 차가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국가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합니다.


하드웨어의 추격과 별개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선도해야 한다는 전략을 강조하며, 소프트웨어 시장이 결국에는 하드웨어 시장을 능가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피력합니다. 격차를 좁히는 것은 물리적 자원보다 기술을 해석하는 인식의 속도라고 덧붙입니다. 결국 양자 시대의 승자는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이해의 속도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후반부에서는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윤리적 문제를 논의하며, 이 기술에 대한 논의가 과학자를 넘어 누구나 참여해야 할 문명적 과제임을 짚어줍니다. 양자컴퓨터의 영향을 받을 제약, 화학, 금융, 자동차 산업 등에서 양자컴퓨터가 자신들의 회사에 어떤 변혁을 주게 될지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경쟁사에 밀리게 되고 그때 가서는 손을 쓰기 힘들 것이라는 조언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양자물리의 철학적 깊이와 양자컴퓨터 개발의 산업적 치열함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우리 문명이 직면한 거대한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미래로 바꾸어 놓는 지적 나침반 『퀀텀의 시대』.


양자 기술의 과거-미래-현재 구성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양자 시대의 흐름을 읽고 다가올 변혁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유능한 안내서가 되어줍니다. 유머감과 경험담이 어우러진 친근한 문체 덕분에 난해하게 느껴졌던 퀀텀의 세계는 한층 가깝고, 흥미진진한 생존의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20세기의 물리학이 세계관을 바꿨다면, 21세기의 양자기술은 문명의 구조를 바꿀 차례입니다. 양자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퀀텀의 시대』. 양자역학의 철학적 함의에서부터 양자컴퓨터의 실용적 응용까지 복잡한 양자 세계를 폭넓고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