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렌드 아카이브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 트렌디한 효과부터 최신 AI 기능까지 디자인 실무 감각 트레이닝
김혜주 지음 / 제이펍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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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82가지 실무 예제로 익히는 트렌드 감각 트레이닝 <디자인 트렌드 아카이브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인 툴을 다룰 줄 안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건 아닙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능을 달달 외워도 뭔가 아쉽다는 피드백을 받기 일쑤라면? 도구와 결과물 사이의 그 미묘한 간극, 바로 감각을 키워야 합니다. 


김혜주 작가는 멋있고 예쁜 것들이 좋아서 디자인 유학길에 올랐지만, 툴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고생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렇기에 치열한 노력과 시행착오를 통해 실무 노하우를 쌓아 올렸습니다.


현재 30개 이상의 국내외 브랜드와 협업하며 인스타그램 '시크릿 아카이브' 계정으로 16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의 이력은 실제 시장에서 검증받은 디자인 감각의 증명서나 다름없습니다.


매달 진행하는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실무 강의에서 쌓은 교육 경험까지 더해져 이 책은 가르칠 줄 아는 사람의 관점에서 잘 쓰였습니다. 결과물을 한눈에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목차부터 실용적입니다.





먼저 포토샵으로 풀어내는 이미지 마법, 기초에서 AI까지 포토샵을 활용한 38가지 예제가 등장합니다. 3분 만에 초간단 목업 제작하기부터 생성형 AI로 미래 도시 포스터 만들기까지, 기초 스킬과 최신 트렌드를 조화시켰습니다.


목업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목업 템플릿이 아쉽다면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원근감까지 살리는 목업 제작하기나 주름까지 살린 리얼한 티셔츠 목업 만들기 등의 예제를 통해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합성과 보정 기능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자연스러운 합성 연출하기부터 오래되고 손상된 흑백사진을 컬러로 복원하기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작업을 다룹니다. 작가가 강조하는 건 자연스러움입니다.


브러시 활용 파트도 배워봅니다. 빛 브러시로 팝 아트 무드의 칵테일 이미지 연출하기, 구름 브러시로 초현실적인 인물 연출하기 등 똑같은 브러시 도구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무드를 연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툴의 기능을 아는 것과 그것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실감하게 됩니다.


AI 관련 예제들도 도움 됩니다. 생성형 AI로 촬영 없이 제품 목업 만들기나 생성형 채우기로 콜라주 느낌의 앨범 커버 만들기 등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합니다. AI를 창작 과정의 파트너로 활용해 보세요.





일러스트레이터 파트는 44가지 예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직선과 드래그로 시작하는 Pen Tool 기초부터 시작해서 패키지 디자인, AI로 완성하기까지 일러스트레이터로 디자인 완성도를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입니다.


볼드하고 감각적인 텍스트 스티커 만들기, 손으로 쓴 것 같은 나만의 타이포그래피 만들기 등 글자를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닌 시각적 요소로 활용하는 타이포그래피 섹션도 흥미롭습니다.


입체적인 느낌의 감성 그라디언트 레터링이나 아이소메트릭 제품 아트 워크 만들기 등의 예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디자인 언어로서의 활용법을 짚어줍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법도 보여줍니다. 클래식한 감성, 하프톤으로 완성하는 빈티지 포스터나 그레인 효과로 깊이감 있는 풍부한 무드 만들기는 레트로 트렌드에 담긴 미학적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디자인 감각을 기르는 메타 인사이트 <디자인 트렌드 아카이브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기술적 튜토리얼을 넘어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다루는 마지막 장에서는 디자이너로서의 성장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폰트 조합의 중요성, 디자인을 완성하는 영감 한 스푼, 놓쳐서는 안 되는 디자인 원칙 10가지, 색상 조합의 중요성 등 트렌드를 읽는 눈과 실무를 관통하는 통찰을 배워보세요.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유용합니다. 82가지 예제는 현재 디자인 업계의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아카이브 역할을 합니다.


예제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 기법을 쓰면 좋은지에 대한 맥락을 풀어내고 있어 기초적인 도구 사용법부터 고급 테크닉, 그리고 디자인 철학까지 역량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기초는 알지만 늘 비슷한 결과물에서 벗어나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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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 - 메이지 유신부터 패전까지, 근대 일본의 도약과 몰락을 돌아보다
박훈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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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남아있습니다. 독도 문제, 과거사 갈등, 역사 인식의 충돌까지.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의 <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는 감정보다 성찰을, 규탄보다 통찰을 택한 역사 읽기를 통해 근대 일본사를 재조명합니다.


메이지 유신부터 태평양전쟁의 패전, 일본이 어떻게 근대국가로의 전환을 이뤘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합니다. 일본사의 재서술을 넘어 '한국인의 눈으로 본' 일본사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일본을 통해 한국을 보고, 과거의 선택들이 오늘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질문합니다.





1부는 페리 제독의 흑선이 일본 앞바다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메이지 유신이라는 근대 일본의 핵심 변곡점까지의 과정을 다룹니다. 이 시기의 일본은 외세의 압박 앞에서 수세적으로 반응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국가 대전환의 기회로 삼아 능동적으로 체제를 전환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도약이 동아시아에 치명적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 선택의 구조와 동력을 냉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흥미로운 장면은 페리가 떠난 후 아베 마사히로의 개혁입니다. 바다에서 물고기나 건져 올려서는 나라의 명줄까지 내놓아야 하는 세상이 됐다는 걸 간파한 그는 나가사키에 해군학교를 세웁니다. 해양력의 중요성을 얼마나 빨리 깨달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근대화의 첫걸음이 단순한 제도 수입이 아니라 위기의 구조를 읽는 정치 감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짚어줍니다.


요시다 쇼인과 사카모토 료마 같은 인물들의 대비 또한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요시다 쇼인이 메이지 유신의 과격한 이상주의, 광신적 민족주의를 대표한다면, 사카모토 료마는 명민한 현실주의와 평화주의를 상징한다고 평합니다.


일본 내에서도 사상의 스펙트럼이 존재했으며 메이지 유신이 단일한 민족주의로만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저자는 아베 신조가 요시다 쇼인을, 손정의가 사카모토 료마를 좋아한다는 흥미로운 비교를 통해 현재 일본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두 가지 경향을 보여줍니다.





2부는 근대의 초입에서 조선과 일본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비교 분석합니다. 대원군의 개혁과 메이지 유신, 김옥균과 이토 히로부미, 강화도조약과 일본의 통상조약의 차이를 통해 두 나라가 어떻게 다른 길을 걸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시기 일본은 누구에게 권력이 가든 시스템의 방향이 분명한 반면, 조선은 리더십의 진공지대에 빠졌다는 통찰은 역사라는 것이 인물보다 구조의 산물임을 알려줍니다.


강화도조약과 김옥균의 망명, 갑신정변 등을 통해 조선이 근대를 어떻게 오해했는지를 조명하면서 일본의 도약이 단지 군사력의 산물이 아닌 문화적 상상력과 정치의지의 결과였음을 설명합니다.


특히 정한론의 등장을 자폐적 자기인식에서 비롯된 몽상의 정치화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은 현재 일본 사회의 일부 극우 세력들이 보이는 행태와도 연결됩니다. 콤플렉스가 어떻게 공격적 대외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역사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3부에서는 제국주의로의 질주, 침략 전쟁, 패망 그리고 전후 복구 과정까지를 다룹니다. 조선을 비롯한 식민지에 대한 일본 내부의 인식과 전략적 접근을 짚어줍니다.


조선 내부에도 근대적 요소가 축적되고 있었다며, 일본은 이러한 조선을 단지 식민지로만 본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징적 도전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겁니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거치며 일본은 점점 물리적 힘만으로는 지배를 지속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일본은 흩어진 모래알 같은 중국인들에게 ‘내셔널리즘’을 선물했다"라는 표현은 침략이 역설적으로 상대방의 민족주의를 각성시키는 기제로 작동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전후 사과 문제는 한일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지점입니다. 저자는 반복된 사과에도 한국인이 여전히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망언과 엘리트 정치인들의 태도에서 찾습니다.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한 것, 식민지시대에 일본은 좋은 일도 많이 했다, 전쟁터의 위안부는 필요한 제도였다 등의 발언이 공식 사과를 무력화시키는 정치적 모순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는 분노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유하게 만듭니다. 규탄보다 분석, 도덕보다 전략, 단절보다 맥락. 역사란 과거의 도덕적 심판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인식의 구조임을 이야기합니다.


메이지 유신을 가능케 한 일본 사회의 토양과 그것이 어떻게 동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오늘날의 외교와 역사 갈등까지 이어지는 타임라인을 박훈 교수는 그려냅니다. 방대한 자료와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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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기름의 배신 - 의사도 속은 건강의 적 8가지 기름의 진실과 식단 해독 혁명
캐서린 섀너핸 지음, 유영훈 옮김 / 정말중요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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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식물성 기름은 오랫동안 건강한 지방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가정의학 전문의이자 생화학자 출신의 캐서린 섀너핸 박사는 우리 식탁 위에 오른 그 무색무취의 액체가 사실은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식물성 기름의 배신>은 식탁 위에 감춰진 산업의 음모와 의학계의 맹점을 추적하는 고발서이자 회복의 가이드를 겸한 책입니다.


당신의 주방에는 얼마나 많은 식물성 기름이 있나요? 카놀라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면실유, 대두유, 홍화유, 옥수수기름, 미강유. 이름만 들으면 익숙한 이 8가지 식물성 기름은 실제로는 40회가 넘는 공정을 거쳐야만 제조되는 고도불포화지방산(PUFA)의 결정체라고 합니다.


무색무취하며 겉보기에는 무해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섭취하는 열량의 30%를 차지하는 은밀한 위험 요소라고 합니다. 열과 산화에 취약하며 체내에 들어오면 세포막을 공격하고, 인슐린 저항을 유발하며 염증의 씨앗이 됩니다.


그 결과는 비만, 피로, 고혈압, 우울증, 알츠하이머까지 광범위합니다. 건강을 위해 동물성 지방 대신 식물성 기름을 택했던 사람들, 오히려 그 선택이 당신의 뇌와 면역계를 서서히 침식시켜왔다는 충격적 진실이 드러납니다.


범죄 현장을 추적하는 탐정의 시선처럼 전개됩니다. 도대체 왜 현대인은 끊임없이 아플까요? 병원에 가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피로, 두통, 체중 증가, 우울감, 피부 트러블. 대부분은 스트레스나 나이 탓으로 넘기지만, 저자는 이 증상들의 공통된 연결고리를 식물성 기름에서 찾아냅니다.


생화학자의 관점에서 이들 기름이 어떻게 체내 세포의 대사를 방해하고, 장기적으로 신경계와 호르몬계에 혼란을 초래하는지 설명합니다. PUFA는 대사 효율을 떨어뜨리고, 세포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느리게 만들며, 그 과정에서 활성산소를 유발해 만성 염증의 고리를 형성합니다. PUFA는 뇌세포의 막에도 침투해 정보 전달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인지 기능 저하, 우울증, 집중력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진실을 가장 나중에 알게 된 집단은 의사들입니다. 의과대학에서는 식물성 기름의 유해성에 대해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양학 교과서, 의료 가이드라인, 환자 지침서 모두가 산업의 영향 아래 놓여 있기에 의사들조차도 식물성 기름을 안전하다고 믿어왔습니다.


캐서린 섀너핸 박사는 이처럼 의학 교육이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를 파고듭니다. 정제된 씨앗 기름이 건강을 파괴하는 과정을 알면서도 침묵한 과학계, 연구 자금의 출처가 특정 업계에 집중되어 있다는 구조적 맹점, 그로 인해 건강한 지방이라는 포장이 유지되어 온 현실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탓해왔던 건강상의 문제들이 사실은 식품 산업 구조 안에서 기획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킵니다. 불과 6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기름들이 공장에서만 쓰이던 산업용 윤활유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이 모든 기름이 어떻게 식탁 위에 오르게 되었을까요.


전쟁 후 잉여 농산물 처리 방안으로 시작된 식물성 기름 산업은 곧이어 영양학계를 포섭하며 콜레스테롤 악마화 전략을 통해 동물성 지방을 몰아냅니다. 그 자리에 식물성 기름이 들어온 것 과학의 발전이 아니라 철저한 산업 전략이었습니다.


앤설 키스(Ancel Keys), 미국심장협회, 곡물기업들의 로비스트. 유명한 이 인물들과 단체들이 어떻게 데이터를 조작하고 건강 지침을 왜곡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식물성 기름의 배신>은 회복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2주 해독 플랜을 소개합니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정제된 씨앗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고, 동물성 지방과 전통 발효 식품을 다시 식탁에 올리는 방식입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으로의 극단적 전환이 아닌 균형 있고 지속 가능한 대안입니다.


저도 선물세트에 들어있던 식물성기름을 가끔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계란프라이 해먹을 때 이제는 버터를 사용하는데 맛도 훨씬 좋습니다. 앞으로는 집에서만큼은 전통적인 지방인 버터, 기(ghee)버터, 정제되지 않은 코코넛오일 등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식물성 기름의 배신>은 건강 정보의 소비자로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속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정보의 부재가 아니라 정보의 편향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저자는 매일의 선택이 어떻게 내 몸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몸의 회복력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식단 해독을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매일 먹던 식물성 기름이 만성질환 제조기였다니 놀랍습니다. 특히 의료산업복합체와 식품산업 간의 이해관계를 파헤치는 부분은 마치 식품업계의 《침묵의 봄》을 읽는 듯한 충격을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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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 아이들
김기수 지음, 박연옥 그림 / 윌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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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계엄령 선포. 다음 날 아침,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계엄령이 선포됩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김선생님법'을 선포한다.”


김기수 교사는 독재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순간 얼어붙었지만 동시에 물음표가 떠오릅니다. “선생님이 이래도 돼요?” 그리고 그 물음표가 하나씩 느낌표로 바뀌는 과정을 <정치하는 아이들>은 흥미진진하고도 진지하게 보여줍니다.


이 동화책은 김기수 교사가 실제로 자신이 가르친 강릉의 한 학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동화입니다. 재미있는 학급 이야기를 넘어 정치가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 밀착된 것임을 아이들의 시선과 목소리로 보여줍니다.


실제 뉴스에서도 화제가 된 '김선생님법'. 계엄령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탁월한 교육적 실험이었습니다.





김 선생님은 독재적인 규칙들을 만들어갑니다. 첫 번째 규칙은 친구가 때리면 같이 때리는 것이었고 두 번째 규칙은 친구를 때린 사람은 1시간 동안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안 지키면 어떻게 되는데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처단'할 거야라고 답합니다.


그러나 갈등이 촉발되면서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항의하고, 대안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우리반법'입니다. 일방적인 규율이 아닌, 모두가 참여해 만드는 새로운 규칙입니다. 정치의 본질이 결정 과정에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학교의 전통적인 회의 '다모임'에서는 급식 먹는 순서, 체험학습 장소, 도서 구입 예산 등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의 의견이 재밌습니다. 급식 순서 문제에서 저학년부터 vs 고학년부터 문제는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 구조를 축소판으로 보여줍니다. 기득권(고학년)과 소외계층(저학년) 간의 갈등,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민주적 과정 말이죠.


자기의 요구를 정당한 근거로 제시하는 정치적 행위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모임은 단지 회의체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살아보는 훈련장이 됩니다. 시민이 되는 것은 투표권을 갖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목소리를 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내 위기가 닥칩니다. 문제의 쪽지 한 장으로 시작된 갈등이 다모임 파업 선언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실제 정치 현실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택했지만, 결국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까지 민주주의가 완벽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위기를 맞고 극복해나가는 동적인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토론과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실제로 2024년 계엄령 사태 때 특별수업 자료를 만든 교사들이 많았다고 보도된 바와 같이, 민주주의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김기수 교사 또한 그런 순간에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체험으로 전달한 교육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념적 편향성을 경계하면서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시민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김선생님법'은 부당한 권력 일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육이었습니다.


시민이 되는 것은 나이나 법적 지위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부당한 '김선생님법'에 맞서 스스로 '우리반법'을 만들어 저항하며 꼬마 시민으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합니다. 권력의 부당함을 느끼고, 그에 맞서는 힘을 기르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민 교육의 핵심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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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욕망 - 당신은 본능을 이길 수 있는가
최형진.김대수 지음 / 빛의서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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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왜 먹는지를 사회심리학적으로 해부하는 책 <먹는 욕망>.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최형진 저자와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김대수 저자는 식욕이라는 본능적 욕망을 심리, 기억, 문화, 산업, 사회 규범 등의 요소와 교차해 음식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조명합니다.


다이어트 책도 아니고 영양학 서적도 아닙니다. 먹는 행위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이자 심리 보고서입니다.


우리는 매일 먹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내가 선택해서 먹고 있는 걸까요? 우리의 일상적 선택이 얼마나 비일상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지금, 누군가 당신의 입맛을 조종하고 있다는 도발적인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최형진 교수는 현대 식품산업의 교묘한 전략을 해부합니다. 우리가 건강에 해롭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치킨과 피자를 주문하게 되는 이유,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가도 야식 배달앱을 켜게 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뇌과학적 근거와 함께 설명합니다.





김대수 교수가 제시하는 메타헌터(Meta Hunter) 개념도 흥미롭습니다. 인간을 높은 차원의 사냥 전략을 구사하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규정하면서, 우리가 더 이상 직접 사냥하지 않아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있게 된 진화적 배경을 추적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현대인의 과식 문제는 개인의 의지박약이 아니라 수백만 년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생존 본능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착각 속에서 이루어지는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최형진 교수는 "설탕을 고통으로 느끼는 돌연변이는 살아남지 못했고, 설탕을 쾌락으로 느끼는 돌연변이는 살아남았다"라며 우리의 미각 선호도조차 진화적 선택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최형진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대 식품산업이 이러한 진화적 약점을 어떻게 악용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안 좋은 줄 알지만 끊어내지 못하는 중독의 굴레 속으로 현대사회는 우리 각자를 몰아넣고 있다. 중독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사회의 수많은 작동원리 속에서 중독은 점점 더 강해지고 우리는 점점 더 약해진다."라고 말입니다.





왜 건강한 선택이 이토록 어려운지, 왜 의지력만으로는 식습관을 바꾸기 힘든지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가짜 쾌락을 구별하는 현실적 전략은 있는 걸까요? 교묘하고 은밀한 가짜 쾌락에 속지 않는 법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며, 진짜 배고픔과 가짜 식욕을 구별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줍니다.


김대수 교수는 사회생태학적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피할 수 없는 경쟁사회, 당신의 사냥전략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먹고 먹히는 관계의 메커니즘을 분석합니다.


습관과 중독의 차이, 그리고 비만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펼쳐집니다. 놀라운 점은 비만은 음식이 풍성해서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반대라고 합니다. 음식이 부족하고 불안정하여 생기는 음식 불안정(food insecurity)이 더 비만을 유발한다고 말입니다.


비만을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박약의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편견에 반박하며, 비만을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연결된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여줍니다.


스트레스와 감정적 폭식의 관계를 다룬 감정과 음식의 위험한 동맹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됩니다. 야근 후 치킨을 시켜 먹는 행위, 스트레스받을 때 단것을 찾는 현상, 우울할 때 폭식하게 되는 심리 등이 모두 뇌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책보다는 이해와 대안 모색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최형진 교수의 세계적 연구 성과인 GLP-1 비만치료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등장합니다. GLP-1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작용하여 어떤 심리적 기전으로 식욕을 억제하는지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여 2024년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한 겁니다. 위고비, 삭센다 등으로 알려진 혁신적 비만치료제의 작동 원리를 자세히 풀어냅니다.


김대수 교수는 기술의 발전으로 식욕 조절이 가능해진 시대에 인간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까라는 인간다움의 미래를 짚어봅니다. 인간은 사회적 구조 속에서 이웃을 배려하여 자신의 에너지를 나누어 준다고 합니다. 인간의 모습은 고차원적인 먹잇감 즉, 메타푸드(Meta food)라고 명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욕망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것을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먹는 욕망>. 본능은 억제의 대상이 아니며 그 본능을 추구하는 행동을 늦출 수 있을 뿐이라며 현실적인 접근법을 제안합니다.


최형진 교수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학적 통찰과 김대수 교수의 행동유전학적 분석이 만나면서 이론과 실무가 균형 잡힌 구성이 마음에 듭니다. 두 저자 모두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등에 출연하며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학자들이라 어려운 과학적 내용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먹는다는 행위가 더 이상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님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감정을 먹고, 기억을 씹으며, 관계를 삼킵니다. <먹는 욕망>은 먹는 행위에 담긴 복잡한 층위를 하나하나 해체해 보여줌으로써 더 자각적인 식사, 더 따뜻한 공감, 더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합니다. 음식을 조절하려 애쓰기보다, 내 안의 감정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진짜 식욕 조절의 시작일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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