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던 어느 밤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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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꽃님 작가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후 『죽이고 싶은 아이 1, 2』,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등으로 청소년 문학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신작 『내가 없던 어느 밤에』는 무려 10년간 가슴에 품고만 있던 이야기를 마침내 세상에 내놓은 작품입니다. 초판 한정 스페셜 더블커버 에디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작가 친필 인쇄 엽서도 있습니다.


작가는 “10년이란 세월을 가슴에 품고 있기만 했던 건 마음이 아파서였고, 슬퍼서였다”라고 고백합니다. 이런 무게감은 문장의 결에 녹아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이기에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망설이게 했을까요?





더는 돌아가지 않는 관람차, 조명도 음악도 없이 멈춰 버린 회전목마, 바람에 삐거덕대는 녹슨 놀이 기구들. 소설의 무대는 3년 전 문을 닫은 놀이공원 판타지아를 품은 지방 소도시입니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을 공간이 이제는 음습하고 황폐한 폐허로 변해버린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 상징성을 지닙니다. 놀이공원의 폐허는 곧 주인공이 지닌 내면의 상처와 상실감을 투영하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고등학생 소녀의 실종 사건을 계기로 10년 전 묻어두었던 비밀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미스터리의 양상을 띠며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이 미스터리는 사건 해결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 특히 청소년들이 겪는 복잡하고 아픈 감정들을 세심하게 포착해냅니다.


소설 속 삼총사 가을, 유경, 균은 각자 말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청소년이 겪는 고립감과 소통의 단절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꽃님 작가는 실종의 서사를 통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다들 그냥 이렇게 어른이 된 걸까. 그렇게 어른이 되어도 되는 건가? 그래서 세상이 엉망진창인 건가. 진짜 어른도 아닌 사람들이 어른인 척 살고 있어서”라고 말이지요.


나이만 먹고 진정한 성숙에는 이르지 못한 기성세대에 대한 청소년들의 실망과 분노가 담겨 있습니다. 동시에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비극적 사건을 출발점으로 하지만, 희망의 가능성을 놓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피상적인 위로나 성급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작가가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내가 없던 어느 밤에』에서 놀이공원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대정신의 은유로 읽힙니다. 한때 지역사회를 지탱하던 판타지아가 폐허가 되면서 소도시는 불안과 무기력에 빠집니다.


청소년기의 심리적 공백만이 아니라 공동체 붕괴와 지역 소멸이라는 사회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놀이공원의 불 꺼진 관람차는 곧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은유합니다.


미스터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상실과 불안에 잠식된 시대를 기록하는 문학입니다. 이꽃님 작가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아니라, 동시대 문제를 응시하는 청소년 문학의 증언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세월이 약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속엔 어쩌면 무책임한 낙관이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가 자연히 옅어질 것이라는 기대, 혹은 불편한 문제를 더 이상 들추지 않고 덮어두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10년이 치유의 시간이 아니라 죄책감과 두려움이 고여 있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여전히 매일의 삶 속에서 되풀이되는 현재형의 고통으로 말입니다. 『내가 없던 어느 밤에』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무심했는지, 또 어른들이 얼마나 쉽게 상처를 잊으려 했는지를 되묻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사건을 단순히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말하는 행위 자체가 치유와 성장의 출발이라고 말입니다. “차마 자라지 못한 아이들이 끝내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작품이라는 점은 공감을 넘어 책임의 감각을 불러옵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사회에서 청소년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 서사를 찾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내가 없던 어느 밤에』. 어른 독자에게도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어른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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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자부심 - 상실감, 수치심 그리고 새로운 우파의 탄생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이종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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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버락 오바마가 선정한 2024 최고의 책,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도둑맞은 자부심》. 앨리 러셀 혹실드가 자부심과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만들어냈는지 추적합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경제적 박탈감과 정체성 위기를 겪은 집단들이 우파 정치세력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도둑맞은 자부심은 국경을 초월한 정치적 감정 서사입니다.


켄터키 광산 노동자들의 몰락, 상실감이 분노로 바뀌는 과정, 그리고 트럼프를 ‘좋은 불량배’라 부르며 지지하게 된 심리까지 정치가 감정을 훔쳐 서사를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그저 분석가로 머물지 않습니다. 트레일러 공원, 마약 재활 모임, 교회, 노점 등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공감의 벽을 허물려면 반드시 상대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도둑맞은 자부심》은 수치심과 자부심, 분노와 절망이 어떻게 정치적 선택을 좌우하는지, 그리고 그 감정들이 어떻게 조작되고 이용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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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이서원 지음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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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숙제 같은 인생에 축제의 입장권을 건네는 책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이서원 교수가 들려주는 오십 이후를 빛내는 70개의 문장을 만나보세요.


나이 듦이 숙제가 아닌, 축제가 되도록 돕는 70개의 문장은 마치 삶의 두 번째 입학식에서 건네받는 안내서처럼 다가옵니다. 고전 철학자나 유명 인사의 명언뿐 아니라 이웃의 무심한 한마디에서도 인생의 지혜를 발견하는 눈이 탁월한 저자입니다. 일상 속 명언 수집가의 면모가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죽음을 의식하는 삶의 태도부터 다룹니다. 무겁거나 우울한 사유가 아닙니다. 저자는 “숙제 같은 오십 대 인생을 축제로 만드는 비법은 언젠가 나도 죽는다는 사실을 더 즐겁고 생생한 삶을 산다는 결단으로 연결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죽음을 숙제로만 두지 않고, 삶을 더욱 진하게 살도록 이끄는 동력으로 삼는 태도는 서구의 스토아 철학이나 불교적 무상관과도 통합니다. 끝을 의식할 때 비로소 지금을 살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불행으로만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땐 그게 전부였어.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라는 고백은 지난 선택을 후회 대신 당시의 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이 말 한마디로 자기비난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이들이 과거의 상처에 갇혀 있음을 본 저자의 성찰이 녹아 있습니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사실은 더 너그러워질 수 있는 지혜의 관문이 됩니다.


미루다 놓쳐버린 기회들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일화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줍니다. 지금이야말로 언제나 가장 젊은 시간이자, 가장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순간입니다.


청년기에는 성취와 성공을 향한 질주에 몰두하느라, 주변의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중년에 이르면 비로소 계절의 변화, 바람의 결, 작은 일상의 소리를 감각하게 됩니다.


“지혜는 내 입에서 나와 남의 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귀에서 나와 내 입으로 나가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듣는 능력이야말로 성숙의 증거임을 보여줍니다. 인생 전반부가 말하는 시간이었다면, 인생 후반부는 듣는 시간입니다. 타인의 목소리뿐 아니라 자기 내면의 작은 속삭임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인생의 계절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중년 이후를 늦게 피는 꽃으로 비유합니다. 아직 활짝 피지 못했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늦게 피는 꽃은 더 오래 향기롭습니다. “혼자서도 재미있게 고물고물 노는 법을 마련하기”라는 말처럼, 혼자 남게 될지도 모르는 노년의 삶을 두려움이 아닌 창의적 실험의 무대로 전환시킵니다.


걸음이 느려지면서 사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고, 잠이 줄어들면서 별들과 더 오래 대화할 수 있다는 관점은 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뒤바꿉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뻔한 조언이 아니라, 실제로 중년이 가진 고유한 장점들을 발견하고 활용하라는 실용적 지혜입니다. 관계가 줄어드는 시기를 새로운 자기 발견의 기회로 삼는 전환, 이것이야말로 축제의 태도입니다.


저자가 직접 쓰고 그린 그림과 글귀가 수록되어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삶에는 긴 터널 같은 시간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시간을 회피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대신 나를 바꾸려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 꿈쩍도 하지 않던 세상이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살짝 모습을 바꿔준다”라는 구절은 인생의 난관을 세상 탓이 아닌 내 시선의 전환으로 극복하는 지혜를 담습니다.


상담학적 경험이 뒷받침된 조언들은 견고한 회복탄력성을 심어줍니다. 긴 어둠 끝에서야 빛은 더욱 선명합니다. 어리석은 사람과 현명한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라고 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기 이해의 깊이입니다. 자기 자신을 일부만 아는 겸허함, 그리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태도는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처럼 바꾸는 핵심 열쇠입니다.


숙제처럼 무거웠던 인생이 축제처럼 가벼워질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만나보세요. 짧지만 깊은 70개의 성찰은 스스로의 언어로 다시 쓰일 때, 진짜 나의 것이 됩니다. 오십의 새 인생 매뉴얼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는 그 두 번째 봄바람을 맞이할 준비를 도와주는 든든한 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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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현대미술 - 21세기가 사랑한 예술가들
김슬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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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경매장에서 수백억, SNS에서 수백만 좋아요. 『탐나는 현대미술』이 들려주는 21세기 예술가 24인의 뜨거운 무대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도대체 이게 왜 예술일까라는 물음을 떠올리기 일쑤인 현대미술. 김슬기 미술 전문기자의 『탐나는 현대미술』은 이런 난감함을 풀어주는 친절한 길잡이입니다. 현장에서 미술을 취재해 온 저자의 눈은 대중과 전문가, 컬렉터와 아트페어를 연결하는 해설자 역할을 합니다.


이 책은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품과 작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술을 미학적 감상에 머물지 않고 사회, 자본, 그리고 시대의 욕망이 교차하는 장으로 풀어냅니다.





1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초현대미술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지금, 여기의 예술가들 이야기입니다. 스위스 로잔의 한 소년은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니며 철길 위에 밤마다 그래피티를 그리고, 아침이면 지워져 사라지는 그림 앞에서 허무와 자유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 소년이 바로 니콜라스 파티입니다.


그는 120미터짜리 풍경화 ‘일출, 일몰’을 워싱턴 D.C. 허시혼 미술관에 전시하는 작가로 성장했습니다. 그의 예술적 뿌리는 거리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불순함이 그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만들어냈고, 결국 미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비플의 등장도 충격적입니다. NFT를 통해 6,930만 달러라는 경매 역사상 3번째로 높은 가격을 기록한 그는 전통적인 미술계의 모든 규칙을 뒤집었습니다. 미술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예술의 정의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 외에 고전 회화의 장식성과 오늘의 시각문화를 오묘하게 접합한 플로라 유크노비치, 짧은 생애 속에서 강렬한 흔적을 남긴 매튜 웡, 아시아 아트페어에서 가장 각광받는 작가 중 한 명인 헤르난 바스 등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21세기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시대입니다. 캐롤라인 워커는 일하는 현대 여성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내며 시대정신을 반영했고, 록카쿠 아야코는 즉흥적인 붓질로 그려낸 소녀들의 세계를 통해 가와이 예술의 또 다른 장을 열었습니다.





2부에서는 컬렉터가 사랑한 20세기 거장들을 소개합니다. 이미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한 거장들입니다. 현대미술의 제왕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움으로 세계 미술시장을 지배해왔습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비싼 그림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사유를 압축한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생존 작가 중 경매 낙찰 최고가 기록을 가진 데이비드 호크니는 아이패드를 이용한 드로잉으로 세대 간 미술 경험을 잇고, 론 뮤익은 실물 크기를 뛰어넘는 조각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호크니의 색채와 뮤익의 사실적 조형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확장하는 미학을 구현합니다.


한국에서도 전시가 시작된 루이즈 부르주아는 개인적 트라우마를 예술 언어로 치환해낸 상징적 인물입니다. 그녀의 거대한 거미 조각은 보호와 위협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으며, 현대미술이 개인의 상처를 어떻게 집단적 경험으로 변환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조지 콘도의 분열된 얼굴, 나라 요시토모의 순수하면서도 저항적인 소녀 캐릭터는 SNS 세대에게 특히 강렬한 울림을 줍니다. 미술관을 넘어 굿즈와 패션으로까지 확장되는 이들의 이미지 전략은 현대미술이 어떻게 문화의 아이콘으로 소비되는지 잘 보여줍니다.


43점에 달하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수록하여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책에 실은 그림들의 가격을 한화로 추산하면 5000억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 자체가 하나의 가상 갤러리입니다.


『탐나는 현대미술』은 동시대의 욕망과 두려움, 자유와 불안을 동시에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하는 현대미술의 가치를 잘 보여줍니다. 김슬기 기자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시장의 맥락과 함께 풀어내면서 현대미술의 난해함을 매혹으로 전환시킵니다.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입니다. 예술의 상품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미술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작품을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 『탐나는 현대미술』을 읽으며 왜 이 작품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지, 어떤 요소들이 작가의 명성을 만드는지 알게 되면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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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어 발음 무작정 따라하기
오경은 지음 / 길벗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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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6년간 54만 독자를 사로잡은 영어 발음 바이블 <미국 영어 발음 무작정 따라하기>. 오경은 저자는 영어 발음을 연구하며 한국 학습자의 특성과 한계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 교육가입니다.


이 책은 1999년 초판 이후 지금까지 누적 54만 부 이상 판매된, 이른바 영어 발음 교재의 클래식입니다. AI 번역과 발음 교정 앱이 넘쳐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책을 찾는 이유는 발음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입과 귀의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귀가 뚫리면, 입이 열린다는 말로 영어 학습의 본질을 짚습니다. 단어와 문법을 아는 것과 실제 소리를 듣고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훈련입니다. 발음이 교정되는 순간, 듣기가 달라지고, 듣기가 열리는 순간, 말하기가 가능해지는 구조적 연결을 강조합니다.


Part 1에서는 발음이 왜 영어 학습의 핵심이 되는지 설명합니다. 시험 영어에 익숙해진 나머지, 우리는 소리 자체를 소홀히 했습니다. 사전 속 발음기호와 실제 원어민 발음은 다르다는 사실을 많은 학습자가 간과하는데, 저자는 이 불일치를 파고듭니다.


저 역시 독해는 되는데 입이 안 떨어지는 좌절감을 안고 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리듬 인식입니다. 원어민의 말하기는 개별 단어보다 문장 전체의 강약과 리듬으로 이해됩니다. 리스닝과 스피킹을 동시에 열 수 있는 핵심은 바로 이 리듬을 익히는 훈련에 있다는 것입니다.


Part 2에서 다루는 T 발음 8법칙은 이 책의 핵심입니다. t발음만 알아도 영어의 70%가 들린다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8가지 다른 소리로 변화하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정석 t 발음부터 시작해서, 굴리는 t(flap t), 콧바람 소리 t(nasal release t), n에 먹힌 소리 t(no audible release), 사라지는 t(silent t), 된소리 t(glottalized t), '츄'로 발음하는 tr의 t, 그리고 s 뒤의 소리 없는 t까지. 저자는 t발음의 다양한 변주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소개합니다.





water가 교과서식 발음으로는 [wɔ:tər]이지만 실제 미국식에서는 [wɑɾər]로 들리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면 원어민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일상 회화에서 자주 쓰이는 발음을 단계별로 훈련할 수 있도록 단어와 문장 예문이 풍부합니다. 한국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소리 변화를 우리말 표기와 입모양 그림으로 안내해 학습 장벽을 낮췄습니다.


Part 3에서는 영어 알파벳 소리의 확장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æ] 발음을 '애'로만 알고 있나요? 실제 소리는 한국어의 '에'와 '아' 사이 어디쯤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th] 발음도 마찬가지입니다. [θ]와 [ð]를 모두 'ㅅ'이나 'ㄷ'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thank와 tank, they와 day를 혼동할 수 있습니다.


g, d, r, l 같은 발음은 한국어와 미묘하게 겹치지만, 실제로는 다른 조음 위치와 강세를 요구합니다. 이를 단순 암기가 아니라 귀로 듣고 입으로 재현하도록 반복 훈련시키는 방식이 돋보입니다. [r] 발음에서는 'ㄹ'과의 차이를 강조하며, 혀를 굴리는 위치와 입술 모양까지 세밀하게 교정해 줍니다.


영어 발음을 완성하는 단계인 Part 4는 네이티브 리듬을 체득하는 과정입니다. 연음, 축약, 강세, 억양은 결국 원어민처럼 들리게 하는 최종 비밀입니다. want to가 일상에서는 wanna로, going to가 gonna로 들리는 이유를 이해하고 따라 할 때, 영어가 교과서 문어체에서 현실 대화체로 변환됩니다.





문장 리듬 훈련에서는 강조어와 약세어를 구분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원어민이 “I did call you”라고 말할 때, did를 강하게 발음하는 이유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차이를 감각적으로 익히면, 영어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억양과 뉘앙스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자주 틀리는 발음을 FAQ 형식으로 정리해 학습자 스스로 실수를 교정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각 단원 끝의 Practice Test는 실제 회화 상황을 반영한 훈련으로 구성되어 있어 성취감을 높여줍니다. 눈-귀-입을 동시에 활용하는 삼중 학습이 가능한 원어민 MP3 파일도 도움 됩니다.


영어로 의사소통할 때 상대방에게 신뢰와 매끄러움을 전달하는 건 발음입니다. 문법이 완벽해도 발음이 어색하면 전문성도 반감됩니다. 결국 발음은 소리 훈련을 넘어 커뮤니케이션의 신뢰 자산이 됩니다.


<미국 영어 발음 무작정 따라하기>는 영어 학습을 시작한 입문자에게는 발음의 기본기를 확실히 다져주는 길잡이가 되고, 리스닝 점수가 정체된 중급자에게는 귀가 트이는 새로운 돌파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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