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스타 2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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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배신, 우주전, 정치, 로맨스 조합이 제대로인 레드 라이징 시리즈.

형태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레이저 무기를 사용하고, 그래브부츠로 날아다니고, 펄스 갑옷으로 막고, 고스트클록 망토로 신출귀몰하게 돌아다니는 세계. 신기술이 접목되어 초인간의 모습이 된 골드는 솔직히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명예를 중시하는 모습은 고전적인 신화 영웅담을 보는듯했고요. 국내판 표지는 특히 이 부분에 초점맞춘 느낌이네요. 개인적으로는 리퍼(대로우)의 상징인 슬링블레이드와 모닝스타의 이미지를 볼 수 있어서 모닝 스타 원서 표지가 무척 끌리긴 했습니다.

 

 

 

<모닝 스타> 2권에서는 방대한 수준의 우주전쟁이 벌어지는데, 레드 계급 특유의 강점을 제대로 살려 우주전을 치르는 전략 전술이 감탄사 팍팍 나올 만큼 기막히더라고요.

 

"나는 밤하늘의 별이다. 나는 황혼의 칼날이다. 나는 신이며 영예다.

나는 골드다." - 책 속에서

 

인간이 실현시킬 수 있는 최선의 세상. 골드 계급은 인류를 지키는 질서 그 자체입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지 않았다는 개념이 자리 잡힌 세상입니다. 700년 동안 인류를 인도했던 골드. 전형적인 디스토피아 플롯은 그대로 따라갑니다. 폭군의 치세 하에 살아갈지, 자신의 운명을 직접 만들어 나갈지. 

 

 

 

"사슬을 끊어라."
사슬들을 깨부순다고 새로운 뭔가가 그냥 자라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대로우는 점점 깨닫게 됩니다. 이 모든 일들을 통해 성장하는 대로우. 수개월 간 어두운 겨울에 길을 찾을 때 보는 별, 봄의 일광이 돌아올 때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별인 모닝 스타. 샛별과도 같은 대로우의 성정은 증오와 복수가 아닌 정의와 미래를 위해 일어서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레드 라이징> 시리즈는 태양계를 아우르는 스케일 속에서 대로우 외 결코 비중이 적지 않은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도 빵빵하게 다루는데 캐릭터마다 볼매예요. 고급 표현을 쓰는 골드 계급 특유의 말투는 우아하면서도 신랄해 묘한 매력이 있고요.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면서 혈압 상승할 만큼 열받는 씬도 있을 정도로 흥분치를 확 올렸다 내렸다, 독자를 잘 휘어잡는 작가인듯하네요.

 

아쉬웠던 건 오타가 눈에 띄어 모든 것이 완벽하길 기대하는 레라덕후로서의 안타까운 마음이. 어쨌든 소설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제발 원작 망치지 않는 영화로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골드 계급이 비주얼 깡패 수준이라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이젠 영화 소식 본격적으로 들리기를 목 빼고 기다려야겠습니다.

 

"우리는 레드도, 블루도, 골드도, 그레이도, 옵시디언도 아닙니다. 우리는 인류입니다. 우리가 조류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우리가 빼앗긴 삶들을 되찾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약속된 미래를 건설할 것입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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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스타 1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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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징 3부작 완결편 <모닝 스타>, 얼마나 기다렸던지. 태양계를 배경으로 미래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레드 라이징 시리즈. 취향저격 소재여서 저는 정말 만족스럽게 읽었어요. 고전적인 신화 영웅 스타일에 최첨단 SF 기술이 접목된 전쟁신이 꽤 독특한 느낌입니다. 

 

 

 

솔직히 주인공이 잘 되는 결말이 예상되었지만, 그 과정은 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얽히고설킨 방대한 스토리였어요. 골든 선에서 배신 제대로 당하며 끝난 바람에 <모닝 스타> 나오길 얼마나 기다렸던지요. <모닝 스타>에서는 레드 라이징의 우주전 배경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스케일이 장난 아니랍니다. 

 

 

 

신화적인 영웅담을 생각나게 하는 비주얼인 만큼 이름도 그다지 친근하지는 않더라고요. 카시우스 오 벨로나 처럼 이름은 카시우스, 가문명은 벨로나일 경우 이름을 부를 때도 있고, 가문명으로 부를 때도 있고, 게다가 기관에서 얻은 별명으로 부를 때도 있으니 아이고~

 

 

 

"이 이야기는 이렇게 결론날 거란다. 네 비명도 격노도 아닌 네 침묵으로 끝날 거란다."

피어스 브라운 작가의 레드 라이징 시리즈는 매번 고대 신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시작합니다. 고상한 말투로 사악한 말을 내뱉는 인물들을 보면 섬뜩할 정도예요. 

 

연적에게 잡혀 몇 개월을 고생한 대로우는 반란군 '아레스의 아들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전투를 치르며 슬슬 원래의 리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내면의 흐름도 좋았어요. 

 

 

 

주인공 대로우 외에도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인물이 몇몇 있는데 그중에서 저는 세브로를 가장 좋아합니다. <모닝 스타> 편에서도 무척 기대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고요. 심각한 상황에서도 빵 터지게 하는 피어스 브라운 작가의 센스는 어쩜. 번역자의 센스이기도 할까요. 세브로의 말은 정말 원문이 궁금할 정도로 엉뚱하거든요. "지랄은 점점 더 발광한다."라는 저 말이 딱 세브로를 정의하는 문장입니다.

 

레드 라이징 시리즈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무너뜨릴 반란의 지도자가 된 대로우가 복수심으로 가득했던 내면이 점차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철저히 사악한 행동을 보여주면서도 절묘한 순간엔 인간의 온기를 담은 대로우의 본성이 드러나거든요. 이것 때문에 참 고생 많이 했고 <모닝 스타>에서도 고생하긴 합니다만.

 

<모닝 스타> 1권에서는 야만적인 매력을 뽐내지만 구식 전투 느낌을 받을 정도로 뭔가 미래 SF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타이탄 느낌인 옵시디언족과의 장면 위주여서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약간 영화 아바타 스타일이 생각나기도. 이런 분위기로 계속 진행하면 안 돼~~ 소리 나올 정도로 저한테는 뭔가 아쉬웠는데, 2권부터는 기대에 부응하는 장면 무더기 방출~!

 

 

 

완결편 나오면서 레드 라이징 삼부작 기념 배지도 등장해 레라덕후들을 심쿵하게 만드네요.

골드와 레드 계급의 상징물을 그대로 재현한 배지여서 소장가치 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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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나트랑 셀프 트래블 - 호이안.후에, 2017~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3
한동철.이은영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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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나왔던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이 벌써 개정판 나왔네요.

초스피드 업데이트 셀프트래블 짱~!!

 

2017-2018 최신판은 섹션을 더 보기 좋게 나눴어요.

미얀마, 라오스 셀프트래블을 쓴 부부 작가의 책입니다. 베트남에서 특히 핫한 여행지인 다낭, 호이안, 후에, 나트랑(현지에서 부르는 이름은 냐짱)만 집중 수록해서 오히려 더 실용적이기도 하네요.

 

 

 

완벽 휴양지로 부상 중인 다낭, 가장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도시 호이안, 왕조의 유적지 후에, 휴양지의 정석 나트랑. 무엇보다 다낭과 나트랑은 인천발 직항이 있어 5시간여 정도면 도착하니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곳입니다.

 

 

 

넓고 넓은 한적한 해변,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에 꼭 가봐야 할 50곳에 선정된 아름다운 해안도로 하이반 패스. 세계 10대 케이블카로 손꼽히는 케이블카도 타봐야 하고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 차이, 가장 긴 싱글로프 케이블카라는군요.

 

 

 

2017년 2월 현지 취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최신 정보로 여행 준비 든든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에서는 완전 저렴이 숙소보다는 3성급 이상 숙소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저렴이 숙소는 자체 홈페이지나 현지에서 직접 하는 게 더 낫다고 하네요. 대신 고급 숙소나 투어 포함한 여행상품은 여행사를 이용하는 게 더 낫다고 하고요. 투어는 내용을 잘 확인하고 가격 비교하라고 합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호이안.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호이안은 베트남 여행 중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입니다. 베트남 중부지방 최고의 액티비티인 에코투어는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다 만족스러울 거라 하니 가족여행으로 제격일 것 같습니다. 기기묘묘한 동굴이 있는 오행산은 절대 놓치지 말라 하니 더 궁금해지네요. 햇살 좋은 정오쯤에 방문하면 최고의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호이안 올드타운 산책도 빠질 수 없습니다. 전통적인 분위기 철철 흘러넘치네요. 투본 강 옆에 위치한 남색 기와지붕, 색색의 벽은 엽서 사진 분위기처럼 멋지다고 합니다. 계획 없이 슬슬 둘러보면 좋은 올드타운입니다.

세계 커피 생산량 2위인 베트남 커피는 시장에서 파는 저렴이는 가짜도 많고 바가지 위험도 있다니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스타벅스에 공급되는 커피도 구입할 수 있고 위즐, 콘삭 커피 등 특이한 커피 원하는 분이라면 베트남 여행 시 꼭 챙겨야겠습니다.

 

 

 

왕조의 유적으로 유명한 후에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경주 같은 역사 도시입니다.
후에 외곽 리조트에 머물려 느긋하게 즐기면 좋다는군요. 

 

 

 

해변과 고급 호텔촌, 휴양지의 정석인 나트랑. 머드 스파, 스노클링, 다이빙 등 해양스포츠와 스파를 즐기려면 나트랑이 제격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케이블카도 있다니 흥미로울 것 같아요.

 

도시를 벗어나 자연, 유적, 온천, 테마파크를 즐기기 좋은 다낭, 나트랑, 후에, 호이안.
무인도를 연상시키는 자연 풍경은 물론 럭셔리함까지 갖춘 리조트들도 많아 휴양 목적 여행지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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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혁명 - 실천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철학 이야기
신봉수 지음 / 나무발전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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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치는 더 이상 정치일 수 없다.

 

썩어빠진 정치를 겪다 보니 정치=권력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것만 보게 되니 정치는 결국 승자를 위한 게임으로 전락합니다. 권력정치는 인간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한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다들 느끼다시피 권력을 먹고 자란 정치가 스스로 권력을 포기하는 일도 없습니다. 위대한 철학자들도 해결할 수 없었던 정치권력.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셔야 했고, 공자는 정당하지 못한 왕에게 복종해 신하가 되려 했습니다. 저자는 권위 없는 권력의 시대가 낳은 결과라고 말합니다. 

 

정당하지 못한 정치권력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시대가 왔습니다. 정치권위에 대한 생각이 싹튼 겁니다. 플라톤의 철인 정치, 맹자의 왕도정치처럼 정치권위를 정치권력과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권위라는 용어는 로마시대 처음 등장했습니다. 권위주의라는 용어 때문에 정치권위라는 용어도 부정적 의미의 권력과 동일시하는 오해를 받습니다. 로마의 신은 인간들 속에서 권력이 아니라 권위를 가졌던 것처럼 권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권력과 권위의 구분이 안되니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문구로 썼다고 하는군요. 

 

 

 

정치권위는 혁명을 통해 국민이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도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폭력적 혁명 역시 한계는 있었죠. 정치권위가 사라지면 나타나는 극단적 현상인 전체주의가 생겨난 겁니다.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처럼 강제로 복종하게 한 시기입니다.현대에 이르러서는 법적 권위에 기대어 강제에 의존한 자유민주주의와 법적권위의 탈을 쓰고 권위로 위장한 권위주의 현상으로 결국 정치권력에 의존하는 우리의 정치 모습으로 변질했습니다.

 

 

 

정치권위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요. 정당한 정치권위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실종된 정치권위를 되살리려면 어떤 해법이 필요한지 궁금해집니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전통과 세속 권력의 맛에 빠진 종교의 상실이 권위까지도 사라지게 했다고 합니다. 혁명을 통해 도덕과 법이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권위를 찾지는 못했기에 군주제, 전체주의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권위의 기능을 권력과 마찬가지로 지배와 복종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입장은 서구 역사에서 그 원인과 해결법을 찾은 서구적 시각이라면, 동아시아의 정치권위 상실은 또 원인이 다르더군요. 도덕과 도덕정치를 강조한 유교의 작동은 훌륭했지만 서구에서 수입된 '현대'가 들어오면서 충돌이 생기며 문제가 된 겁니다. 

 

 

 

 

저자는 새로운 정치권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당성과 정당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당한 정치권위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국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여 자발적으로 복종할 때입니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제도적 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요소가 적극적 자유입니다. 외부 간섭으로부터 개인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소극적 자유라면, 적극적 자유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치적 평등을 뜻합니다.

 

도덕적 근거에 따른 정당성. 그리고 적극적 자유가 보장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합리적 숙고와 도덕적 판단에 따른 자발적 복종의 정당화. 정당성과 정당화로 정치권위를 되살려야 하지만, 문제는 정치권위의 부활을 막는 것들이 현 체제에서 상당히 많다는 거죠. 권력 좇는 자본과 정당처럼요. 정당화의 수단인 법을 통해 법치로 포장하기도 하고요.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정치체제에 따르기에 법도 정당화된 폭력이라 부를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치혁명>이란 제목이 더욱 와 닿습니다. 제도적 습관을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역사를 보면 결국 변할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있으니까요. 정치권력은 여러 이유를 핑계로 지배 수단을 마련하는 데 몰두합니다. 자격이 아닌 능력으로 지배를 유지하고자 하기에 우리는 적극적 자유로 실종된 정치권위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해법 자체보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데 집중한 책입니다. 정치철학에 문외한 저는 이 책 읽으면서 놀랄 노자에 몇 번이고 빠졌어요. 동서양 철학자들의 사상과 역사적 사건을 통해 본 정치철학 이야기는 생각 외로 흥미롭더라고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런 책으로 고등학교 수업하면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정치철학 책 <정치혁명>,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용어 때문에 진도는 느릴 수 있지만, 지금 이 시대를 만든 역사를 살펴보듯 찬찬히 정독해볼만 책입니다. 부제 '실천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철학 이야기'처럼 현실정치를 똑바로 바라보는 데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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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아야세 마루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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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안심하고 돌아갈 곳이 있나요?"

 

자극적이지 않고 무척 평범하지만 끝맛 담백한 소설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금요일, 도쿄발 신칸센을 타고 고향으로 간 다섯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단편 취향이 아닌 저로서는 음... 초반엔 이 소설이 확 끌리지는 않았는데, 마지막 장을 넘길 무렵엔 안 읽고 넘겼으면 아쉬웠겠다 싶을 정도로 괜찮았어요. 

 

토호쿠 지방으로 가는 그들. 토호쿠 지방은 도쿄 위쪽, 일본 동북부를 일컫는데 아오모리 현, 이와테 현, 미야기 현, 아키타 현, 아마가타 현, 후쿠시마 현을 아우른 곳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관광객 발길이 예전만치 못한 곳이죠.

 

 

 

첫 번째 이야기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 대학생 토모야는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갑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지내던 할머니가 뒤늦게 좋은 사람을 만나 그분을 따라 간 곳이라 연고 없는 그곳은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토모야는 할머니가 입은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께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했을 때 찬성이냐 반대냐 가족 간의 다툼이 심했는데 토모야는 궁금하기만 합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낯선 곳으로 떠날 용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런 토모야에게 할머니의 말씀은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새로 산 예쁜 원피스를 입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거, 오랫동안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단다." 그제서야 토모야는 홀로된 어머니나 아버지의 인생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변함없이 자식 뒤치다꺼리하다 곱게 늙어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우리의 부모님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인간인 것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늙어간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님을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리츠코는 약혼자 유키토와 함께 그의 부모님 댁, 후쿠시마로 갑니다. 그녀의 마음속엔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후쿠시마 이름만으로도 불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방사능 수치 등 나름 공부를 해가지만, 그곳에 사는 그의 가족들에게 실례를 할까 두렵습니다. 예비 며느리를 위해 준비한 초밥의 생선을 보면서도 멈칫하는 리츠코.

 

그런데 그곳의 일상적인 모습과 이미지는 TV에서 보던 후쿠시마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뉴스에서는 나쁜 이야기만 나오니까요. 평범한 이야기는 뉴스거리가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후쿠시마의 피해자들과는 상당히 다른 일상을 겪은 리츠코의 이야기 <탱자 향기가 풍기다>입니다.

 

 

 

어머니의 기일에 고향을 방문한 타케후미 이야기 <유채꽃의 집>.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느꼈던 감정과 기억들을 다시 꺼내듭니다. 어머니를 어머니의 껍질을 벗어던진 여자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아들.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것에 괴로워하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니까 무조건 우리들을 받아 주었으면 했으니까요.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니라면 이상하니까...... 어른이 되고 나서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처럼 바라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와 비슷한 주제인데, 타케후미가 어머니에게서 받은 섭섭한 감정이 어떻게 해소되는지 보여줍니다.

 

 

 

초등학생 치사토의 이야기 <백목련 질 때>. 어리다고 얕잡아 볼 수 없는, 깊이 있는 스토리였어요. 이모 결혼식에 가느라 어머니의 고향에 간 치사토. 얼마 전 함께 어울리던 학교 동생의 죽음으로 마음의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 아이의 아픔을 이해해서가 아닌, 그런 사고를 자기도 당할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꿈속에서 동물이 되어 몇 번을 죽고 태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다음 생엔 더 강한 것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드러납니다.

 

피어 있는 시간이 짧아 더 소중한 백목련을 좋아하는 할머니, 미야자와 켄지의 동화마을에서 켄지가 여동생의 죽음을 기리며 썼다는 <영결의 아침> 시를 읽어준 엄마 덕분에 치사토는 서서히 이겨냅니다. 무섭고 두려운 상황 속에서도 눈앞의 반짝임을 절대 놓치지 않고 끌어안는 켄지의 시가 특히 묘약이었어요. 

 

 

 

책 제목으로 쓰인 마지막 이야기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편. 앞서 네 사람 이야기 때마다 잠깐씩 등장하는 신칸센 차내 판매원이 이번 편 주인공입니다. 사이가 좋지 않아 의지할 데라고는 남동생뿐이었던 그녀의 어린 시절. 그녀가 성인이 되자마자 이혼한 부모님으로 인해 가족의 연이 없습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피로에 찌든 평범한 아줌마일 뿐입니다. 남동생 역시 결혼관과 가정관이 어둡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긴 하지만 부모님처럼 될까 머뭇거리게 되죠. 게다가 어머니의 재혼은 그들에게는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없다는 것만 남겼습니다.

 

신칸센을 타고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생각합니다. 인연이 있는 장소로 가는 그들의 표정은 무장해제된 느낌이라 그들의 고향은 어떤 곳일지, 어떤 사람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고향에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푹 잠든 모습이 나쁘지 않게 보이는 겁니다. 사실 고향에 남아 있는 이들과의 사이가 불편하거나 귀찮아서 마음 편히 고향에 가는 사람은 드물 수 있지만  그녀가 못 가진 진짜 따뜻한 가정에 대한 이상적 모습을 꿈꾸는 겁니다.

 

 

 

읽으면서 기차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훅 치고 올라옵니다. "플랫폼에 내린 순간 몸을 감싸는 따스한 공기에 이끌려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돌려보았다."처럼 저도 기차역을 나가는 순간 맡게 되는 그곳만의 냄새, 좋아합니다.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지역 명물은 토호쿠 지방을 여행한다면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싶을 정도로 감칠맛 나게 잘 그려내고 있어요.

 

안심하고 돌아갈 장소로서의 고향. 어긋나있던 관계도 고칠 여지가 있는 고향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다섯 편의 이야기. 밋밋할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 일상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담백한 에세이 같은 소설입니다.

 

내가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보다는, 편안하게 해 줄테니 누군가가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저 먼 곳에서 신칸센을 타고 와 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발견한 예쁜 것을 함께 보고 즐겨 주었으면 좋겠어. 그런 걸 해 보고 싶어서 가족이 가지고 싶은 걸지도 몰라. - 책 속에서

 

저는 처음에 당신은 안심하고 돌아갈 곳이 있는지 물었죠. 이번엔 질문을 바꿔봅니다.

"당신은 누군가가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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