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반역실록 - 12개의 반역 사건으로 읽는 새로운 조선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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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역사는 승리자의 역사. 반역이란 통치자에게서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을 빼앗는 행위입니다. 그 시대의 최고 권력에 맞서면 반역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성공하면 영웅, 실패하면 역적이 되는 이 묘한 이치를 정작 역사를 들여다볼 때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200만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외 22년간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를 펴낸 박영규 작가는 이번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조선시대 12개의 반역 사건에 숨은 진실을 통해 새롭게 조선사를 들여다보는 책 <조선반역실록>.

 

 

 

조선의 혁명가 이성계는 고려의 역적입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역모를 하면서 조선을 세웠습니다. 위화도 회군 정도의 토막 이야기만 알고 있었는데, <조선반역실록>에서 이성계의 역모가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며 의문을 풀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보니 이성계는 자신의 의지와 주변 상황이 맞물렸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인물이더라고요. 새삼 그 책략이나 실행력에 경탄했습니다. 만약 위화도 회군 이후 쫓겨난 우왕의 아들인 아홉 살짜리 창을 왕위로 세우지 않고, 이성계의 뜻대로 왕실 인물 중 덕이 있는 자를 골랐더라면 고려의 역사는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해집니다.

 

 

 

고려왕조의 피 묻은 손에 의해 세워진 조선. 이후 정몽주와 이방원, 이방원과 정도전의 싸움도 정말 살 떨리는 스토리였습니다. 왕이 된 후 치세가 어떻든 그 자리에 올라서고 왕권을 굳히기까지의 과정은 전쟁이었습니다. 선비처럼 점잔 빼는 전형적인 양반의 모습으로만 이미지화해서인지 내심 많이 놀랐어요.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 스토리도 영화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는데, 왜 수양대군이 당시 크게 문제 될 것 없었던 정치판에 뛰어들었는지 그 과정이 나옵니다. 유명무실해진 왕권을 강화하겠다는 일념만큼은 진심이었을 겁니다.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진 허균은 워낙 다양한 계층 사람들과 사귀길 좋아한 탓에 오히려 화근이 된 사례였습니다. 광해군의 신임을 받았지만 결국 정치의 희생양이 됩니다.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정여립 역시 자유로운 사상가로서 시대를 잘못 만나 영웅이 아닌 역도로 몰려 생을 마감했습니다. 둘 다 원인을 스스로 제공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말입니다.

 

<조선반역실록>에서 다룬 반역자들은 성공해서 왕이 된 이도 있고, 실패해서 죽은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로 세운 조선이어서 그럴까요. 피는 피를 부르는 식이었습니다. 고려의 피로 조선을 세운 이성계, 아비의 역적이 되어 왕이 된 이방원, 그의 손자 수양은 조카를 내쫓고 왕이 되었습니다. 신하들 사이에서도 역적 고변이 출세길이 되어 거짓 역모로 정치의 희생양이 된 이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실록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에 대사를 적절히 가미해서 드라마 보듯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반역사를 총망라한다면 너무 방대한 작업이 될까요. 12개의 반역 사건을 다룬 <조선반역실록>에 나온 사건 외에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개할만한 의미가 있는 사건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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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인가 - 갖춰라, 만들어라, 옮겨라
강준린 지음 / 북씽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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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꼭 필요한 세 가지 인성, 상황, 실행.
이 세 가지를 융합해야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무엇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인가>.

 

 

 

사람마다 성공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르지만, 즐거운 삶이란 것 아니겠어요. 즐거움이라는 생활태도가 결국 행복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인성을 갖춰야 합니다. 신용은 사람의 기본입니다. 인간관계 문제이기도 합니다.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죠. 원활한 인간관계에도 계획은 필수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 정성과 진심을 다하는 것이 신의를 중요시하는 태도 말이죠. 마틴 루터 킹이 "나는 내가 가진 원칙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가슴에 박힙니다.

 

 

 

나를 탄탄히 세우려면 자기 비하 대신 자신감을 키워야 합니다. 열등감이 생기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 만큼 내 안의 열등감을 바라보고 극복해나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때 자신감을 세우는 일도 동시에 이뤄집니다. 열등감을 없애는 동시에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어디에 관심 있는지 파악해봐야 합니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세 가지 중 '상황'을 갖춘다는 의미는 이기는 상황을 계획하는 겁니다.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리한 관점으로 분별할 줄 알아야 하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높은 위치에 서고 싶다면 자신의 한정된 시각을 뛰어넘어야 하고, 자신의 시각을 뛰어넘으려면 반드시 먼저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시야가 인생을 결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정도로 저자는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어요.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는 어떤 인생을 가지고 있는가 이기도 하다면서요.

 

이 모든 것은 실행에 옮겨야 얻을 수 있습니다. 인성을 갖추고, 상황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이해는 필수입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물어봐야 일을 해내는 기술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욕구, 희망, 가치관, 장점이 저마다 다른데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을 시작하면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결국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인생 성공 비결이라는 거창한 물음 속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탐구하는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면 그것을 알기 위해 이런 노력들을 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 책 <무엇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인가>.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인생살이 태도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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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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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대중화의 기수 박영규 저자의 22년간의 노고가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2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역사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완결판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밀정』, 『동주』, 『박열』, 『군함도』 등 일제강점 시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187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정리해 일제강점 시대를 한 권의 책으로 섭렵할 수 있어 역사 초심자에게 딱 알맞은 책입니다.

 

그동안 일제강점 시대를 독립운동사 중심만으로 접했다면, 이 책은 관점을 넓혔습니다. 광복 72주년을 맞아 수치와 고난의 역사로만 기억됐던 일제강점 시대를 '지배와 저항'의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적으로 담은 책입니다.

 

 

 

박영규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제강점 시대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으로 접근합니다. 35년간 통한과 고통의 세월을 겪으며 무력감과 불안, 원망 혹은 망각하게 된 일제강점기 역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벗어나 스스로를 격려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역사를 잘 알아야 합니다.

 

빼앗겼다, 저항했다, 되찾았다 개념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 시대를 지배했던 총독, 일본인, 친일 관료와 친일 세력, 정책의 영향, 문화와 문물, 대표 사건과 인물, 민초들의 삶 그리고 세계사 흐름까지 총체적으로 다룬 <일제강점실록>은 일제강점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을사늑약, 한일병합조약 등 국권 수탈 시기의 각종 조약 전문을 보는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저 이름만 알던 수준을 벗어나 일제의 대한제국 국권 강탈 과정과 배경, 채결된 조약 내용을 제대로 접할 수 있습니다.

 

 

 

국권 수탈기에는 신문명의 물결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철도, 전기, 전화, 수도 등이 일상 속으로 파고듭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1910년대 식민지 작업기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제 침탈 전초 작업이었지만요.

 

식민지 작업기에는 한국인의 사고, 가치관을 통제하고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일본화 작업을 합니다. 한국인의 황국신민화 작업은 조선 교육령을 통해 박차를 가합니다. 결국 학교에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시기에 민족운동의 분수령이 된 삼일운동이 있었습니다.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도 기자 덕분에 광주 사건이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일제강점기 만행 중 하나인 제암리 학살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암리 학살 사건은 일본 헌병대가 얼마나 무자비하게 삼일운동을 진압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군요. 당시 캐나다 선교사의 사진 덕분에 일본의 만행이 세계에 폭로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1920년대에는 아나키스트 중심의 무장 독립단체 의열단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흑도회로 활동한 '박열'도 언급하네요.

 

 

 

1930년대는 전쟁광이 된 일제와 총독부의 민족말살정책이 본격화한 시기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도 무척 많았습니다. 독립군도 폭도도 아닌 제주 해녀들의 경찰 주재소 습격 사건도 있었고요.

 

영화 『박열』에서 나왔듯 간토 대지진 사태를 반체제 세력 척결로 이용해 일본인 자경단까지 결성되어 한국인의 엄청난 피해를 낸 간토 대학살 사건과 내막은 다르지만, 한국인과 중국인 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를 입은 중국인들. 원래 중국과 일본 문제였지만 일본의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한 오보 때문에 한국인이 중국인을 상대로 학살극을 벌이게 된 완바오산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결과 일제의 패망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마지막 발악은 고스란히 우리의 고통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제의 징병제와 함께 여성들까지 전쟁 인력으로 사용하며 가난과 노동력 착취 등 암흑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암흑기에도 신학문을 익힌 문인들이 한국 문학 발전을 이뤄냈고, '최초'라는 수식어가 넘쳐나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억압과 통제 속에서 변모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짚어줍니다. 한편 중일전쟁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입힌 이봉창 의거, 한국 독립운동사의 뼈아픈 사건인 자유시참변 등 독립운동사의 이모저모를 다루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대한제국의 몰락에서 대한민국의 독립까지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고려, 고구려, 백제, 신라, 대한민국에 이어 마지막 일제강점실록까지. 일곱 권의 실록 시리즈는 초심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는 않게. 한국사를 폭넓게 바라보며 접근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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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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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작 <범인에게 고한다>에서 등장한 마키시마 형사가 나오는 <립맨>. 경찰소설 분야에서 제대로 자리 잡은 작가의 소설이라 마키시마 형사 활약이 클 줄 알았는데, <립맨>은 오히려 범인에게 눈길이 끌렸습니다.

 

범인, 피해자, 형사 간의 속고 속이는 치열한 머리싸움을 볼 수 있는 <립맨>. 잡힐 것이냐, 잡을 것이냐 도무지 짐작되지 않아서 두툼한 분량쯤은 문제 될 것 없이 훅 읽어나가게 되는 흡인력 있는 소설입니다.

 

 

 

동생과 함께 보이스피싱 사기단에서 활약 중인 도모키.  부모의 사망으로 동생과 남겨진 그에게는 이 세상을 헤쳐나가기 힘들었습니다. 합격했던 회사가 갑자기 부도 날 지경에 이르는 바람에 채용 내정이었던 입사를 스스로 포기하도록 강요 당한 후 결국 사회 밑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우연히 보이스피싱 총책의 눈에 띄어 함께 일을 한 이후 바텐더로 일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돈맛을 봅니다. 그러다 성공적으로 일을 끝마친 어느 날, 사수 아와노의 이상한 말 한마디에 직관적으로 몸을 피하면서 때마침 사무실을 급습한 경찰에게 잡히지 않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던 도모키와 동생. 

 

 

 

결국 다시 바텐더 생활로 돌아간 도모키. 그런데 사수 아와노가 찾아와서 함께 일하기를 제안합니다. 대일본유괴단이라는 이름으로 유괴 사업을 하겠다는 아와노. 유괴 사업이라니. 인질을 유괴하고 몸값을 받고 인질을 해치지 않고 돌려보내는 방식의 유괴말입니다. 그것도 기업을 상대로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수 아와노 같은 남자가 내 편에 있으면 큰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는 듯한 아와노에게 끌리는 도모키.

 

도모키의 친구들은 이제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고, 동생은 여전히 세상 물정 모르고. 밤의 세계에서 일하는 그는 이제 낮의 세계로 나서고 싶습니다. 게다가 아와노가 말한 기업을 상대로 한 유괴 사업으로 지목한 곳이 바로 도모키의 인생을 망가뜨린 그 회사였으니 어찌 끌리지 않을 수 있겠어요.

 

 

 

결국 아와노와 도모키 형제가 함께 합니다. 스파링 상대로 가볍게 한 건 하고, 곧장 도모키와 악연인 그 회사의 사장과 사장 아들을 동시에 유괴하는데 성공합니다. 아이까지 납치하는 것은 도모키에게 저항감을 주긴 했지만, 이 유괴 계획 자체가 도모키의 복수심을 밑바탕으로 깔고 갔기에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전 직원 모두가 죽을 각오로 이를 악물고 애썼어. 마침내 이뤄 낸 수익은 사원 모두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이라고. - 가쓰토시

 

나는 당신 같은 금수저가 아주 싫어. 축복받은 환경 덕분에 성공했을 뿐인데, 마치 자신의 노력으로 그렇게 된 것처럼 생각하는 녀석을 보면 정말 역겨워.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쳐 왔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주변에 있는 몇 명의 노고에 보답한 것만으로 자기만족에 취하지. - 도모키

 

 

 

이 과정에서 교묘하게 인질과 신뢰 관계를 만드는 아와노. 아빠와 아들 중 먼저 풀어 주는 건 아빠 쪽이었습니다. 이 유괴 계획은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던 겁니다. 아들이 인질로 잡혀 있는 어쩔 수 없는 심정에서 경찰에게 협조하지 않고 몸값을 지불하도록 하는 계획인 거죠.

 

하지만 이 사건을 맡은 수사대의 책임자는 마키시마 수사관. 보이스피싱 사기단 적발 작전을 담당하기도 해 보이스피싱 사기단에서 살아남은 세 명이 힘을 합친 유괴단으로서는 상당한 악연인 셈이네요.

 

예정대로 아들의 몸값을 지불하는 날이 다가왔는데, 범인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결국 경찰에게 진짜 계획을 말해버린 피해자. 하지만 천재 사기꾼 아와노는 이조차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해뒀습니다. 이쯤 되니 자연스럽게 아와노에게 경탄하게 되더라고요.

 

이제 범인들과 경찰, 피해자 가족 삼자 간의 속고 속이기다.
저마다 적이 있을 뿐 아군 따위 없다.

- 책 속에서

 

 

 

"네가 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깔끔하게 유괴해 줘도 되고."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성격 쩌는 아와노. <립맨>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는 캐릭터입니다.

 

위험이 닥치기 전 매번 "레스틴피스"라는 말을 내뱉는 아와노. 보이스피싱 사업 때 눈엣가시였던 전 직원을 해치운 의심을 받기도 하는데요. 당시 피해자 셔츠에 펜으로 R.I.P (Rest in peace 편히 잠들라)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 말을 그에게서 듣는 순간 인생은 끝장난다고 보면 될 정도네요.

 

범인과 인질 가족 사이의 뒷거래에서 정작 아와노의 생각은 많이 드러나질 않습니다. 범인 일당인 도모키와 피해자인 사장, 마키시마 수사관 시점 위주로 진행해서 아와노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미스터리한 아와노에게 은근 끌렸습니다.

 

어둠을 품은 안타까운 청년 도모키, 부도 상황인 회사를 물려받아 재기에 성공한 사장, 인질 가족에게 뒤통수 맞고 범인들 뜻대로 휘둘리는 상황을 맞이한 마키시마 수사관. 그들 각자에겐 나름의 명분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일방적인 비난을 던지기 힘들 정도로 도덕적 갈등을 안겨주는 상황이어서 더 몰입해 읽어나갔던 것 같아요.

 

매뉴얼대로 살아낼 수 있는 세상이라면 편하겠지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국 삶의 방향은 달라지는 걸 보여준 <립맨>. <범인에게 고한다> 3탄을 예고하는 듯이 결말지어 벌써 기대됩니다. 결말이 예술입니다. ㅎㅎ <범인에게 고한다> 1탄 이후 2탄이 나오기까지 너무 긴 세월이 흘렀는지라 3탄도 그리될까 봐 애타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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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정원 - 좌우를 넘어 새 시대를 여는 시민 교과서
에릭 리우.닉 하나우어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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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를 넘어 새 시대를 여는 시민 교과서 <민주주의의 정원>. 경제와 정치 이야기를 어려워했던 분이라면 에릭 리우, 닉 하나우어 저자가 경제와 정치를 정원으로 묘사해 설명하는 이 책 추천해드려요. 청소년들도 읽을만한 책입니다.

 

<민주주의 정원>은 경제와 정치를 여러 가지 변화가 조합된 복잡 적응 시스템인 정원으로 표현합니다. 정원의 생태계를 가꾸는 정원사는 바로 시민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에서 제한적인 선택만 해왔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중도를 지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편협한 선택, 오래된 패러다임, 제로섬 승부 등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정치와 경제가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과 그에 맞는 새로운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민주주의의 정원>은 능력 있는 정원사가 되려면 어떻게 관점을 바꿔야 하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관점은 기계형 지성이라 부르고, <민주주의의 정원>에서 제안하는 관점은 정원형 지성으로 구분합니다. 생각, 행동, 인식 면에서 어떻게 차이 나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들어맞았던 것들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데, 우리는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갇혀 생각합니다. 예전 세계관과 오늘날을 비교해 설명하면서 인간행동의 추진력이 되는 사익에 관한 개념부터 바꿔버립니다. 이제는 진정한 사익은 공동의 이익이라는 것을요.

 

 

 

경제는 완벽하고 스스로 교정이 가능한 기계가 아니라는 걸 이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경제도 하나의 정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부에 대한 생각, 시장에 대한 생각 등을 기계형 지성과 정원형 지성 간에 비교해보면 우리가 변화해야 할 관점이 어떤 것인지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부의 편중은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합니다. 부유한 자본가로부터 보통의 시민들을 향해 물 흐르듯 흘러가는 개념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는 걸 우리는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 세계를 맞이하며 실감하고 있습니다. 부자들이 왜 지금 이 순간 세금을 조금 더 내는 편이 결과적으로 좋은 투자인지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부 담론에 관해서도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논쟁보다는 목표 설정과 달성 방식을 구분해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정부는 우리가 각자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가 만들어낸 존재입니다. 정부는 그들이 아닌 '우리'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정치, 경제, 시민의식 등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방식을 이해하게 되면 이런 의문이 남습니다. '나 한 사람만 바뀐다고 이 세계가 바뀔까?'. 결국 나 몰라라 손 놓고, 내가 할 일이 아니라며 미루는 이런 사고방식 자체가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히면 나오는 생각이라는 걸 <민주주의의 정원>을 읽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전염학적 관점으로 해결합니다.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촛불시위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룬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가능한 일이라는 걸 느낍니다. 모방의 사슬이 되는 인간 행동은 결국 이 사회가 내가 행동하는 대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일상의 아주 작은 리더십이라는 책임감을 가졌을 때 발휘합니다.

 

우리가 행동하는 대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사고하라는 게 <민주주의의 정원>이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정원사는 정원을 절대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자연을 '만드는'것도 아닙니다. 대신 '가꾸는'겁니다. 이건 자신의 적극적인 손길에 달려 있습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새로운 방식은 좌파, 우파, 중도로 나뉘는 게 아니라 보수적일 때도, 진보적일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이 아닌 상호의존적인 사회적 인간입니다. 상호의존, 상호협력, 상호이익을 인지해 건강한 공동체와 사회를 위해 진정한 시민의식이 필요합니다.

 

우리 손으로 이 세계를 돌보는 방법을 보여준 <민주주의의 정원>. 사회는 당신이 행동하는 대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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