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눈이 내리면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2
디나 루비나 지음, 강규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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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러시아문학에 익숙해 있던 탓에 20세기 말~21세기 러시아 현대문학은 낯섭니다. 현대 감성을 담은 러시아문학은 어떤 분위기일까...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소설 <세컨드 핸드 타임>을 시작으로 이야기가있는집에서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가 출간되고 있습니다. 시리즈 두 번째 소설은 현대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인 디나 루비나 작가의 단편집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입니다.

 

 

 

한국어판에만 수록된 단편 『두 개의 성』과 자신의 10대 시절 경험이 바탕이 된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을 포함해 단편소설 9편을 만날 수 있는 디나 루비나 단편집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

 

『두 개의 성』은 러시아 채널1에서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는데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소설 중 저도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내와 불륜남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정성껏 돌본 남자. 자신을 제외하고 이 아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극정성으로 돌봤지만 결국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불륜남과 가정을 새롭게 꾸립니다. 아이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아빠는 아이를 다시 자신의 인생에 포함시키려 하는데...

 

아빠가 두 명인 사춘기 남자아이와 지금은 아이와 떨어져 있지만 함께 살고 싶은 아빠의 독백을 오가는 구성입니다. 이 소설은 독백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고, 한 번 뒤집어주는 결말도 독특했어요.

 

 

"하룻밤 새 온 도시의 청소부가 사라져버렸다."로 시작하는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 책 표지에 단아하게 자리 잡은, 이 소설의 첫 문장입니다.

 

5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남매를 키우던 아빠가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나버린다는 배경 설정이 절 당황하게 했지만. 사고로 잃은 엄마에 대한 기억처럼 아빠 역시 잃고 싶지 않은 열여섯 살 니나의 시점에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과거에 집착하던 것에서 벗어나 진짜 인생을 살아야 함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니나의 성장기이기도 합니다.  

 

아침 무렵 창밖으로 천천히 눈이 내렸다. 눈은 마치 처음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 땅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소리 없이 녹초가 되어 떨어졌다. 먼 길을 지나 사람들을 진정시킬 수 있는 현명하고 위로의 마음을 품은 눈이 돌아왔다… - 책속에서

 

 

 

 

못생겼지만 매력적인 알투호프가 떠난 후에야 사랑을 깨닫게 되는 한 여자의 이야기 《괴짜 알투호프》. 일반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불가능한 특이한 성격으로 치부했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는 쓰라린 상처만 남깁니다. 

 

단편집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에 수록된 9편의 이야기들은 배경도 상황도 익숙한데도 묘하게 꼬아 낯선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미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픈 결말 식이어서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방식이긴 한데 스토리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문체는 평이한데도 스토리가 단박에 이해되지 않는 장면도 있어 아주 쉽게 읽혔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어요.

 

상실감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단편집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평범한 삶에서 내가 놓친 무언가를 찾아내는 여정 또한 희극과 비극이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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