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 세 여자의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윤선영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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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딸 대신 여행길에선 오롯이 '윤선영' 자신이 되어 있음을 깨달은 후 여행을 이어온 윤선영 저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서도 여전히 방학마다 여행 갈 생각에 빠져있는 천상 여행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10년 넘게 홀로 여행했지만 서른 줄 넘어서니 슬슬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 그리웠다네요. 그 첫 스타트를 무려(?) 가족여행! 국제선은 이번에 처음 타 보는 엄마를 여행 파트너로 삼았습니다. 거기에 꼽사리 낀 골드미스 이모까지. 여자 셋이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게다가 인도로 말이죠. 호불호가 극명한 인도를 선택한 이유는 엄마의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무조건 인도로 GO!"

 

아니, 왜 하필 인도죠? 젊은 시절의 엄마가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즐겨 읽었고, 당시엔 인도가 유행이었다고 하는군요. 인도는 엄마의 젊은 시절을 되새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윤선영 저자도 원래부터 인도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20대 때 네 번이나 다녀왔을 정도로 인도 홀릭입니다. 그런 그녀조차도 엄마의 첫 해외여행지가 인도보다는 다른 곳이길 은근 바랐을 정도였지만. 결국 인도행으로 낙찰.

 

 

 

세 여자의 인도 배낭여행기. 시작부터 불안의 조짐이 스멀스멀~
이모님 배낭은 도라에몽 주머니! 고무장갑까지 챙긴 저 꼼꼼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네요. 까칠 대마왕 이모의 배낭을 함부로 손대기도 어렵고 ㅋㅋ

 

 

 

인도에 도착하고서부터 엄마와 이모는 호기심쟁이가 됩니다. 도대체 왜 도시에 염소가 있는지, 인도를 처음 찾는 여행자의 눈에는 모든 것들이 다 신기합니다. 인도엔 흔한 사이드미러 없는 택시. 여사님들 초긴장 상태 돌입합니다. "우리 나눠서 타고 가까? 셋 다 죽으면 시체는 누가 한국에 가져가노?"라는 빵빵 터지는 대사는 기본. "여기는 인도니까."로 모든 답을 해결하는 센스 답변까지. <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는 초보 여행자의 시선에서 다른 나라 문화의 충격을 소탈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캘커타에서는 사랑의 선교회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면서 흔한 관광지 찍고 오는 여행이 아니었어요. 그러고 보면 인도 여행기 책들은 유독 관광지 이야기는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인도 그 자체의 문화가 그만큼 충격적이어서일까요.

 

 

 

<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에서는 윤선영 저자가 왜 인도를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밝혔는데 다른 인도 에세이에서는 그동안 못 봤던 새로운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No problem.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람들이 있는 인도. 어떻게 보면 게으르고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그래서 인도를 찾는 이들이 한국에서 누리지 못했던 여유를 한껏 누려보고 돌아오게 되나 봅니다.

 

엄마와의 첫 여행에서 엄마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어린 시절 붙어있을 때는 그저 불평불만의 상대로서의 엄마였을 뿐이고, 독립 후에는 1년에 한두 번 볼까말까. 그래도 그 누구보다 엄마와 마음만은 가장 가까우니까 모든 걸 다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겁니다. 알게 모르게 선입견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엄마와 인도 여행을 하면서 딸은 더 성숙해집니다.

 

 

 

관광객으로 여행을 해왔던 그녀는 엄마야말로 여행생활자 스타일이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낯선 곳에서의 빠른 적응력은 그저 뻔뻔함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저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마인드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여행 중에 평소 생활 태도와 달라질 것은 없는데 말이죠. 여행을 일상의 일탈 목적으로 여길수록 여행 중에는 뭔가 다르게 행동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해요.

 

 

 

바라나시에서의 무념무상 일상은 빠듯한 일정 속에서 쉼표를 줍니다. 숨어버려도 괜찮을 것 같은 안개의 도시 맥그로드 간즈도 무척 인상 깊었어요.

 

인도 여행에서 저렴한 망고를 몇 킬로씩 먹다가 망고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모 에피소드도 재밌었고, 카레 쳐다도 보지 않던 엄마가 마지막엔 한식을 포기하기도 한 에피소드 등 가족과 여행하다 보면 분노가 솟구치다가도 찡한 마음에 울컥할 때도 많죠.

 

 

 

'이 여행은 엄마와 이모를 위한 여행이다'라고 최면을 걸면서 여행했다는 윤선영 저자는 이제 엄마와 이모에게 코 꿰어버렸어요. 여행지에서 아이처럼 좋아하던 엄마를 보면서 앞으로 엄마와 여행 자주 다녀야지 결심하다가도, 막상 닥치면 혼자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한 게 자식 마음 ㅋㅋ. 또 가고 싶어서 병 나버린 이모와 "나도 데려가라." 한 마디 던진 엄마. 빵빵 터지며 읽은 책이어서 다음 여행기도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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