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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머무는 밤
현동경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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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속에서 읽어야 할 것 같은 <기억이 머무는 밤>.
사람의 향기를 좇는 여행자, 현동경 저자의 조금은 독특한 여행에세이를 만났습니다.
첫 번째 밤부터 일흔여섯 번째 밤까지 짧은 단상. 시적인 감성이 가득해 잔잔한 느낌으로 읽어내려갔네요. 여행에세이라지만 일기장을 읽는 기분입니다. 무르익은 20대를 보내는 저자답게 청춘과 감성 코드가 어우러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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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면서도 정작 여행 이야기는 드문드문 만날 수 있어요. 지명조차 언급하지 않는 글도 있는가 하면, 여행 에피소드 역시 사람 냄새 가득한 글입니다. <기억이 머무는 밤>에서 말하는 여행은 기억의 밤으로 떠나는 여행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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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힘이 있습니다. 유난히 빨리 닳는 신발을 보면서 그동안 지나온 길을 떠올리기도 하고, 문고리 돌리는 행위에서 삶의 의욕을 다시 조이는 '시작'의 의미를 찾기도 합니다.
감정과 온도를 머금은 기억은 언제나 머물다 가는 것이기에 여행길 위에서 사람과 함께였던 시간을 글로 남기기 시작한 현동경 저자. 누군가는 사진으로, 글로, 그림으로, 노래로...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하겠지만 누군가는 사람을 기억할 겁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다음에 다시 만나도 그때를 기억하게 되니까요. 뭔가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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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는 유쾌 발랄보다는 글루미한 분위기였어요. 일상의 무게감을 팍팍하게 안고 사는 20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다짐은 최소한으로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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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여유를 배웠지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달라질 줄 알았던 삶과 그렇지 않다는 사실 사이의 괴리감에 공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이 현실에서 잊혀가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누구나 처음인 삶. 설레는 마음을 잊어버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합리화하는 모습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것 또한 삶이라 자조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타인의 시선이 더 견디기 힘들어 애써 무시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는 깨닫습니다.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싶다가도 처음인 오늘을 살아내면서 만난 감정을 끄적이다 보면, 결국은 내 감정을 알아챈다는 걸 <기억이 머무는 밤>에서 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성장하는 거겠죠. 사람이 고플 때 그녀의 기억 속을 함께 거닐어보세요.
우리는 오늘도 설렘과 두려움, 사랑과 여행이 한데 섞여 인생을 살아가고 있겠지. 나는 내 방식대로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다만 문득 궁금한 것은 나는 그리고 당신은 무엇에 설레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