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면 다를수록 - 최재천 생태 에세이
최재천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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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의 생태 에세이 <다르면 다를수록>.
모든 생명체들은 제각각 특별하며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생태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과 동식물의 공존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이 담긴 책입니다.

 

 

일러스트가 곳곳에 자리 잡은 자연과학 에세이인데다가 신기한 이야깃거리가 많아 읽는 맛이 좋습니다. 수백만여 종의 동식물, 미생물, 그들이 담고 있는 유전자, 그들의 환경을 구성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생태계 등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풍요로움을 들여다봅니다. 아름답고, 특별하고, 재미있는 자연 이야기 <다르면 다를수록>.

 

 

 

우리는 그 어느 누구도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늘 다른 생물들과 함께 진화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습니다. 유전자, 종, 생태계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일인데 말입니다.

 

더 좋은 품종을 얻기 위해, 좋은 유전자만 남기기 위해 점점 유전자 다양성을 상실하는 시대. 유전자가 다양한 집단은 병원균 공격을 받아도 몇몇 약한 개체만 희생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광우병, 구제역, AI 등 사태를 보면 순식간에 전체가 감염될 수 있어 살처분하는 것도 유전자 다양성을 상실해서입니다. 인간 역시 좋은 유전자만 골라 치환하고 조작하는 시대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오싹해지네요.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한 단상은 삶과 죽음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진화생물학자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 의미를 사고하는 우리가 그토록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경쟁, 포식, 기생, 공생으로 얽힌 자연계. 그런데 인간 사회에서는 악의에 의한 관계라는 게 하나 더 있지요. 다른 동물로부터 분리시켜주는 결정적 단서들을 찾아대는 인간. 인간만이 특별한 고귀함과 존엄성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인간 중심적 태도를 꼬집기도 합니다.

 

자연을 알아야 보존할 수 있는데 환경보호를 한다면서 생태학이 빠진 외침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기도 하고, 국립 자연사 박물관이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합니다.

 

 

 

들여다보면 묵직한 주제인데도 슬쩍 들이밀며 툭툭 던지는 문체가 읽기 편하게 하네요. 성에 관한 이야기도 몇 편 나오는데 정자만큼 경제적으로 만들어진 기계는 없을 거라고, 덜덜거리는 모터사이클 퀵서비스에 유전물질 태워 보내는 격이라는 이야기처럼 재미있는 비유가 많습니다.

 

유전자로 볼 때 침팬지는 고릴라보다도 인간과 더 가깝다는 사실이라든지, 자연사박물관과 생명공학시장의 관계 등 알쓸신잡 같은 소소한 앎을 채울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인간의 행동과 사회 문화를 자연에 얹어 풀어내는 방식이라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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