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머니 밀리언셀러 클럽 148
로스 맥도날드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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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거장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에 이어 로스 맥도널드는 그랜드 마스터 칭호까지 수여받은 미국 미스터리사에 큰 궤적을 남긴 작가라고 합니다. 무감한 비장미가 넘실대는 하드보일드 중에서도 잔혹 하드보일드 쪽이 좀 더 제 취향이라 <블랙 머니>는 살짝 약한 면은 있었지만, 열여덟 편이나 나온 사설탐정 루 아처 시리즈만큼은 매력적입니다.

 

이 소설 역시 경찰 출신 사설탐정 루 아처가 등장하는 소설 중 한 편입니다. <블랙 머니>는 워너브라더스에서 영화 제작 예정이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코언 형제가 감독이라니 영화로 만날 루 아처가 무척 기대됩니다.

 

 

 

부유층의 도시 몬테비스타의 테니스 클럽을 드나드는 상류층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1960년 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살짝 올드한 분위기가 납니다.

 

새로운 남자에게 마음을 줘버리고 약혼을 깨버린 전 약혼녀 지니의 마음을 돌리고 그녀의 비밀스러운 남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한 부잣집 아들 피터. 그가 고용한 사설탐정이 루 아처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부유인 프란시스 마텔이란 남자가 갑자기 등장해 약혼녀 지니의 마음을 훔쳐가 버려 멘붕이 된 피터. 마텔은 자칭 프랑스 정부와 마찰 관계인 프랑스인이라 주장하는데 영 의심스럽습니다. 지인 패스를 써 테니스 클럽에 입성했지만 그 지인이 알고 있던 신상과는 다르고, 10만 달러의 거금을 보유했지만 신흥 부자 느낌이 납니다. 사소한 일에 쉽게 흥분하는데다가 뭔가 위험해 보이는 남자 마텔은 지니와 도둑 결혼까지 마친 상황입니다. 

 

피터와 결혼을 약속했다가 마텔과 덜컥 결혼해버린 지니. 7년 전 아버지의 자살 이후 변했습니다. 프랑스인에 대한 집착 같은 로망이 있는 중증 낭만주의자 아가씨 스타일입니다.

 

 

 

사설탐정 루 아처는 마텔을 파고들수록 이번 일은 단순히 애인을 빼앗아간 남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7년 전 지니의 아버지 자살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감지합니다. 모든 것은 7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도박벽 있던 지니의 아버지 사건과 관련해서는 자살이 아닌 살인의 냄새를 맡게 되고, 주변 인물들 역시 과거에는 도박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마텔을 찾는 또 다른 인물의 등장으로 사건의 포인트는 도박에 맞춰집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실소유주가 몰래 빼돌린 돈 '블랙 머니'가 사라진 것을 마텔의 짓으로 여겨 그를 쫓고 있었습니다.

 

비밀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7년 사이 벌어진 사건들은 묘하게 지니와 연관되고, 소설 내내 도박에 초점 맞춘 스토리는 어느새 뒤집히는데.

 

 

 

자신에게도 인정하지 않는 충동과 복수 그리고 욕망이 감춰진 <블랙 머니>. 소설 결말은 엔터테인먼트 경향이 강한 범죄 추리 소설에 비하면 무척 성의 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결말 특징이 씁쓸함을 남긴다는 걸 잊지 않는다면 무감한 듯한 시선으로 현실과 인간 심리를 묘사하는 그만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론 루 아처 탐정에게 무척 끌렸어요. 하드보일드 소설답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방관자 시선이 잦은데도 멋진 캐릭터랍니다. 실연의 상처를 먹는 것으로 풀어버리는 의뢰인 피터를 보며 '그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니를 내 의뢰인에게 도로 데려다주는 게 잘하는 일일까 자문하게 되었다.'라는 피식 웃음 나오게 하는 생각조차 쿨하게 던지는 남자입니다. 루 아처가 나오는 소설 더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어요.

 

"인생에는 늘 비밀동기가 있기 마련이에요."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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