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알렉산드리아 항구와 200킬로미터 길이의 수에즈 운하를 숨기고, 탱크를 트럭으로, 철도 차량을 모조 잠수함으로, 폐선박을 대형 전함으로 속여 독일군을 농락. 그리고 전쟁 역사상 가장 대단한 마술로 제2차 세계대전의 판도를 바꿔버린 전쟁영웅이 있습니다.

 

 

 

히틀러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실존 인물 재스퍼 마스켈린. 역사상 가장 사악한 적, 나치 독일군을 상대로 마술의 힘을 선보인 영국의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전쟁 소설 <전쟁 마술사>.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2018년 영화 개봉 예정입니다.

 

 

 

소설 <전쟁 마술사>는 북아프리카 사막 전쟁의 명운을 가른 1942년 엘 알라메인 전투를 배경으로 합니다.

 

 

 

마술사 집안에서 태어난 재스퍼 마스켈린. 잘생긴 외모와 세련된 기교를 가진 그는 서른여덟 살의 나이에 제2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합니다. 전쟁에 마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마술을 강력한 힘이나 다른 형태로 활용하면 전투에서 가치 있는 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깨닫지요. 힘의 과시가 실제 무기만큼이나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요.

 

하지만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쟁 기계라 일컬어지는 독일 군대를 속일 수 있을까요. 처음엔 다들 허튼소리로 치부합니다. 끈질긴 노력으로 결국 위장술 장교로 입대한 재스퍼 마스켈린. 영국 육군 공병대 소속 마스켈린 중위 신분으로 교수, 범죄인, 목수, 만화가, 화가, 정규병 등 범상치 않은 괴짜들과 함께 소규모 마술단을 구성합니다.

 

 

 

이집트 수에즈로 간 그들은 북아프리카 전투에 활용할 위장술을 준비합니다. 그곳은 사막의 여우 로멜의 전차부대와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던 곳이었습니다.

 

탱크가 적의 정찰에도 트럭처럼 무사통과할 수 있게 만드는 일부터 독일 공군 시야에서 알렉산드리아 항구를 숨기는 일, 가짜 군대를 만드는 일을 하며 점차 인정받는 마술단. 전쟁에서 가짜 무기를 가져다 두는 건 이미 심심찮게 있었던 일이었지만, 실제 탱크를 위장하는 시도는 없었습니다. 재스퍼 마스켈린은 전쟁 마술의 새로운 역사를 쓴 인물입니다. 빛과 그림자의 원리를 이용한  마술 기술은 그 후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하게 됩니다.

 

 

 

"상상력과 지식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 책 속에서

 

 

 

영국 보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인 수에즈 운하를 숨기기도 했습니다. 무려 200킬로미터 가까이 되는 길이의 수에즈 운하를요. 폭격기를 따돌리기 위한 위장술은 환상이 실제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엄청난 요청조차 재스퍼 마스켈린은 실현시킵니다.

 

재스퍼 마스켈린은 마술 외에도 첩보 장치를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MI9에서 일하며 만든 탈출용 키트는 이후 군과 정보기관에서 실제로 사용할 정도로 유용했습니다.

 

재스퍼 마스켈린이 얼마나 유명해졌냐면 히틀러도 언급한 바 있을 정도입니다. 팬저 군단의 지휘관 로멜에게 독일 군대는 영국군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마스켈린 같은 자는 필요치 않다고 말한 일화가 있더라고요.

 

 

 

마술 기술을 활용한 수많은 위장술은 개별적으로는 모두 훌륭했지만, 재스퍼 마스켈린에겐 여전히 뭔가가 부족해 보입니다. 피날레를 위한 회심의 한 방을 계획합니다. 전쟁에 참여한 군인으로서 할 일이 있을 때면 밤낮없이 일하지만, 그게 끝나면 쉬고 노는 게 마술단의 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에선 그들의 특별한 능력은 필요 없었습니다. 전쟁에서 놀이나 했던 마술사쯤으로 각인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그를 대신해 강연 갔다 돌아오던 마술단 멤버가 독일 전투기 공격으로 비상착륙 중 폭발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자괴감에 빠진 재스퍼 마스켈린은 단 몇 분이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내화성 크림 연구에 매달립니다. 크림을 발라 이번엔 마술이 아닌, 불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크림의 효과를 선보여 모두를 경악하게 만듭니다.

 

총을 들고 실제 전투 현장에서 싸우지 않은 마술단으로서는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상처를 경험하고 목격하면서, 진짜 전쟁을 갈망하기만 했던 과거를 교훈 삼게 됩니다. 전우의 황망한 죽음, 사막에서 길을 잃어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던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생존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네가 마술 지팡이를 챙겨왔기를 바라네.
우리에겐 지금 그게 필요하거든." - 책 속에서

 

이제 북아프리카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몽고메리 지휘관에 의해 마지막 전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몽고메리는 전쟁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술을 요구합니다. 탁 트인 평원에 15만 명의 병사와 1천 문의 포와 1천 대의 탱크를 숨겨야 합니다. 독일군 몰래 말이죠. 전쟁의 판도를 바꿔버릴만한 마술입니다. 재스퍼 마스켈린은 최후의 에이스 카드를 준비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북아프리카 전투에 참여한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 마술의 힘으로 나치 독일을 무찌른 그는 자신의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 사람입니다. 승승장구하는 독일군을 상대로 마술의 힘을 겨뤄 전쟁 마술사로 전쟁 영웅이 되었습니다.

 

전쟁 소설인 만큼 전쟁 용어가 많아 전쟁 소설 취향 아닌 독자에게는 낯설게 읽힐 수 있고, 600페이지 넘는 방대한 분량에 글씨마저도 빽빽한 편이라 술술 읽히는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기 치듯 적을 현혹하기 위한 온갖 속임수를 구현하는 장면 묘사와 재스퍼 마스켈린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너무나 좋아서 참을만했어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The War Magician에서 영상으로 재현될 재스퍼 마스켈린의 전장매직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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