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 내게 왜 여행하느냐 묻는다면
박세열 글.그림.사진 / 수오서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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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스케치, 여행하며 곳곳에 남긴 벽화.
건축학도 출신의 그림은 느낌이 또 다르네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호주, 베트남, 인도,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마다가스카르, 네팔, 태국.

 

일주일, 한 달, 일 년간 떠난 여행의 기록입니다. 여행지는 많지만 명소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그곳 분위기, 그곳 사람들, 그곳에 머물던 내 마음을 이야기하는 여행 에세이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여행을 다니면 무척 다양한 인생을 만나는 것 같다가도, 한편으론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기도 합니다. 여행 중엔 사소한 것들의 행복을 알게 되면서도 현실로 돌아오면 여전히 바뀐 건 없어 보입니다.

 

그럴듯한 사회 구성원이 되자 더 갈증 나는 여행. 남들처럼 직장인 생활을 하다 보면 여행의 추억은 까마득해집니다. 부족하고 불편 투성이인 여행을 또다시 꿈꾸게 되는 건 여행 전과 후의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 아닐까요.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는 인생 전환 계기 같은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그곳 분위기에 휩쓸려 경험하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남기는 것은 많지 않냐는 걸 보여줍니다.

 

 

 

가족 여행을 하던 아빠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돈이 많은 아빠는 대체로 시간이 없고, 시간이 많은 아빠는 보통 돈이 없지요."라는 현실적인 말 뒤에 '시간을 많이 버는 아빠'라는 명언이라니. 우리 집 가훈으로 새겨두고 싶을 정도네요.

 

 

 

많은 기대를 안고 가면 의무감과 권태로 여행하기 일쑤더라는 박세열 저자. 되돌아보면 완벽한 여행지는 결국 함께 여행한 친구, 그곳 사람들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림을 그려주면서 못 친해졌을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시간.

지칠 정도로, 짜증 날 정도로 물건을 권하던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데는 쓱쓱 스케치한 그림 한 장이 시작이었습니다.

 

 

 

이곳저곳 명소 찍기 바쁜 여행이 아니라, 잠시 자리 붙이고 앉아 그림 그리는 시간.
여행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페이지를 가득 채운 아름다운 사진은 덤.
여행 에세이 책이면서도 정작 명소 사진은 잘 볼 수 없습니다.

 

 

 

대신 빈 벽에 그린 벽화 사진과 즐거워하는 사람들 모습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특별하고 그럴듯한 여행이 될 거라 생각하며 떠났다가도 '나는 지금 여기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의 여행'보다 '남들이 더 보기 좋은 여행'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합니다. 어느 순간 욕심도 생겼지만 펜을 들고 여행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그저 보고 싶어서, 그저 가고 싶어서 떠나는 즐거움을 떠올려봅니다.

 

그래서 '그곳'이 아니라 그곳에 가는 길 위에서 감동을 받는 이야기를 담은 여행들의 기록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깨알 웃음을 줘 무겁지 않은 여행 에세이이면서도 그 속에 담긴 잔잔한 울림은 진합니다. 

 

지나고 보니 참 반짝거렸던 시간이구나.

그래도 지난 여행이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저 흔한 기억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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