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미드나잇 스릴러
제니 블랙허스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데뷔작이 장난 아니라는 입소문, 2016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타이틀에 끌려 읽은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소문대로 이 소설이 정녕 제니 블랙허스트 작가의 데뷔작이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저도 무척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클라이맥스 전까지는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 건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어요. 쉽게 범인 신상이 드러나거나 짐작되는 걸 싫어하는 분이라면 입맛 맞을만한 소설입니다. 

 

 

 

나는 12주 된 아들을 죽인 엄마입니다.

 

'나' 수전 웹스터는 가석방 후 이름을 바꿔 새 삶을 시작하려 합니다.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죽인 '나'. 하지만 그날의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산후우울증을 겪던 시절이었기에 모두가 다 내가 아들을 죽였다고 말하니 정말 아들을 죽였나 보다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지옥 속에서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옛 이름으로 온 편지. 거기엔 죽은 아들의 이름이 적힌, 활짝 웃고 있는 어린 남자아이의 사진이 들어있었습니다. 며칠 후엔 누군가 그녀가 돌봐주던 고양이의 사체를 침대에 놓아두는 일이 생기면서, 단순히 장난일 거라 생각했던 일이 점점 심각해집니다. 

 

4년 전에 죽은 아이의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편지. 가방에 들어 있던 당시 신문기사, 그녀의 옛 이름을 대며 집으로 찾아온 기자 '닉',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했던 의사의 실종 등 가석방 후 벌어지는 일들이 심상찮습니다. 그저 우연일지, 그녀의 정체를 눈치챈 이웃의 복수일지, 피해 망상일 뿐일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과거를 되짚어보며 파헤치게 되는 '나'.

 

 

 

"아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듣고서 1,007일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서 하루하루 살았다고 생각해봐요.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이 그 일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걸, 아들이 행복하게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밝혀낼 기회가 찾아왔다면요?" 책 속에서.

 

의심스러운 인물은 몇몇 있지만 파헤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입니다. 협박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스토킹하듯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의문의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들을 잃음과 동시에 이혼한 '나'는 전 남편에게도 찾아갑니다. 남편은 분명 아들이 죽었었다고 했거든요. 전 남편은 '나'와 마찬가지로 그 사건으로 인해 삶이 망가진 피해자인지 아니면 공모자 혹은 배후자일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는 수전 웹스터 '나'의 목소리로 진행하는 한편 '잭'이라는 남자의 목소리도 함께 등장합니다.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방식은 학창시절 '잭'과 무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서를 던지고 있어요. '잭' 패밀리에는 그녀의 재판에서 불리한 진술을 한 의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권 의식에 절은 '잭'은 교묘하게 일을 꾸며 그 누구도 그의 손아귀에서 헤어날 수 없게 하는 사건을 저지릅니다. 그 사건의 정체가 밝혀질 땐 경악스러웠어요.

 

작가는 영아 살해로 복역하고 자기혐오 속에서 살아가던 수전이 아들을 죽이지 않았을 거란 희망을 품게 되는 상황 속에서 무엇 때문에 그녀에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건지는 쉽사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비밀이 밝혀졌을 땐 감정이 복잡 미묘하더라고요. 안타까움과 배신감이 제대로 뒤섞입니다.

 

클라이맥스 전까지는 그렇게 정교하게 숨기다가 빵 터뜨린 이후엔 더 이상 큰 반전은 없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솔직히 1%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 부분 외에는 성공적인 데뷔작이라 인정하고 싶습니다.

 

아이를 죽인 엄마가 사실은 아이를 죽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흔한 소재를 짐작도 못할 수준으로 끌어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인과응보식의 구성을 따르면서도 그조차 여러 인물들의 관계가 얽혀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올여름에 읽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선택하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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