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행동력 - 몸으로 키우는 캘리포니아 어린이 창의교육
조윤경 지음 / 북스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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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창의력을 문제해결력이라 생각한다. 틀을 벗어난 사고와 역발상을 통해 주어진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곧 창의력이라는 것이다.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문제는 언뜻 매우 어려워 보이지만 대개 정해진 답이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원에서는 이런 문제를 푸는 다양한 방법을 익히게 한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문제를 많이 풀면 문제해결력이 높아질까?

 

 

현 교육의 창의교육은 창의사고력에 집중하죠. 생각을 달리해야 하고 사고방식이 독특해야 한다면서 창의사고력에만 치중합니다. 그러다 보니 무척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와 닿습니다. 하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창의행동력이라는 것. 행동을 통해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여 자기만의 창의적인 결과물을 완성하는 힘. 사고를 다르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다르게 함으로써 생각 전환을 이끌어내는 겁니다.

 

 

 

창의행동력은 궁금하면 바로 움직이도록 행동을 촉발하는 행동호기심, 자신의 눈과 질문으로 세상의 이치를 발견하는 행동발견력,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완성해내는 행동결정력으로 이뤄집니다.

 

연구년을 맞아 초등학생 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1년간 산타바바라 공립 호프 초등학교에 다니며, 창의성의 근원지 캘리포니아의 어린이 창의교육을 몸소 체험한 조윤경 교수. 경기디지로그 창조학교의 멘토로 활동하며 창의융합교육에 왕성한 활동을 한 저자조차도 그곳에서는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생각을 독특하게 하라는 창의사고력 훈련도 반복된 사고력을 요구하는 실정에서 캘리포니아 창의교육 노하우는 창조적 사고는 결국 행동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무척 인상 깊게 읽은 책입니다.

 

 

 

창의행동력을 키우는 세 가지 중 도화선이 되는 행동호기심을 일으키는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궁금하면 바로 움직인다!'를 행동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지시와 명령에 따르지만 말고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해 판단하라는 겁니다. 아이들의 행동호기심을 격려하는 문화가 생활화되어 있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니?",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질문으로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주는 생활이었어요. 아이에게 권한을 주는 호기심 대화법이 중요했습니다.

 

 

 

100점을 맞기 위해 실수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우리나라 아이들과, 새롭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서 성취해내면 만점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미국의 아이들. 100점 강박증에만 빠져 있는 우리 교육. 100점 이상의 점수를 준 방식은 무척 신선했습니다.

 

학교 내 활동은 물론 지역사회의 체험 프로그램도 무척 탄탄했어요. "그것이 무엇이든 실물을 만져보게 해주마!"식으로 인체 장기까지 만질 수 있는 걸 보면서 뜨아~! 1대 1로 하는 체험이 많았고, 선택의 자유가 많지만 무조건 자유를 주는 게 아니라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그중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곳도 독서교육은 무척 중요하게 여깁니다. 매일의 숙제입니다. 집에서 30분간 독서시간 가지는 걸 학교에서도 당부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리 독서 교육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의무감이나 또 다른 공부가 되지 않게, 집에서는 충분히 독서만 할 수 있도록 학교 숙제가 거의 없고 학원도 다니지 않으니 시간과 여유가 충분한 상태에서 하는 독서거든요.

 

 

 

창의행동력을 키우는 두 번째, 새로움의 의미를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인 행동발견력. 자기주도식 지식과 체험적 지식을 얻는 활동입니다. 요즘은 우리 아이 학교에서도 연극, 뮤지컬 같은 걸 하는데 여기에 해당합니다. 행동발견력은 변신하여 발견하는 방법과 실험과 체험을 통해 발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상황과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 다른 존재가 되는 경험, 답 없는 과학 실험 등 다양한 인생의 단면을 체험하고 실험의 과정을 즐기는 활동 사례가 많았어요.

 

 

 

용기와 행동력이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 - 책속에서

 

 

 

주위 환경에 개의치 않고 끝까지 완수해내는 힘을 기르는 행동결정력 훈련은 미술, 글쓰기, 애니메이션, 코딩, 직업체험에 관한 수업 사례로 살펴보고 있어요.

 

잠재적으로 위험한 도구들을 충분히 스스로 조심해서 다루는 아이들을 보며 병뚜껑 따주고, 사과 깎아주는 우리는 너무 과잉보호하는 게 아닌지 반성하게 합니다. 정확한 안전 규칙을 숙지하면 아이들은 뭐든 잘 해낸다는 걸 보여줍니다.

 

 

 

재미있는 말이 있는데요. 인공지능조차 자기주도 학습을 하건만, 우리는 여전히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는 것만 습득하고 있다고 해요. 문제해결력만 치중하는 우리의 창의성 교육은 결과물만 놓고 평가하는 식입니다. 창의성을 지식 습득의 도구가 아닌,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부모, 교사, 지역사회의 손발이 척척 맞아야 시너지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와 교사를 위한 창의행동력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디자인 사고로 알려진 창의방법론을 가르치는 디스쿨, 창의적인 기업 방문을 통해 창의교육의 핵심을 다시 짚어줍니다.

 

정말 신기한 건 이 모든 체험을 1년 만에 누릴 수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고가의 프로그램이 아니면서도 기본 교육철학이 제대로 선 양질의 프로그램들을 지역사회 재능기부 덕분에 누리는 모습, 무척 부러웠습니다. 추상적인 창의성 개념을 이렇게 쉽게 근원적이고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니. 어린 시절에 이런 훈련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아이들의 미래가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행동하는 사람이 만들어간다는 것. 아이들이 스스로 묻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창의행동력을 창의교육의 핵심으로 삼은 캘리포니아 어린이 창의교육. <창의행동력>은 스탠퍼드 대학교 디스쿨 디자인사고와 관련한 책의 어린이판을 보는 것처럼 신선한 자극을 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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