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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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후속작 <호모 데우스> 가제본으로 먼저 만났습니다. 사피엔스에서 기막힐 정도로 인류의 역사를 잘 버무렸다 싶었는데, <호모 데우스> 역시 빅히스토리와 빅퀘스천의 만남이 절묘했습니다. 유발 하라리 저자의 식견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호모 데우스>를 먼저 읽어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만, 저는 한 권의 두툼한 책을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로 나눈 상권, 하권 이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사피엔스를 먼저 읽고 <호모 데우스>를 읽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16년 방한하기도 했던 유발 하라리 저자는 국내판 <호모 데우스>에 한국 독자를 위한 글을 마련했습니다. 내 나라를 이야기하는데 다른 나라 사람이 더 잘 파악하는 건 뭐지 싶을 정도로 북한 관계 시나리오를 잘 짚었더라고요.

 

<사피엔스>는 인류의 기원부터 현재 시점까지 호모 사피엔스의 진격을 담은 빅히스토리였다면, <호모 데우스>는 사피엔스 마지막에 언급했던 지적설계로 신이 되려는 인간의 결과물인 초인간종의 도래에 관해 깊이 파고듭니다.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 저자는 물었습니다. 유전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이용한 인류의 미래는 어떠할지를요. 그는 현명한 선택이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인류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대수명이 높아진다면 일어날 일들, 즉 사피엔스보다 훨씬 우수한 인간 모델인 호모 데우스에서는 인류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를 정복했습니다. 전쟁, 기아, 역병을 해결하며 무슨 문제든 인간에 의해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죠. 하지만 우리의 행복은 어떻습니까. 주관적 행복은 옛날과 크게 차이 없습니다. 생존과 번식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 적응했지, 행복을 위해 적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새로운 과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행복을 확보하기 위해 호모 사피엔스를 재설계하는 겁니다. 인간을 초인류로 업그레이드하는 세 가지 방법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체 합성입니다. 과거 전쟁, 기아, 역병을 해결하던 것에서 이제는 행복과 불멸, 신성을 추구하는 겁니다. 인간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호모 데우스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으스스한 이야기가 많은데요, 인간이 고전을 탐구하는 것은 도구와 제도가 달라졌어도 마음의 심층 구도는 동일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해요. 하지만 마음을 재설계할 수 있게 되면 호모 사피엔스는 사라지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들은 아직 멀었다고 말하지만, 그 멀었다고 하는 게 기껏 50년은 넘지 않는 수준입니다.

 

<호모 데우스>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지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새로운 포스트 인본주의 기술들이 쏟아지면서 점차 지배력을 잃을 호모 사피엔스의 모습을, 그리고 근본이 흔들린 인본주의를 대체해 초인류 시대를 지배할 이념은 무엇일지 다양한 가능성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1, 2부는 사피엔스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우월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된 다양한 스토리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인간 경험이 모든 의미의 원천이라는 인본주의는 성공한 종교처럼 우리에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과 내면의 목소리를 중요시합니다.

 

현재 세계는 개인주의,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이라는 자유주의 패키지가 지배하고 있지만, 21세기 과학은 이걸 흔들어버립니다. 욕망을 뉴런 발화의 한 패턴으로 보듯 생명과학은 개인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생화학적 알고리즘들의 집합이 지어낸 허구적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봅니다. 경험과 감수성이 원천인 인본주의의 근간을 흔들 새로운 포스트 인본주의 기술들로 감정을 계산하고 설계하고 꿰뚫는 기술을 가지는 순간, 인간 경험은 설계 가능한 제품이 됩니다.

 

 

 

알고리즘은 언제나 옳다!

거의 모든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높은 지능의 비의식적 알고리즘이 생긴다면, 의식적인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20세기는 내적 목소리를 따를 만한 이유가 충분했지만, 21세기 기술로는 외부 알고리즘에 결정과 선택을 맡기면 그만입니다. 알고리즘 시스템이 나 자신보다 나를 훨씬 더 잘 알게 되는 시대, 전능한 알고리즘 세계입니다. '인간'은 남아 있지만 '개인'의 의미는 사라지게 됩니다. 인간은 더 이상 자율적 실체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필수불가결한 일부가 됩니다.

 

<호모 데우스>에서는 알고리즘 개념이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우리 마음과 의식의 작동원리를 알고리즘 체계로 보게 되면서 (컴퓨터 공학이 아닌 생명과학이 유기체가 알고리즘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모든 것이 알고리즘 세상이며 사실 미래는 이미 도착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선택과 결정의 몫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면, 호모 데우스 시대는 알고리즘들이 주권자가 될 거라고 합니다. 나 대신 결정을 내려준다는 것의 의미가 이런 것이라니...

 

우리는 행복, 불멸, 신성을 추구하면서 이제는 치료가 아닌 업그레이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다운그레이드라고 단언합니다. 알고리즘 시스템의 톱니가 될 인간이라는 거죠. 호모 데우스 시대는 정보의 자유를 최고선으로 치는 데이터교 세상이 됩니다.

 

유발 하라리 저자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한 이유를 <사피엔스>에서부터 <호모 데우스> 전반에 걸쳐 물었고, 인간이 왜 인간인지를 인지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새롭고 간단한 답을 제시하는 데이터교에서는 인간의 데이터 조각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인간 경험이 중시되던 세상이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엔지니어에서 칩으로, 그런 다음에는 데이터로 전락하는 겁니다.

 

이미 우리는 각종 맞춤 데이터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기만 하면, 나도 몰랐던 취향과 선호를 시스템이 파악해서 알려주는 시대입니다. 시스템의 데이터 조각이 되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생각하게 됩니다.  <호모 데우스>는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그리고 이제는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한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줍니다.

 

<사피엔스> 책에서는 빅히스토리 관점으로 방대한 지식을 펼쳐 놀라웠었다면, <호모 데우스> 책은 이 저자 전공이 뭐였더라 의아할 정도로 SF 상상력이 어마어마했어요. 유발 하라리 저자는 초인류가 될 인간의 미래가 가능성일 뿐 예언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전혀 황당한 이야기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인공지능, 나노기술, 빅데이터, 유전학 등 개별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뿐이지만, 흩어져 있는 모든 점을 연결해 완성된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유발 하라리 저자가 그래서 더 대단해 보입니다.

 

인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뿌리째 뒤흔들리는 이념의 몰락을 이야기한 <호모 데우스>. 행복, 불멸, 신성을 추구하는 시도가 그 꿈을 해체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보여줬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앞에 놓인 선택들을 논의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읽다 보면 유발 하라리 저자의 '질문하는 힘'의 수준에 입이 쩍 벌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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