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100쇄 기념 특별판 리커버)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Top100 선정된 윌리엄 폴 영 작가의 치유 소설 <오두막>.

국내판으로도 무려 100쇄! 이번에 100쇄 기념 특별판으로 표지 새단장했네요. 하나님이 등장하니 종교 소설이지만 윌리엄 폴 영 작가의 소설은 비종교인인 제가 읽어도 거부감 없을 정도로 소소한 것 하나까지도 신경 쓴 흔적이 보입니다. 교인을 위한 종교소설이 아니라 기독교이건 비기독교이건, 종교인이건 비종교인이건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주제입니다.

 

"하찮아 보이는 행동이나 사건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 책 속에서

 

 

 

어느 날 우표도 소인도 보낸 사람의 주소도 없는, 그저 파파라고 하는 이의 편지 한 통을 받은 맥. 그런데 파파는 아내 낸이 하나님을 부를 때의 호칭입니다. 이게 무슨 일이람~ 누가 장난을 친 걸까요. 오두막으로 오라는 내용에 그의 마음속 영원한 동반자인 '거대한 슬픔'이 솟구칩니다. 오두막은 3년 전 막내딸 미시가 살해된 곳으로 여겨지는 장소였거든요.

 

맥과 아이 셋이 함께 간 야영. 두 아이의 카누 사고로 정신없던 와중에 막내딸 미시가 사라진 겁니다. 난리 통에 당황해서 돌아다니다가 잠시 길을 잃은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단순한 사건이 아닌 연쇄 살인마의 소행으로 밝혀집니다. 결국 추적한 끝에 범인의 오두막을 찾아냈지만, 이미 피살된 것으로 공식 추정되며 사건은 아이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됩니다.

 

아이가 납치되는 상황을 전혀 몰랐다는 것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고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는 절망에 빠지는 맥. '거대한 슬픔'이 자리 잡습니다. 만약에 야영을 가지만 않았어도, 만약에 아이들이 카누를 타겠다고 했을 때 안된다고만 했어도... 만약에... 만약에... 하며 실패한 아빠라는 깊은 자책감에 사로잡힙니다.

 

'거대한 슬픔'은 신학 학교를 다녔던 맥과 하나님과의 사이도 벌어지게 만듭니다. 그런 와중에 받은 파파의 편지는 혼란과 분노를 동시에 부릅니다. 3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가장 깊은 고통의 상징인 오두막에서 만나자 하니. 범인이 의도한 장난일 수 있지만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고 맥은 홀로 오두막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불가능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초라했던 오두막이 아름다운 통나무집으로 바뀌어있고, 그곳에서 몸집이 큰 흑인 여인, 아시아계 여인, 중동 사람 같은 외모의 남자를 만납니다. 이성을 초월하는 이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어렴풋이 그들이 하나님, 성령, 예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종교적인 틀에 쉽게 빠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여기서 보입니다. 백인 남자의 모습으로 하나님이 등장했다면 고정관념을 강화하게 될 뿐이죠.

 

오두막으로 맥을 부른 이유는 미시를 지켜주지 못한 하나님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그의 상처를 그들이 치유해주고 싶어서입니다. 그동안 '거대한 슬픔' 속에서 분노에 압도당할까 두렵기도 했던 맥은 이틀 동안 그들과 지내며 그들의 행동과 대화 속에서 따뜻하고 친근하면서 거룩한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당신은 사랑받도록 창조되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사랑받지 않는 것처럼 산다면 그게 바로 당신 삶을 제한하는 거예요." - 책 속에서

 

 

 

"용서는 잊는다는 것과 달라. 용서는 다른 사람의 목을 놓아주는 거야." - 책 속에서

 

서로에 대해 사랑을 품고 그로 인해 완전함을 얻는다는 것. 맥은 하나님의 사랑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그곳에서 깨닫습니다.

 

오두막에서 지내면서 처음엔 하나님에 대한 오해와 비난이 계속되었지만, 하나님은 그에게 거짓말 속에 숨지 않는 방법을 일깨워 줍니다. 거짓말은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 직면하게 될 내 감정을 다루는 게 두려운 나머지 하게 되는 거짓말들이 우리의 관계를 얼마나 망치는지 보여줍니다.

 

고통 속에만 머무르면 사랑받기 위해 창조되었다는 사실마저 잊게 된다고 하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관계와 사랑에 대한 주제를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 들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어요.

 

 

 

삶 속에서 관계의 의미를 짚어주는 <오두막>. 읽다 보면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처럼 밀려듭니다. 철학적이기도 하고요. 선함과 악함, 이해와 신뢰, 권리와 자유 등에 관한 것들입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하며 사는 우리들 모습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교훈적이면서도 구태의연하지 않게 감동 주는 스토리입니다.

 

"당신은 마음이나 상상 속에서 현재, 과거, 미래 중 어디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나요?"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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