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허브 - 세계 경제의 결정자들
산드라 나비디 지음, 누리엘 루비니 서문, 김태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숨겨진 세상을 엿본 느낌입니다. 전 세계 0.001%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다? 극소수 금융 엘리트를 칭하는 슈퍼허브들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산드라 나비디 저자 역시 슈퍼허브의 일원입니다. 국제금융전문가인 그녀는 내부자이면서도 관찰자 시각으로 배타적인 금권 체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시스템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현재 암울한 수준이죠. 시스템을 장악한 만큼 책임에 대해 강조하는 자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도 합니다. 

 

 

 

금융시스템의 원리와 네트워크 중심의 슈퍼허브의 정체를 파헤친 <슈퍼허브>. 우리 삶은 금융의 영향을 받습니다. 일자리, 식품 가격, 예금이율, 주택 대출 금리, 연금 수익률 등 산업, 일자리, 생활수준 등 우리 사회의 운영체제는 금융입니다.

 

 

 

개인은 금융 시스템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네트워크 중심에 자리 잡은 소수 엘리트의 힘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들은 시스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니까요. 그저 추상적 기관이 결정 내리는 게 아니라 소수의 협력에 따라 금융 시스템이 움직입니다. 슈퍼허브들은 국제 금융 시스템의 조종간을 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슈퍼허브들의 대인관계, 영향력을 보면 금융계도 결국 인적 시스템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람으로 귀결되죠. 

 

 

 

주요 슈퍼허브로는 은행 CEO 제이미 다이먼, 억만장자 헤지펀드 운용역 조지 소로스,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등이 있습니다. 그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무엇인지, 성공 비결은 무엇인지, 무엇이 그들을 세계적인 네트워크 중심으로 밀어줬는지 그들의 부상 과정을 살피면 금융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를 상당 부문 파악할 수 있다고 해요.

 

단순히 일차원적인 금전적 성공만으로 차별화 이루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학벌 없던 조지 소로스는 콘텐츠를 구축하며 비판을 무릅쓰고 철학, 경제, 정치적 사상을 개발했습니다. 비영리, 비정부 기구를 만들며 영향력을 행사했고, 자선사업가 명성으로 방대한 인맥을 구축했습니다.

 

슈퍼허브들은 인맥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한 사람들입니다. 인간의 특성상 후광 효과, 인지적 편향 문제가 따르기에 네트워크가 자산이라는 것을 생명줄처럼 여깁니다. 금융위기 때 일자리 잃은 대다수 경영진이 나중에 다른 곳에서 다시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슈퍼허브는 관계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위상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접근한다는 의미는 곧 그들이 통제하는 정보, 금융자본,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돈과 정보와 사회자본이 있으면 무한한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돈 놓고 돈 먹기 하듯 커질수록 더 많이 얻는 구조입니다. 

 

 

 

폐쇄적인 금융계 엘리트에 속하는 데 따른 대가도 분명 있습니다. 건강, 가족의 희생, 삶의 질 등 슈퍼허브로 사는 것이 좋지만은 않을 때도 있지만 기회비용으로 생각합니다.

 

슈퍼허브들의 공통된 속성과 자질을 살펴보면 권력 추구 알파 성향,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공감력,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과 탐구심이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인 대부분은 인맥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슈퍼허브들의 성향은 확실히 남다르긴 하더라고요.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영진에 속한 사람들 중 일반인보다 사이코패스가 3배가 많다고 하니, 그만큼 자존심 강하고 자아도취자가 많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그것도 조금은 옛말이 되었고, 금융위기 이후엔 자제력 있고 위험인지 능력이 있으며 유화적인 성격이 부상 중이라고 합니다.

 

슈퍼허브들은 서로 비슷해 더욱 암묵적으로 신뢰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성향 엘리트 집단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거죠. 세계적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 세계경제포럼 다보스처럼 배타성 행사는 필수입니다. 강력한 인맥구축의 기회죠.

 

고위층에서 다양성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최고의 스펙, 동문 네트워크, 금권 정치가 자리 잡혀 있다고 말이죠. 여성들은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세계이기도 합니다. 저자 역시 비서나 통역자로 다들 짐작하더라고 털어놓습니다. 그만큼 금융계에서 여성은 멸종위기종 취급을 받습니다. 

 

 

 

금융계와 정치계의 공생은 다양한 문제들을 낳았습니다. 퇴임 후 기업 임원이 되는 공직자들,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민주주의라고 여기는 합법적 부패에 가까운 로비활동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자본주의 위기, 저항, 체제 실패, 위기로 이어지며 수입과 부, 기회의 불평등과 간극이 극심해져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취약해진 시스템의 책임을 슈퍼허브에게 물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시스템과 개인 상호작용에 좌우되는 금융시스템 특성상 압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치와 금융이 공생하는 관계에서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직접적인 문제 해결은 못하지만 윤리 강령의 필요성, 사회를 위한 가치창출 등 공동의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건 좀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촛불 민심이 어떤 결과를 이끌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아래에서부터 시작하는 압박은 분명 헛된 일이 아닐 겁니다. 저자는 이 부분을 짚어줍니다. 슈퍼허브와 금융 시스템 원리를 파악함으로써 대중의 눈을 뜨게 하는 거죠.

 

슈퍼허브의 세계에서 축출되는 사례, 금융계에서 숨겨진 영향력을 행사하는 각종 폐쇄적 모임 등 세계 0.001%의 삶을 가십거리처럼 쏙쏙 들려주는데  딴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질 만큼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그만큼 낯설었다는 건 내가 그 세계를, 금융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과 같습니다. 어쨌든 그들의 인맥구축, 관계 유지는 헉 소리 날 만큼 대단해서 훅 빠져들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네트워크 과학을 바탕으로 파헤쳐 본 슈퍼허브들의 세계. 이런 시스템이라는 걸 까발렸으니 이제는 건설적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하는 산드라 나비디 저자의 바람대로 <슈퍼허브> 책이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촉발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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