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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프루프 - 안전 시스템은 어떻게 똑똑한 바보를 만들었나
그레그 입 지음, 이영래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안전을 지키는 데 이용했던 기술과 시스템이 되려 큰 위험을 불러온다?!
<풀프루프>는 안전 시스템이 엄청나게 충격적인 위기가 발발할 수 있는 단계까지 위험부담을 키운다는 사실을 역사적 사건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금융 위기, 후쿠시마 원전, 유로화 붕괴,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이 어떻게 커다란 재난으로 이어졌는지 그 배경과 영향을 살펴보면서 완벽한 안전은 환상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레그 입 저자는 월스트리저널에서 일하는 저널리스트로, 그 역시 금융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데요. 미국과 세계 경제 개발 및 정책을 예리하게 파헤치며 통찰한 내용이 <풀프루프>에 담겨 있습니다.

먼저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되었는지 들려줍니다. 금융 위기를 분석하는 이야기에서는 경제 용어를 어려워하는 저로서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풀어내는 과정이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내용 이해는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책이 마음에 들 정도로 논리적인 전개가 돋보입니다.
"문명의 역사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세상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안전과 안정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의 역사다."
우리는 안정성을 중요시합니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안전, 분명 처음 의도는 좋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이익도 줍니다. 하지만 조건과 환경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반전의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처음엔 천재인 사건도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그 이후엔 인재가 되는 겁니다. 안전 시스템은 다음 번 위협이 지난 위협과 같은 모습일 거라고 가정하고 만들기 때문입니다.
위기 때마다 보호 목적으로 구제하며 개입한 결과 우리는 어떤 위기에서도 경제는 파멸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위험을 무시하게 되는 겁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정부가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처럼요. 금융회사를 무너지게 할 리는 없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와 금융의 관계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미국에서 있었던 시금치 회수 사건과 시금치 식품의 관계를 예로 듭니다. 어느 지역에서 생시금치를 먹고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시금치에서 대장균이 발견된 겁니다. 그러자 시금치를 이용하는 모든 것들이 무너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토마토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고요.
이 사건이 의미하는 건 분수령이 된 사건이 대규모 규제 변화를 촉발하는 데 있습니다. 질병 발생 전엔 아무 문제없던 것이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 익숙해지는 순간 그때부터는 약간의 오염 가능성도 용납하지 않게 됩니다. 한마디로 배신당한 기분이죠. 이 배신감이 공황을 만들어냅니다. 부차적인 것들까지 멀쩡한 것도 폐기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은 싫어하거든요.
그리스 사태도 이와 비슷한 사례였어요. 북부의 지나친 저축이 남부의 위기를 키웠다는 말이 의아해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긴급 구제 필요한 상황을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며 자가보험인 저축에 집중하면 이것 역시 위기의 씨앗이 되더란 것을 보여주네요.

스포츠, 자동차 등 실생활 사례도 있습니다.
풋볼의 반복적인 뇌진탕이 치매를 유발한다며 집단 소송을 한 사건은 힘껏, 세게! 암묵적 폭력을 용인했던 풋볼의 헬멧에서 시작합니다. 두개골절이라는 큰 부상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헬멧이 실제 경기에서는 보호장비에서 무기의 역할로 바뀌게 된 겁니다. 하키도 마찬가지죠.
자동차의 ABS 브레이크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차에 대한 통제력이 커졌다고 느끼며 안전의 혜택을 상쇄할 정도로 더 위험하게 운전하게 됩니다.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를 더 난처하게 만드는 겁니다.

위험을 내포한 장소에서 살고 일하는 우리들. 자연재해를 단순히 기후온난화에만 연결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재난과 경제 발전의 악순환을 짚어줍니다.
제방 덕분에 문제 있던 지역에도 사람들이 모여들며 발전하게 되자 오히려 다음 위기 때는 더 큰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산불도 옛날과 달리 빈도는 낮아졌지만 한 번 나면 엄청난 재앙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죠. 나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만 보니 숲의 회복에 필수인 자연적인 화재까지 억제한 결과, 밀도가 높아진 숲의 화재 진압이 힘들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화재를 방조하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진압하면 영웅 대접받는 사회 풍조가 이미 자리 잡은 상황이고요.
비행기 사고나 원자로 사고 같은 경우는 사고가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죽지만 매우 드문 발생률이죠. 하지만 우리는 운전, 스키 등 일상생활의 위협보다 원자로 사고를 훨씬 두려워합니다. 위협에 익숙하지 않을수록, 두려움이 클수록 인지된 위험은 커진다고 해요. 파멸적 사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사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을 외면하는 겁니다.
감정이 두려움을 유발하고 두려움이 리스크 감수에 개입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또 다른 위기를 막기 위해 지나치게 위험을 피하려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경험에 초점 맞춰 위험을 보기 때문입니다. 안전에 대한 집착 말입니다. 안전을 추구하는 기술 발달로 안전과 재난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의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되는대로 손 놓을 수도 없죠.

그레그 입 저자는 리스크에 대한 태도를 비교 분석하며 해법을 제시합니다. 재난 위기의 빈도와 강도는 낮출 수 있지만 그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고 바라지도 말라고 합니다. 단기적으로 드러나는 리스크를 억누르기 위한 조치만 생각하면 결국 안전이 위험이 되는 모습이 됩니다.
모든 것을 인간이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과 반격에 관한 이야기 <풀프루프>. 리스크와 안정성의 균형은 금지가 아닌 자제에 있습니다. 현존하는 약간의 위험과 불안정성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태도. 글쎄요. 본성을 누르는 부분이니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위험에 급급한 나머지 보이지 않는 다른 것을 놓치지는 않는지, 이 부분을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