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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대로나 잘 하라고? - 미어캣에게 배우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술
존 코터.홀거 래스거버 지음, 유영만 옮김 / 김영사 / 2017년 3월
평점 :

조직 운영 방식에 관한 딱딱한 내용을 우화로 소개하니 어쩜 이렇게 잘 읽히는지. 10만 베스트셀러 펭귄 우화 <빙산이 녹고 있다고?>의 존 코터 신작 <하던 대로나 잘 하라고?>에서는 미어캣이 등장합니다. 존 코터의 경영전략 책은 각종 기업, 정부기관 및 경영연구소 필독학습서일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는군요. 과연~! 명성대로 이 책도 엄지 척입니다.

미어캣 무리에게 새로운 위기가 닥친 상황. 대처 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실제 우리 조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알려줍니다. 도전적인 리더의 전형 나디아, 철저한 계획에 근거해 행동하는 전형적인 관리자 스타일 니콜라스, 도전과 모험의 화신 에이요, 과감한 실행자 스타일 매트, 혁신적인 조직의 참여 촉진형 리더 레나 등 저마다 역할과 스타일이 다른 미어캣들이 등장하네요. <하던 대로나 잘 하라고?>를 읽다 보면 그 미어캣과 닮은 사람이 저절로 떠오를 겁니다. 흔한 동료, 상사의 모습이죠.

처음엔 이 미어캣 무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덩치가 커져도 규율과 질서를 강조하며 규칙에 맞게 조직을 잘 관리해왔죠. 하지만 생각하지도 못한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가뭄으로 먹이와 물이 부족해지고, 날쌘 독수리의 공격에 대처하지 못하게 된 겁니다. 식량 문제와 공격에 대처하는 시간을 줄일 방법을 의논해보지만 결국 위로부터의 명령, 지시, 통제 상황 밖에는 별다른 대처방안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은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게 되고요.
이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봐도 돌아오는 답은 "그건 우리가 하는 방식이 아니야."라는 말뿐입니다. 나디아와 에이요는 다른 미어캣 무리는 어떻게 하는지 찾아 나서게 되고, 낙관적인 레나가 이끄는 무리에 동참해봅니다. 비전을 제시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리더 레나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죠. 하지만 이 무리 역시 구성원 규모가 커지게 되니 문제가 생깁니다. 이곳에서도 위기는 생겼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레나가 이끄는 무리 역시 위기를 원만하게 대처하지 못했어요. 혼란스러운 과정을 보며 오히려 나디아는 리더십과 관리의 본질을 깨닫게 됩니다.
원래 무리에서는 기존 방법을 답습하기만 하고 규칙과 절차에 어긋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아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혁신적인 조직의 낙관적 리더가 있는 조직에서는 동기부여는 잘 했지만 대규모의 일상적인 일에 관한 효율 면에선 취약했던 거죠.
"때로는 즐거움과 창의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vs "아직은 어떤 평가도 하지 말아 주세요. 먼저 생각들을 모아 봅시다."처럼 우화에서는 이런 대사로 각 스타일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우화만 읽어도 존 코터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정도로 탄탄한 구성의 스토리였어요. 후반부에 나오는 부가 설명 파트에서 더 명확하게 변화관리 이론을 정리해줍니다. 리더십과 관리의 차이를 명확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이더군요. 둘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리더십과 관리 중 하나만 가지고선 조직 운영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나디아의 원래 무리에서는 리더십의 부재, 레나의 무리에서는 관리의 부재가 있었던 겁니다.
우화에서 끝내지않고 리더십과 관리의 조화와 균형을 바탕으로 이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관리 8단계를 알려줍니다. 서로 다른 스타일과 가치관의 충돌 시 문제 해결 방법, 새로운 대안을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것인지 등 성공적인 운영 방식 지침을 마련해주네요.

미래를 위한 혁신과 일상의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하면서 리더십과 관리의 조화,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 이렇게만 말하면 사실 실제 적용할 때 모호해지고 막막한 기분입니다. 유영만 역자가 작성한 미어캣의 변화관리 노트가 이때 큰 역할을 해요. 우화 중간중간에 변화관리 노트를 소개하는데 이건 뭐, 숟가락을 입 앞까지 딱 대준 것처럼 무척 유용합니다.
위기라는 것이 왜 생기는지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될 것 같아요. 하던 대로 해봤자,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기에 위기 상황이 되는 거죠. 버릴 줄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어캣 우화로 잘 보여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