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쇼퍼홀릭 라이프를 청산하고 미니멀 라이프에 입문한 지 4년 차, 신미경 저자의 비움 실천기 <오늘도 비움>. 부드러운 감성이 글과 사진에서 묻어 나오는, 기분 좋은 설렘을 주는 에세이입니다.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산다는 것. 단순히 집만 깨끗해진 것이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고 거절할 때 기준점이 되면서 삶을 가볍고 우아하게 만드는 미니멀 라이프. 패션, 미용, 인테리어, 일상생활에서 비우고 또 비우고. 여백이 많은 삶이 우아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가장 먼저 실천한 게 데일리 백입니다. 지금 내 가방 속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지 살펴보세요. 무엇이든 챙겨 가지고 다니는 '도라에몽 주머니'가방은 아닌지. 무거운 가방 대신 클러치 백으로 대신하려면 어떤 것을 빼야 하는지, 그것들 없이도 다닐 만 하다는 것을 경험해보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용도별 가방 대신 만능 에코백의 위력도 대단합니다. 두터운 소재와 얇은 소재 두 가지 재질의 에코백이면 충분합니다. 얇은 에코백은 클러치 백에 쏙 넣어 급할 때 사용하기도 좋죠.

 

 

 

옷은 또 어떤가요. 신미경 저자가 알려주는 적은 가짓수로 옷 유지하는 방법 꽤 유용해 보였어요. 세탁소 옷걸이 대신 고급스러운 원목 옷걸이 50개를 샀다고 합니다. 옷걸이 숫자만큼만 옷을 걸기로 마음먹은 거죠. 옷과 옷 사이에 주먹이 들어갈 만큼 여유가 생겼고, 고급 부티크 옷 느낌은 보너스입니다. 구두 전문 글을 쓰는 패션 작가 이력이 있는 저자는 무려 100켤레가 넘는 구두도 정리했습니다.

 

여자 화장품은 또 얼마나 종류가 많은지요. 씻는데도 화장하는데도 가짓수가 수십 가지입니다. 이제는 최소한의 화장품으로 심플 메이크업을 하고, 그러다 보니 순비누 하나로만 세안해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대신 천연 재료를 사용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건 그다지 안 한다고 해요. 성격에 따라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일들이 있죠. 굳이 신경 쓸 일을 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문가 시대에 스스로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직접 해낼 필요는 없습니다. 피부 고민이 있으면 화장품 대신 피부과를 가면 되고, 트리트먼트나 헤어 마사지는 미용실에서 받으면 되니까요. 가까운 거리에 슈퍼마켓이나 마트가 있는 도시에 살면서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채워 놓을 이유도 없다고 합니다. 냉장고는 식재료들의 정거장일 뿐, 저장하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 깊네요.

 

11평 집, 1인 가구인 저자. 11평이면 물건이 꽉 찰만한데도 절대 그 평수로 안 보이고 시원하게 넓은 느낌이 나더라고요. 미니멀 라이프는 철저한 무소유 생활은 아닙니다. 좋은 품질의 실용적인 물건을 최소한으로 갖고 사는 생활방식입니다. 그리고 집 향기에 신경 씁니다. 기분 좋게 하는 거니까요. 비워내는 삶이 모든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사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장식물 같은 사진 액자보다 여백에서 느껴지는 여유를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각종 기념품도 거절할 줄 아는 용기를 내면서부터는 집에 기념품 수건 한 장 없다고 합니다. 단 하나라도 내 취향이 아닌 물건을 소유하고 싶지 않고, 그것을 실천하는 용기와 노력이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시킵니다.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집은 정말 꿈같은 일처럼 느껴집니다. 버리고 또 채우고 후회하는 과정의 반복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무언가 갖고 싶다는 욕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죠. 그래서 생활철학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자는 홀가분하게 죽기 위해 매년 생일에 유언장을 작성한다고 합니다. 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할 뒷정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말이 와 닿네요.

 

일단 해보면 적은 물건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비우는 것은 그만큼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 공허함이나 위로를 핑계삼아 채우지 말고 삶에 영감을 주는 것에 돈을 쓰는 생활. 저처럼 독서가들은 책만큼은 버릴 수 없다고 꿋꿋하게 버티는데 이 역시 책을 물건 자체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로서 소유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수월해질까요. 예전에 했던 취미생활이 남긴 물건들도 언젠가는 다시 관심 살아날 거라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5단 서랍장 전체를 채운 취미생활 물건들부터 처리해봐야겠어요.

 

비움을 실천하면서도 취향껏 일상을 즐기는 법을 들려주는 에세이 <오늘도 비움>. 홀가분한 마음과 넉넉해진 통장 잔고는 덤으로 따라온다니 이래도 안 하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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