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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와 상속의 모든 것 - 장례 전문가와 상속 전문 변호사가 들려주는
임준확.홍순기 지음 / 꿈결 / 2016년 12월
평점 :
죽음 이후를 위한 준비, 장례와 상속.
급작스레 닥치면 어찌어찌 되겠지 하는 마음이 솔직히 있었는데, 이 책 읽으면서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남은 자들이 고생하겠구나 싶더라고요. <장례와 상속의 모든 것>은 누구나 반드시 준비해야 할 장례와 상속 절차를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올바른 장례 문화 정착을 위해 장례 문화의 허와 실을 알리는 임준확 장례 전문가.
비양심적인 업자들과 장례의식에 무관심한 현대인의 잘못된 장례문화와 부조문화를 꼬집고 있습니다.
유족의 형편에 맞게 최대한의 예를 갖춘 합당한 장례를 강조하는데요.
마지막 가시는 길 신경 쓴답시고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측에서 제시하는 대로 넙죽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만족일 뿐. 경제적 측면에서 손해 보지 않고 제대로 된 격식과 품격을 지키는 장례를 위해 알아둬야 할 것들을 소개합니다.
충격적인 정보를 이 책에서 알게 되었는데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잘못된 장례 문화 중 하나로 삼베 수의와 화장용 수의를 꼽습니다.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수의는 삼베입니다. 그것도 중국산으로. 그런데 삼베는 일제강점기 때 민족 전통 말살을 위해 일본이 강요했던 것이라네요. 수의의 역할은 고인을 잘 보호하는 것입니다. 삼베는 고인보다 더 빨리 썩는 경향이 있는 재질이라고 합니다.
삼베는 상주가 입는 것이지 고인이 입는 게 아니라는 것. 우리 전통에는 고인이 가장 아끼는 옷, 귀한 옷을 수의로 삼았습니다. 비단, 명주 수의를 입었다고 합니다. 합성섬유 인견을 비단, 명주로 착각하면 안 되고, 비단이 부담스러울 땐 모시로 대체해도 된다는군요.
그리고 화장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매장용 수의와 화장용 수의를 구분한다는데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차피 태울 거라 합성섬유 수의를 쓰게 되면 타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고인 유골에 흡착된다고 합니다.
수의 외에도 일제의 흔적이 남은 장례문화를 소개합니다. 유족이 차는 완장이 그렇고요.
제단 꽃 장식 역시 상조회사가 일본 상조서비스를 벤치마킹할 때 유입된 것으로,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국화로 장식하는 부분을 꼬집습니다. 국화에 그런 의미가. 우리 꽃을 사용하거나 병풍을 사용하라고 하는군요.
상조 서비스에 가입하면 장례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데, 장례식장과 상조회사는 엄연히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저도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업무영역이 아예 다르더라고요.
이 책 읽으면서 장례 절차를 제대로 알게 되니 이거 참... 돈 없으면 마음 편히 죽지도 못하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조의금으로 장례 치른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결국 상주가 언젠가는 다 되돌려줘야 하는 빚이잖아요.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면 죽어서도 남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거니 아유...
남은 자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는 상속 분쟁도 있습니다.
집집마다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사례가 있으니 이 책에서 일일이 언급할 수 없지만, 홍순기 상속 전문 변호사는 대표적인 분쟁 사례 몇 가지를 통해 상속의 기본 정보를 알려줍니다.
장례를 치르고 나면 가장 먼저 상속재산을 조회해야 합니다. 7일에서 20일 이내 걸리니 미적거리다가는 여러 법적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겠더라고요. 특히 채무가 많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
상속인으로서 처리해야 할 문제 외에도 피상속인으로서 유언장 작성하는 법도 알아둬야 합니다. 상속할 재산도 별로 없고 평생 대출금, 할부금 갚는 인생인... 말뿐인 중산층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남일 같다는 게 착잡하긴 합니다만은.
어쨌든 살면서 반드시 경험하는 장례와 상속. 그런데도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도 힘든데 미래를 준비한다는 개념이 허무해지는 시대이기에 그럴까요. 하지만 언젠가는 겪게 되는 이 일들은 생각 외로 복잡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제법 많다는 것. 그리고 미리 준비하는 자만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 예를 제대로 갖출 수 있고, 상속 문제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