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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약론 -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도서 선정 ㅣ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 5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성은 옮김 / 생각정거장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이 자주 회자되는 요즘. 시국이 이런 상황인 만큼 국민주권 사상을 이야기한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루소는 이 책에서 주권에 대해 명확히 정의합니다. "일반의지가 무엇인지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권력"이라고 말이죠.
18세기 사상가 장 자크 루소.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한 최초의 지식인입니다. <사회계약론>은 1762년 발표한 대표작으로 프랑스 시민혁명에 큰 영향을 끼쳐 단순히 세상을 해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식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타락한 사회의 현실을 비판만 한 것이 아니라 대안을 내놓은 셈입니다.
생각보다 짧은 분량이어서 놀랐는데, 원래는 <정치 제도>라는 방대한 저작을 계획한 루소가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일부만 내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사회계약론>은 <사회계약론> 원전을 토대로 김성은 저자가 해석을 붙여 수월하게 읽어내게끔 구성한 책입니다.
왜 사회계약론을 읽어야 하는가. 루소의 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유 국가의 시민으로 태어나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권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치에 대해 알아야 할 의무를 당연히 지닌다고 말이죠. 내 의견이 국가의 공적인 일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아무리 미약하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사회계약이란 무엇인가. 사회를 만들고, 타인과의 관계라는 쇠사슬에 묶인 채 살기로 계약 맺는 것이 사회계약이라고 합니다.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것은 개인에게 손해 같지만 실로 유리한 교환이라고 해요. 사회계약은 계약자들의 생명 보존을 목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사회를 만들기로 한 최초의 계약 기원은 알 수 없긴 하지만, 어쨌든 사회는 계약에 의해 성립됨을 바탕으로 전개합니다. 그렇다면 계약은 파기할 수도 있다는 것. 바로 프랑스혁명처럼 말이죠. 계약 파기가 실현된 역사적 사건입니다.
<사회계약론>에는 일반의지라 부르는 중요한 개념이 나오는데, 이는 오로지 공동체를 위한 의지를 말합니다. 공동의 이익, 사회를 위한 의지를 뜻하는 일반의지는 사회 통합과 발전을 위한 정신적 힘이 되는 한편 소수 억압의 굴레가 되기도 하는 약점도 있습니다.
일반의지를 글로 적어 놓은 것이 바로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자가 중요합니다. 일반의지를 잘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하고, 선출한 후에도 끊임없이 입법 행위의 감시와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공동의 이익인 일반의지를 위한 입법은 곧 국민에게 적합한 최선의 법을 뜻합니다.
정부는 왜 존재할까. 정부는 하나의 단체가 아니라 오로지 국가라는 정치체를 잘 운영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정부 목적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개별의지는 일반의지에 끊임없이 대항하고,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권에 대항하기에 정치적 악습이 생긴다고 합니다. 단체의지와 개별의지를 일반의지로 혼동하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읽을수록 최악의 상태로 갈 때까지 간 우리 현실에 필요한 조언을 담은 유용한 책이라 생각되네요.
재미있는 부분은 주권이 실질적인 권리가 되려면, 현대적 의미와는 조금 차이 있긴 하지만 '모여야 한다'고 루소가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한편 최대다수의 의견, 의지에 무조건 따르려는 대중주의, 포퓰리즘의 위험도 경고합니다.
개별의지에 불과한 것을 일반의지로 포장하는 현실, 주권이란 먼 나라 이야기로 전락한 현실. <사회계약론>은 우리가 맺은 계약의 의미를 짚어주며, 그 계약에서 벗어난 정당하지 않은 권력에는 복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공정선거로 다수의 선택을 받아 정당한 권력을 획득하고, 그 권력을 국민을 위해 쓸 때에만 정당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그리고 권력 획득과 활용 중 하나라도 정당하지 못하면 국민은 계약을 파기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필수 고전이어서 괜히 더 읽기 싫었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회계약론>도 이런 시국 덕분에(?) 술술 읽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