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그라폴리오 박정은 작가의 에세이 <공간의 온도>. 

담백한 글과 따스한 일러스트 조합이 참 좋네요. 힐링 에세이로 제격. <공간의 온도>는 늘 보던 익숙한 장소지만 새롭고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똑같은 공간도 어떤 이동 수단과 어쩐 생각으로 접하느냐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그 공간들은 나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을 뿐.



나를 가장 잘 드러내어 보여주는 공간인 방. 

소중하지만 잊혔던 기억들이 많이 숨어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성격이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상 위,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쌓아두는 공간이 있을 수도 있고요. 겨울 식량을 비축해둔 다람쥐의 마음처럼 책이 빼곡히 들어차는 책장, 빛을 머금는 찰나의 방 분위기 등 내가 머무는 사적인 공간에 깃든 기억들을 불러내봅니다.



가볍게 걷는 동안 마주치는 공간들도 있습니다. 

시계방을 보며 시간을 잡고 싶은 이유를 사색하기도 하고, 어수선했던 마음마저 정리가 되는 느낌이라는 미용실 이야기처럼 동네 산책 중 특별한 기억들이 쌓여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 했던 것들이 많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긴 여행 중 축축하게 말려진 옷 대신 세탁소에 맡겼다 받았을 때 뽀송뽀송한 옷을 보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고마움은 그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나서야 깨닫게 됨을 알게 됩니다.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 특별히 애정하는 장소도 있습니다. 

예술 하는 사람들에게 아지트 같은 곳, 오래된 동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동네 산책길. 한편으론 재개발로 옛것이 쉽게 사라지는 도시에 대한 아쉬움이 없을 수가 없죠. 공간에 담긴 내 추억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일상의 공간은 아니지만 시간과 마음을 내어 찾았을 때 뜻밖에 큰 힘을 나눠 받게 되는 공간도 있습니다. 

고요하게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길상사, 힘든 일 있을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명동성당, 답답한 숨통을 틔워주는 창경궁 등...

자주 갔어도 처음 발견하는 게 많습니다. 보고 싶은 곳만 골라 보기에 그렇습니다. 스스로 보려고 마음먹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가득합니다.



제주 올레길, 부산 감천동 에피소드처럼 공간이 주는 위로를 받는 또 다른 장소로 여행의 공간도 있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나 안식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에서는 특히 낯선 곳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일상 속에 빠져 살 때는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공간의 온도>에서 박정은 저자가 풀어낸 이야기 중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학교와 관련한 것이었어요. 입시를 위한 그림 그리는 로봇이 된 것 같아 1년 다니고 포기했다는 예술고. 손에 꽉 쥐었던 것을 놓아야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경험했던 겁니다. 그 선택에 책임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행복을 삶으로 가져오는 능동적인 방법을 보여준 그림에세이 <공간의 온도>. 

내 기억이 깃든 공간은 나에게 추억이란 이름으로 되돌려줍니다. 기억을 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사소하지만 절대 하찮지 않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