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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 전2권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올해 75세로 인생의 말년에 접어든 리처드 도킨스의 회고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생물학 분야에 낯선 대중에겐 그의 이름은 몰라도 한 번쯤 들어봄직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입니다. 건강이 썩 좋지 않은 그에게 이번 자서전은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깊어 보이고, 대중과학도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자서전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에서는 유년 시절 이야기와 생물학에 입문하는 과정, 학부 시절 연구한 것들 그리고 그의 첫 책이자 스테디셀러가 된 <이기적 유전자>의 탄생까지 다룹니다. 자서전 2권에서는 본격적인 그의 학문적 업적 이야기가 나오고요.
회의주의자에 무신론의 아이콘인 리처드 도킨스 명성 때문인지 좀 완고해 보이고 꼬장꼬장한 성격일 것 같았는데 자서전 1권 읽으면서 생각지 못했던 다른 면을 많이 봤습니다. 은근 유머감각 있고 재미있는 분이더라고요.
어린 시절 아프리카에서 보낸 이야기, 옥스퍼드 진학할 때 전공을 생화학에서 동물학으로 바꾼 일, 학부시절 튜터 제도의 장점을 톡톡히 받아 지금의 그가 되기까지 유년시절부터 70세 생일 만찬때까지를 회고해봅니다.
인생에 영향을 준 중요한 조언자들과 동료들을 만나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면서 인생 전반부의 마침표를 찍을 책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하기까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가득한 1권. 그리고 2권에서는 그의 대표 책들이 탄생한 과정과 과학계 거장, 신학자들과의 논쟁, 대화가 담겨있습니다.
특히 12장 '과학자의 베틀에서 실을 풀며'에서는 주제가 어떻게 연속적으로 발전되었는지 그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볼 수 있어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더 많은 이야기를 원했던 독자라면 만족할 만한 장입니다.
그와 학문적으로 논쟁이 잦았던 스티븐 제이 굴드와의 일화는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색인을 통해 농담했던 부분은 정말 놀라웠어요. 그래도 리처드 도킨스는 스티븐 제이 굴드에게 전화로 스티브라 부르며 개인적인 조언을 들을 정도로 인간적인 면에서는 존중한 사이였다는 걸 짐작하게 됩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그와 다시는 논쟁할 수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속내를 비추기도 하고요.
철학적 논증이 탁월한 <확장된 표현형>, 진화의 증거를 체계적으로 펼친 <지상 최대의 쇼>, 어린 독자들을 겨냥하고 쓴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등 35세에 쓴 첫 책 <이기적 유전자> 이후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힘썼던 리처드 도킨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은 그의 개인적인 면모를 보고 싶은 독자 혹은 그의 학문적 업적의 배경을 보고 싶은 독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구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열정 가득했던 그의 삶은 이제 인생 말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자서전이 나오니 독자 입장에서는 벌써 마음이 심란합니다. 이 책이 그의 마지막 책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