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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마인드 - 내 마음속 미친 원숭이
대니얼 스미스 지음, 신승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오프라 윈프리가 꼽은 '마흔이 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에 선정되었던 <몽키 마인드 Monkey Mind>.
원숭이처럼 날뛰는 불안의 상태를 몽키 마인드라고 한다네요. 내 마음속 미친 원숭이라는 부제에 이끌려 관심 가진 책인데요, 대니얼 스미스 저자의 재치만점 글에 반했어요. 불안장애를 다룬 책이라 무거울 줄만 알았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조언을 철저히 잘 따른 대니얼 스미스 저자. 첫 에피소드부터 적나라한 장면을. 아니, 불안장애 있다는 사람이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용기를 냈다니, 솔직히 읽어갈수록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더라고요. 도대체 그는 어떻게 '불안'이 시작되었을까. 그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몇 가지 에피소드로 들려줍니다. 거기에 가장 일조를 한 것이 어이없게 동정을 잃게 된 사건이었어요.
심리치료실을 가는 중에 머릿속에서 한 생각은 그야말로 무한 인과관계의 연속.
사람이 생각만으로 자멸할 수도 있는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나는 불안해로 시작해 죽을 거야로 끝나는 사고의 흐름. 그것도 단 여덟 문장만에 말이지요.
그가 겪는 불안은 '고드름 같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불안을 심하게 겪지 않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의 경험이 완벽히 공감되지 않을 수 있지만, 불안을 촉발시키는 원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흔한 것들이었어요.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며 불안발작을 일으키게 되고, 무엇보다 일상적인 환경에서조차 일어나는 불안과 공황. 이 책을 집필하던 순간에도 말이죠.
불안이 덮치는 과정을 보면 먼저 생각이 무리지어 몰려들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당혹감이 들면서 자기혐오하며 불안발작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생각이 무리지어 몰려드는 것을 멈출 수가 없는 겁니다.
그가 알려준 개인적인 불안 측정 기준을 보면, 0은 긴장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이고 10은 뭉크의 작품 절규의 남자 상태와도 같다고 해요. 여기서 공황발작은 10이라는 수치를 훨씬 더 넘어서며 정점을 찍는다고 하니...
왜 이렇게 심각한 불안을 겪는 것인지 어린 시절의 경험, 가족 관계 등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대니얼 스미스 집안은 불안 덩어리 그 자체였어요. 어머니는 불안장애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치료사이면서도 불안증이고 (물론 거의 극복한 사례라고는 하지만), 변호사 아버지는 공황발작을 겪었었고, 형은 심각한 건강염려증을 가진 신체적 불안증을 가졌으니. 아이고~ 이런 환경에서 그는 불안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불안한 청년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도서관 책에 빠진 시기도 있었습니다.
필립 로스의 <유령 작가> 책은 자신을 등장인물과 동일시할 불안해하는 사람은 현실을 너무 많이 인식하고, 인정사정 없이 잔인한 죄책감에 빠져든다 합니다. 책을 읽고,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유전과 환경의 질병이란 것을 인식하며 완치 불가능함도 인지합니다. 오히려 이런 결론을 알게 되니 안심되고 안도감이 들었다고 해요. 불안장애는 완치 불가능하더라도 다스릴 수는 있는 법. 심각한 불안 발작까지 가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게 됩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보면 폭소가 터졌다는 말이 나와 적당히 유머가 있겠거니 싶었는데, 진지함과 자학 유머를 강약 조절해 독자를 들썩이게 하는 재치가 대단하더라고요. 특히 겨땀 에피소드는 정말 헉 소리 나오는 수준이었어요. 상관 앞에서 겨드랑이 땀에 흠뻑 젖은 휴지뭉치가 굴러내려 철퍼덕~! 결국 겨땀 해결에 일조한 것은 무엇일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ㅋㅋ 최첨단 흡수성을 자랑하는 물건입니다. 그나저나 겨땀 패드가 따로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요. 그에게는 턱도 없었긴 했지만요.
보통 불안에 시달린다 하면 주변에서는 스트레스 제어하며 긴장 풀라고 조언하죠. 그런데 그 정도 수준으로는 어림없는 불안장애를 보며 많이 안타까웠어요. 정말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의 경험과 노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그에게 박수가 절로 나오기도 하고요.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평생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인간승리인 것 같아요.
"자신의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을 너무 경계하다 보니 인간의 존재에 필수적인 선택과 (중략) 시간 낭비인 선택을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