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비가 오면
현현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을 기억하고 그리움을 간직한 이라면 공감할만한 책 <파리에 비가 오면>.
네이버 그라폴리오 스토리픽 Top3에 등극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작품이 책으로 나왔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나며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그림과 글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파리와 비라는 주제가 센티멘털한 감정과 잘 들어맞는 느낌이에요. <파리에 비가 오면>은 비와 관련한 기억 한 조각들이 모여있습니다. 이 비가 그치면 따스한 봄이 올 것 같은 봄비처럼 비와 함께 사랑이 시작됩니다.

 

현재진행형 사랑이 아닌 기억 속의 사랑.
얼굴은 가물거려도 지워지지 않는 그녀의 향기처럼 그의 그림에는 사랑의 잔향이 은은하게 남아있습니다.

 

 

 

물을 머금은 붓자국이 비라는 소재와 무척 어울려요.
"그대도 아직 비를 좋아하나요? 비는 내가 유일하게 그대를 만나고 맞이하는 방법이에요."처럼 비는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도구입니다.

 

이 책에는 압도적으로 등장하는 비 그림 외에도 그녀의 머리에 앉았던 나비와 아파트 고양이의 기억 때문인지 나비와 고양이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그렇게 절절했던 옛사랑의 기억은 억지로 머릿속을 헤집지 않으면 떠오르지도 않을 정도네요. 사랑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워져요. 어느샌가 그리움이라는 아련한 감정도 사라지더라고요.

 

글을 전문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어서 문학적으로 따지진 않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만, 개인 취향 정도에서 언급해보자면 ~하네로 끝나는 시는 안 좋아해요. 그래서 그림은 무척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글은 호불호가 있었어요. 어떤 작품은 그림과 글 조화가 캬~ 소리 나올 정도로 공감하기도, 어떤 작품은 그림만 좋아하기로 ^^

 

 

 

이별 후엔 추억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참 많이 존재하는 것 같죠. 가만히 있어도 눈물 떨어지는 그런 감성을 가진 시기가 살면서 한 번쯤은 있는 것 같습니다. 지독한 그리움이 가득한 현현 작가의 작품. 그 스스로도 '홀로 그날에 갇혀 버린 건 아닌지'하고 말합니다.

 

내가 가진 기억의 깊이와 진하기에 따라 현현 작가의 작품을 대하는 공감도가 달라질 겁니다. 이제는 그런 그리움 한 조각 찾기도 힘들 만큼의 세월이 지나면 오히려 서글픔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나에게도 과연 그런 감정이 있던 때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언젠가부터 삭막하게 살고 있었다니. 이렇게 절절한 심정일 때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고는 하지만 잊어도 너무 잘 잊었단 말이죠. 한때는 충만했던 감정의 기억을 끄집어낸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