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밀리언셀러 클럽 147
야쿠마루 가쿠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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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신간 범죄소설 <악당>.
중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을 다룬 <천사의 나이프> 이후 이번 <악당>에서도 범죄자의 죗값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열일곱에 죽은 누나. 세월이 흘러도 '나'의 가슴속에는 누나를 죽인 가해자들을 증오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경찰이 되어 범죄자를 체포할 때에도 문득 그 증오가 치솟아 결국 과잉 반응을 일으켜 면직되어버리고, 현재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의 근황을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하는데 그들은 그 남자를 용서해야 하는지, 용서하지 말아야 하는지. 용서해야 한다면 그 근거를 찾아봐 달라고 합니다. '나'는 누나의 죽음으로 인해 범죄자들에 대한 증오가 깊은 상황에서, 과연 그런 걸 찾아낼 수 있을 리 없다는 편견뿐이죠.

대체 무엇으로 죄를 용서할 수 있는지 판단의 기준을 잡기 힘든 '나'. 결국 의뢰인 부부에게 나라면 용서 못한다는 결론을 내린 채 조사를 마치지만, 이후 의뢰인 부부가 그 남자를 찌르게 되면서 '나'는 갈등에 빠집니다.

 


"범죄를 향한 증오. 사람을 망가뜨리고서 태연한 얼굴로 살아가는 인간을 향한 증오.
증오는 이윽고 격렬한 불꽃이 되어 모든 것을 태워 버린다." - 책 속에서

 

 

법적으로는 죗값을 치르고 나왔을지라도 용서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다룬 <악당>.
가해자가 사회에 나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될 경우 피해자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보게 합니다. 범죄 피해자가 가장 괴로운 순간은 가해자가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알았을 때일까요...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정작 담장 안 보호를 받지만, 가해자의 가족은 증오, 규탄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합니다. 한편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은 쑥덕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세상을 맞이해야 합니다.

탐정 일을 하면서 누나를 죽인 가해자들의 현재를 찾는 '나'.


<악당>에서 다룬 범죄는 미성년자들의 범죄여서 가해자는 죗값이 생각보다 가볍긴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용서하는 피해자도 분명 있습니다. '나'는 대체 어떤 마음을 품어야만 그런 경지가 될지 의아스럽기만 합니다. 용서하지 않고 끝없이 증오한다는 것, 정작 나를 죽이는 것과도 같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됩니다.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악당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아. 그래서 용서라는 성가시기 짝이 없는 걸 구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아. 악당은 자신이 빼앗은 만큼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도 잘 알아. 그래도 기어코 나쁜 짓을 저지르고 마는 인간, 그게 바로 악당이라는 거다." - 책 속에서

 

 

악당, 복수, 유품, 맹목, 통곡, 귀향, 임종 7편에 '나'의 누나 사건이 엮인 연작소설 <악당>.
편당 적당한 분량에 겹치지 않는 다양한 사건을 다뤄 술술 잘 읽히네요.
아이를 방치해 12개월 동생은 굶어 죽고, 형은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엄마는 징역 3년을 마친 후 새 출발해 임신한 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알게 된 살아남은 형의 마음은 어떨지. 범죄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국선 변호사로서의 신념이 정작 변호사의 딸이 피해자가 되면서 무너져버리기도 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그 가족의 입장이 적절히 다뤄져 있어요.
당신이라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혹은 당신이라면 죗값을 치르고 나왔으니 끝난 것 아닌가 하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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