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모노레일 - 제1.2회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 작품집
윤여경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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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2회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작 6편이 수록된 작품집, 러브 모노레일.

SF 소설 단골 소재인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이 모였습니다. 제1회 타임리프 공모전 최우수작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은 한국형 시간여행이라는 매력이 있었던 장편소설이었어요. 이번 <러브 모노레일> 책에는 제1회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 세 작품과 제2회 타임리프 공모전 최우수작 1편, 우수상 2편이 실려 있습니다. 모두 단편소설이어서 묶어 작품집이란 형태로 출간되었나 봐요.

 

 

 

제1회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 <러브 모노레일>

 

책 제목으로도 쓰인 <러브 모노레일>은 과거, 현재, 미래의 연인이 한꺼번에 나타난다면?이라는 재밌는 설정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 남자친구 Z와 러브 모노레일을 탔는데, 그곳에 그녀가 사귄 남자들 열 명과 미래의 남자친구 두 명이 나타납니다. 과거의 연인들은 그녀가 사랑하던 때의 그대로 모습으로 나타나죠. 모노레일 안에서 엇갈린 사랑을 이으면 나가는 순간 그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데, 그녀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하게 하네요. 미래에서 온 남자 두 명이 아무래도 심상찮습니다. 한 명은 모자를 깊이 눌러써 누구인지 눈치 못 채는데,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독자도 아~! 하게 된답니다.

이런 소재는 한 번쯤 꿈꿀 법한 로망이지 않나요 ^^

인생의 동반자를 신중하게 선택해도 선택의 후회는 있기 마련이죠. 이번 책에서 가장 상큼한 느낌의 단편소설이었어요.

 
 


제1회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 <그날의 꿈>

 

결혼하기로 한 여자를 사고로 잃은 후 자책감에 악몽을 꾸는 남자.

그런데 꿈이 점점 현실과 연결된다면? 꿈속에서 상처를 입으면 꿈에서 깨어나도 그날은 상처가 그대로 있고, 다음 날 다른 꿈을 꾸면 또 다른 현실이 나타나는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그렇다면 과거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제 꿈은 악몽이 아닌 여자친구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의 꿈이 된 셈이죠. 그런데 이게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어요. 어떤 날은 깨어나니 교도소에 있질 않나, 정신병원에 갇혀 있질 않나... 여자친구를 사고에서 구할 방법이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결국엔 성공해 꿈에서 깨어나자 여자친구와 결혼을 한 현실이 되어 있는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스릴러풍이 스멀스멀 나면서 마지막엔 소름 돋게 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그날의 꿈>.  

 

 


제1회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 <세이브>

 

첫 시작이 아주 맘에 들었어요.

영화를 보는 듯한 긴박감. 개판을 쳐도 원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물건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 버튼만 누르면 마지막 저장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니 점점 대범하게 행동하는 남자. 이런 물건이 있다면 정말 행복할까요.

 

 


제2회 타임리프 공모전 최우수작 <어느 시대의 초상>

 

가장 우울한 시간여행을 보여줍니다.

천년이라는 한 세대의 간격을 두고 시간 이주를 할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이 독특했어요. 하지만 시간여행 시대에도 빈부격차로 인해 생기는 갈등은 여전합니다. 가난한 자들은 시간 난민이 되어 가족과 생이별해 다른 세대에서 빚을 갚는 노동을 하게 되죠. 오히려 이런 이야기가 극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제2회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스릴러풍의 시간여행 이야기입니다.

세 번의 시간여행 기회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 가정폭력이란 소재와 시간여행을 버무려 반전의 반전을 낳는 구성이 멋졌어요.

 


 
제2회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 <별일 없이 산다>

 

후회하면 세상이 되감기는 남자의 이야기. 이렇게 해 볼 걸 하며 후회하는 순간 다시 그 시점으로 되돌아간다면 어쩌면 신나기도 할 법하지만 과연?

 

 

인생은 선택의 삶이죠. 시간여행이란 것은 내 선택을 후회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이번엔 잘 해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인간. 타임리프를 통해 선택을 바꾸는 것이 반드시 원하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런 소설을 읽으며 깨닫게 되네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 작품집을 접하면서, 독특한 장르문학 공모전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타임리프, ZA (좀비), 신체 강탈자, 종말 등을 소재한 한 각각의 공모전 모두 흥미진진해 보이네요.

장르문학 대가들의 치밀한 구성의 장편 서사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이런 공모전 수상작품을 통해 한국형 SF 소설의 방향을 볼 수 있는 데다가 이 단편작들이 결코 재미가 덜하지도 않더라고요.
짧아서 아쉬운 점은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소재는 참 기발하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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