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삶이란 뭘까 -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친정엄마와 안부 전화 할 때 하는 마지막 인사말인데요.

이 말을 주고받을 때마다 행복하게 지낸다는 의미를 곱씹곤 합니다. 나답게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걸 테죠.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신간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제목을 보면서 행복의 의미와 '나답게' 사는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에세이같은 제목이지만 소설입니다.

세 자매 이야기라길래 일본 특유의 가족애가 담긴 일상 소재, 약간은 뻔한 교훈(?)이 담긴 내용이면 좀 실망할 터라는 걱정이 있었는데요. 간간이 심장 쫄깃하게 하는 묘사에서는 스릴러 분위기를 느끼기도 했고, 상식과 모순을 오가는 세 자매의 인간다운 면이 오히려 공감되면서 저는 만족스럽게 읽은 소설입니다.

결혼 7년 차,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사는 첫째 아사코. 결혼은 결코 싫지만 연애만큼은 화끈하게 하는 둘째 하루코. 원나잇 생활을 하면서도 결혼만큼은 고리타분할 정도로 현모양처를 꿈꾸는 막내 이쿠코. 저마다의 방식으로 연애, 사랑, 결혼을 한 세 자매 이야기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셋 중 누군가에게는 감정이입 하면서 읽어내려갈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결혼을 해서 특히 첫째 아사코의 심리에 주목하게 되던데, 아사코 심리묘사만큼은 어찌나 심장어택하는지. 폭력이란 것도 마구잡이 폭력이 아닌 공포를 자아내는 폭력이기에 읽는 내내 가슴이 갑갑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사코에게 집중해 읽다 보니 중반까지 아주 제대로 기 소모되는 느낌이랄까요.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고 난 다음이 가장 평온하다. 그렇지 않은 때에는, 언제 그것이 시작될지 겁에 질려 있어야 한다." - 아사코

폭력이란 행동 뒤에 감춰진 아사코 남편의 심리 묘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다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진 않지만. 그러다 보니 하루코와 히루코의 가치관이 오히려 더 밝아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인생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거야." - 하루코

사랑이 전부인 첫째 아사코와 달리 연애와 결혼관이 분열된 둘째 하루코는 커리어우먼 여성상을 보여주며 헤어질 때마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올바로 통제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연애 같은 건 안 믿는 셋째 이쿠코는 그러면서도 행복한 가정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혼자사는 엄마와 폭력 남편을 둔 언니에게 매일 아침 생존 안부 전화를 하며 가족애를 과시하기도 하고요.

"내일은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느긋한 셋째 딸' 행세를 해야 한다." - 이쿠코

연애와 사랑, 결혼에 대한 세 자매의 가치관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들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갑갑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무엇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심리 묘사가 잘 그려진 소설이에요. 자존감 없는 아사코에게서는 쓸모있는 인간이 되려는 절절함이 엿보여 더 안타까웠어요.

상실감, 불행... 이 모든 것에서 어떻게 헤쳐나올지, 결국 나답게 사는 삶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할지 결말을 궁금해하면서 읽어내려갔네요. 서로에게 든든한 백이 되어주는 자매의 끈이 부럽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