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146
척 드리스켈 지음, 이효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아드레날린 솟구치게 한 황금가지 밀리언셀러클럽 신간 <그레타의 일기>. 첩보영화를 보는듯한 긴박한 장면, 안네의 일기를 연상시키는 제3제국의 비밀 등 재미있을 만한 요소가 가득합니다. 척 드리스켈 저자는 <그레타의 일기>를 포함해 전 4권의 게이지 하트라인 시리즈를 썼다고 해요. 영화 제작될 거란 소식도 있는데 본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미 특수부대 출신으로 꽤 아픈 과거를 간직한 주인공 이름이 게이지 하트라인입니다. 순수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지만 실전에 투입되면 냉정함이 온몸에서 뿜어나오는 남자! 비행기에서 소동 벌인 한 남자를 제압하는 첫 씬에서부터 벌써 매력 발산 하더라고요. 미 특수부대에서 임무 중 아이들의 죽음을 겪으며 신분세탁 후 민간인으로 사는 게이지 하트라인. 과거의 죄책감으로 삶에 대한 욕구도 크게 없고, 지독한 두통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현재는 독일에 거주하면서 프랑스 정보부의 자잘한 임무를 받아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도청기 설치 임무 중 발견한 6권의 일기장. 한 유대인 일가가 그 건물이 있던 자리에서 1938년에 잡혀갔던 사실을 떠올리며, 일기장의 주인인 그레타의 삶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그레타는 알도라는 남자의 하인으로 일했었는데, 알도에게는 이미 배우자 혹은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에바라는 여자가 있었지만, 그레타와도 깊은 관계를 맺습니다. 알도의 아이를 임신한 그레타. 그런데 일기장 내용 곳곳에서 알도에 대한 두려움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녀는 알도라는 남자를 두려워했을까. 그레타는 유대인이지만 신분세탁으로 독일인 행세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녀가 모시고 있는 알도는 유대인 혐오증이 엄청나다는 것을 그녀의 일기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알도가 그레타를 독일인으로 알고 있었다는 거죠. 그레타의 일기에는 당시 알도의 집에 드나드는 나치 고위급간부 이름도 등장하고... 

 

 

 

일기를 읽은 게이지 하트라인은 결국 어마어마한 비밀을 알게 됩니다.

알도라는 남자는 아돌프 히틀러라는 것. 반유대주의자가 사생아를, 그것도 절반은 유대인인 자식을 남겼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엄청난 후풍이 닥칠 테니까요. 그 건물의 옛 주인이었던 부부는 당시 홀로코스트로 사망했지만, 아이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으니 만약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70대 노인이 되어 있을 겁니다.

 

게이지 하트라인은 그레타의 아이를 찾아 일기장을 돌려주고 싶어 하지만...

빠바밤~ 만만찮은 걸림돌이 줄줄이 놓여있네요. 일기장의 가치를 놓고 다양한 인물들이 얽힙니다. 프랑스 마피아까지 개입하면서 무차별적인 살인은 기본 옵션이 되어버렸고요. 게이지 하트라인의 연인마저 살해되면서 소설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그레타의 일기>는 그저 일기장을 뺏고 뺏는 첩보물에 그치지 않고, 유대인 그레타와 20세기 가장 악명높은 반유대주의자 아돌프 히틀러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본성 중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악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기장 속의 알도와 게이지 하트라인을 쫓는 마피아 두목 니키가 묘하게 닮아있어 흥미롭기도 해요. 미치광이, 살아있는 사탄 같은 그들.

 

"알도가 나를 사랑하는 것 같아 두렵다. 더 두려운 것은 그가 나의 정체를 알아냈을 때 내게 가할 처벌이다." - 책 속에서.

 

 

 

<그레타의 일기>는 일기장의 비밀을 파헤치며 쫓고 쫓기는 사건과 게이지 하트라인의 복수로 크게 나눌 수 있어요. 비위 약하면 섣불리 도전했다가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광기 어린 마피아 두목 니키의 행동이나, 과감하게 냉정한 복수를 하는 게이지 하트라인의 모습이 영화 <쏘우> 스타일의 스릴러물처럼 장난 아니더라고요. 서너 장면 정도 특히 잔인한 편인데, 신기하게도 책을 덮고 나서는 깔끔해지는 뒷맛이 있었던 소설입니다. 결말이 부드러워서 그런 효과가 나는 듯.

주인공 게이지 하트라인도 멋지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피아 내 브레인 역할을 한 마르셀이란 남자에게서 진~한 매력을 느꼈네요. "그렇게 못합니다." 한 마디에 꺄~~ 소리 지를 정도 ㅋㅋ

 

음모론자에게서 나올법한 기상천외하지만, 왠지 있을법한 이야기를 다룬 <그레타의 일기>.

나치 대원들이 독일 전역의 유대인들을 약탈한 크리스탈나흐트 사건을 배경으로, 그저 역사 속의 사건으로만 접했던 히틀러와 제3제국을 일기라는 내밀한 소재로 접하니 그레타에게 더욱 동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일기장은 그저 썩어가는 책이 아니었다. 과거로 열리는 창이었고,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악에 대한 이제까지 없던 기록이었다." - 책 속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