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선택 - 최고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8가지 생각 도구
권오상 지음 / 카시오페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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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죠. 가끔은 그때 그런 선택을 안 했더라면... 가정해보기도 하고요. 못 먹어도 고! 식으로의 선택이든,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든 결국 결과의 책임은 어떻게든 돌아옵니다. 선택의 우선순위는 가치관과 인생관 등이 엮인 개인의 몫이기도 하지만, 그 선택만큼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고 덜 후회하는 삶이 되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겠죠.

 

한국의 말콤 글래드웰이라 불리는 권오상 저자의 신간 <이기는 선택>은 선택, 결정장애를 겪는 정보과다 시대에 최고의 선택을 끌어내 줄 8가지 생각 도구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관련 전문서적에서나 볼법한 낯선 수학 개념이 초반에 많이 등장해 당혹스럽긴 했지만... 역사, 경제, 심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연애, 결혼, 직업, 금융 등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사례를 재미있게 소개해 읽을 만 했어요. 어찌나 재밌는 입담을 가졌는지 이런 책 읽으며 키득키득을 남발할지는 몰랐습니다.

 

저자가 선택과 의사결정에 관심 갖게 된 이유 흥미로웠어요.

먼저 권오상 저자의 이력이 독특합니다. 예전에 <노벨상과 수리공>이라는 책을 읽으며 이 분을 알고 있었긴 했는데요.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엔지니어 생활도 했고, MBA를 거쳐 금융권 옵션 트레이더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며 현재 금융감독원 국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을 했음을 그의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저자의 선택 경험담이 풍부할 수밖에요.

취업할 때 집에서 출퇴근 하고 싶어 지도상 가장 가까운 위치의 연구소를 선택했다는데, 겪어보니 대중교통 편으로 다닐만한 곳이 아니어서 결국 차를 끌고 다니다 길에 버린 시간이 어마어마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머리로 미친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도저히 포기가 되지 않았다." 저자의 이 한 마디가 심금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수치화한 확률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인 것 같아요.

 

타당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선택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그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불확실한 미래의 상태를 예측해 선택하는 것이기에 합리적 선택, 참 어렵네요. 하지만 합리적 선택을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알고 있으면, 내가 처한 의사결정 상황이 이런 문제구나 인식할 수 있고, 그나마 후회 덜 하는 삶을 살아가지 않겠느냐는 게 이 책을 읽게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이기는 선택>을 위한 8가지 생각 도구로 기대값 극대화, 확률, 옵션, 게임이론, 시스템적 사고 등을 알려주는데 각각의 의미와 한계까지 짚어줍니다. 이런 방법이 유용할 때가 있고, 저런 방법이 유용할 때가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내 선택행위와 최종결과 사이의 관계가 절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점입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한 선택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선택이 더 종잡을 수 없기도 하고요.

 

 

 

확률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확률 문제를 직관적으로 바라보는지 깨닫기도 했어요. 거기에 주관적 확률에 터무니없이 지배당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지는 게 확률. 이성적 인간이라 자처하면서도 온전히 합리적이지 않은 인간의 딜레마를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례 한 가지 소개할게요.

패널티킥에서 오른쪽과 왼쪽보다 가운데로 공을 찼을 때 성공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키커들이 가운데로는 잘 안 찬다고 해요. 양쪽으로 골을 찼다가 막히면 골키퍼 선방이라는 변명이 통하지만, 가운데로 찼다 막히면 너무 바보처럼 보여 비난받기 십상이라 키커들은 '안전하게'(?) 왼쪽, 오른쪽으로 찬다고 하는군요.

 

역사적 사례 중에서는 탄금대에서 배수의 진을 치다 패배해 오명을 뒤집어쓴 신립 장군을 해명하기도 합니다.

수학적으로 따져보면 신립의 판단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었다는 것. 신립이 택하지 않은 선택이 과연 더 합당한 결정일까를 따져보면 되는 문제거든요. 신립의 부대와 일본군 사이의 병력 차라든지 당시 우세였던 기마병 활용, 훈련 안 되어있던 병사들 등 다양한 조건을 토대로 살펴보니 당장의 방어는 사람들이 말하는 다른 지역이 조금 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최종 목표인 수도 방어까지 생각하면 신립 장군의 탄금대 전투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더군요. 이처럼 한정된 자원으로 최적의 효과를 발휘해야 할 선택도 참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읽었던 책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많아 읽는 내내 신선했어요. 선택에 관한 이 책의 난이도가 낮지 않아 수학적 배경지식이 필요한 이야기에서는 멘붕이 되기도 해 적당히 넘기며 읽긴 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개론서 삼아 더 전문적인 의사결정 관련 서적으로 파고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참고 문헌에 소개한 책 가짓수도 어마어마하니 도움될거예요.

 

 

 

우리가 무언가 '선택'한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최선의 정보로 예측하는 일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잘 발굴하고, 미래상태를 잘 망라해 내려야 하는 선택.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일들도 벌어지는 게 이 세상이고, 무엇보다 내가 하는 선택에는 내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은 물론 내 자유의지가 포함되기에 합리적 선택이라는 정의를 내리기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일단은 선택의 작동원리를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선택으로 이뤄진 내 삶에 도움될 거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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