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 - 제1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당선작
최재원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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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SF 소설 불멸의 단골 소재인 것 같아요. 타임머신 영화 최고봉인 빽투터퓨처를 좋아한다면 시간여행 로망 가졌던 경우도 한 번쯤 있을 텐데요. 만약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나를 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말이죠.

제1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당선작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은 헤어진 첫사랑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13년 전 헤어졌던 첫사랑에게서 온 의문의 편지.

자신의 소식을 담은 편지에는 찾지 말라면서도 찾아줬으면 하는 간절함이 담긴, 의도를 알 수 없는 편지였습니다. 마침 이혼을 한 그에게 그 편지는 그녀의 행방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의 스위치를 올려버리네요. ​

 

 

 

그러다 어느 날, 과거로 보내줄 수 있다는 한 노파를 만나게 됩니다. 이 시대에 무슨 타임머신?

노파는 "믿기 싫으면 믿지 마. 누가 억지로 믿으래? 난 아쉬운 거 하나도 없어." 이러는데 오... 이런 말 들으면 밑져야 본전 식으로 달려들게 되죠.

 

그녀와 헤어지기 전으로 돌아가면 두 명의 '나'가 있어 도와주는 역할 정도뿐이지만, 헤어진 직후로 돌아가면 직접 그 시대의 '나'가 된다네요. 과거로 돌아가 첫사랑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현재의 삶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그는 결국 그녀와 헤어진 직후로 시간여행을 하게 됩니다.

 

되돌아간 과거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1일.

그 이상 머무르면 그 세계에서 존재가 사라지고 현재로 되돌아오지도 못한 채 시간의 축에서 미아가 될 거라고 합니다. 한 달 동안 그녀와 다시 만나 확실한 관계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니 쉬운 일은 아니죠. 정해진 인연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첫사랑의 로망과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은 자신이라는 믿음으로 돌진~!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 보니 이래저래 막막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이미 애인이 있는 상태더라고요.  시간여행에서 알게 되는 사실들을 보면 그가 기억하고 있는 그녀와 실제 그녀와 갭이 상당했어요. 하지만 그녀의 결혼이 불행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터라 그녀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그 결혼이라도 막자는 심정으로 달려듭니다.

 

 

 

그런데, 그 작전에 방해를 하는 사람이 있네요.

누군가가 또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첫사랑의 마음을 돌리기는커녕 그가 미래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합니다.

 

"나의 시간 여행은 점점 달달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불편한 다큐멘터리로 변하고 있었다." - p172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의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여주인공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오마주입니다. 목동이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 아가씨에게 별자리 이야기도 들려주며 청순한 사랑을 보여주죠. 이 소설에도 첫사랑에게 별자리를 들려주는 장면이 나오네요. 순수했던 사랑을 다시 한번 찾고 싶은 로망이 생기게 하는 게 첫사랑인 것 같아요.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은 스케일 자체가 크지는 않은 세상입니다.

거창한 타임머신도 없고, 과학기술적인 요소도 전혀 없으면서 이런 타임리프 소설이 나온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였어요. 개인적으로는 과학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 타임리프 쪽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래서 조금 밋밋한 감은 있긴 했네요. 하지만 심사평을 보면 한국적인 점집을 접목한 부분을 좋게 평했더라고요. 신선하긴 했어요 ^^

 

첫사랑과의 두근두근 심리 묘사는 최대한 절제된 상태로 약간은 무미건조한 문체이긴 한데, 감정선을 잘못 건드리면 웹소설보다도 못하게 될 것도 같아 차라리 다행일지도요. 제2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도 당선작이 나왔던데, 이렇게 한 가지 소재로 공모전을 열고 책이 나온다는 게 독자 입장에서는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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