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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놓아줄게 ㅣ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평점 :
클레어 맥킨토시 작가의 이력 때문에 기대 잔뜩 하고 읽은 심리 스릴러 소설 <너를 놓아줄게>.
영국 범죄수사과 형사 생활과 총경까지 지낸 경찰 출신 작가입니다. 의사 출신 작가 코난 도일, 변호사 출신 작가 존 그리샴처럼 이렇게 해당 분야 전문직 출신이 소설 쓰면 더 실감 나더라고요. <너를 놓아줄게>는 경관 재직 당시 옥스퍼드에서 실제 일어난 미해결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이라고 해요. 아무래도 형사 처지에서 느낀 세세한 감정이 소설 속에 배어있답니다.
다섯 살배기 아들과 집에 가던 중 뺑소니 사고가 일어나 싱글맘의 아들이 사망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너를 놓아줄게>. 경찰과 피해자, 범인 각각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구성입니다. 시점이 변할 때마다 시간은 몇 주 뒤, 몇 개월 뒤... 이런 식으로 흘러가네요.
제이콥의 죽음으로 한순간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제나는 엄마 자격이 없다는 식의 주변 분위기와 자책감 때문에 집을 떠나 은둔자 생활을 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것 외에는 달리 살 방법을 찾지 못해 도망치게 되죠. 그사이 뺑소니 사건은 별다른 성과 없이 공식수사는 중단되고요. 하지만 완전히 손을 떼지는 못하고 개인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긴 하네요.
도피처를 찾아 은둔 생활을 하던 제나는 아들을 잃은 엄마로서 깊은 상실감을 겪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약일까요. 슬픔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변화를 느낍니다. 어느 날 자기 이름을 모래사장에 크게 적은 순간, 그 이름이 자기 존재를 알아달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어요. 드디어 약간의 용기를 느낀 순간입니다. 버림받은 개를 돌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고,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슬픔의 모습이 변하는 치유 과정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네요.
"별 것 아닌 일이지만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그 작은 성과를 소중하게 간직한다. 그렇게 하면 내가 저지른 실수가 언젠가는 만회되기라도 하듯이." - p101
<너를 놓아줄게>는 1부와 2부로 크게 나뉘어 있거든요. 소설 중반에 해당하는 1부 마지막 장면이 정말 대박이었어요. 사고 1년이 지난 시점에 드디어 범인을 체포하는 장면인데요. '뭐야? 뭐지?? 도대체 체포당하는 사람이 누구지???' 순간 패닉 상태가 오던걸요 ;;; 교묘하게 혼란을 줍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누군가의 과거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긴장감이 진하게 감도는 스릴감을 안겨준 부분이에요. 마음속 대사를 보면 집착 쩌는 스토커에다가 이중인격자 같은 느낌이었어요.
사실 이 소설은 초반 줄거리조차 제대로 공개하기 힘드네요. 이해하고 나면 앞에서부터 다 틀려먹었다는 걸 알게 되는지라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ㅋㅋ 그만큼 앞뒤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이해할 때의 스릴감이 좋았던 책이었어요. 전체적으로는 스펙타클하지는 않고 약간 밋밋한 느낌도 있긴 했는데, 다 읽고 나서 생각하니 와우~ 구성은 죽여주는구나... 소리가 나오네요.
중간중간 형사의 아슬아슬하게 삐걱대는 부부생활과 제나의 결혼생활 이야기가 나오는데, 슬픔과 분노가 솟구치는 장면들이 많아서 30~40대 취향저격 소설이기도 합니다.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분위기와 살짝 닮았어요. 한마디로 영미권 심리 스릴러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기 좋은 흥미진진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