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너진 세상에서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평점 :
어둠의 세계 이야기 갱스터소설 커글린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작가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 등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인데요, 완전 매력 돋는 작가인 것 같아요. 금주령 시대 보스턴 갱 이야기를 다룬 커글린 3부작이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네요.
커글린 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커글린 3부작은 1부에 해당하는 <운명의 날>은 보스턴 경찰 파업을 다루면서 신념 대결의 역사소설 느낌이 났다면, 2부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는 커글린 가의 막내아들 조 커글린이 본격적으로 범죄 세계에 몸담으며 벌어지는 사건을, 3부 <무너진 세상에서>는 은퇴 이후 조직의 자문 역할을 하며 아들 토머스를 키우는 시점에서 자기에게 청부 살인이 걸렸다는 걸 알고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는 2014 에드거 상 수상작품이고요, 2017년 벤 애플렉 감독 주연의 영화 개봉 예정이라네요. 전형적인 갱스터영화가 나올만한 원작소설이라 기대됩니다. 1부, 2부, 3부로 나뉘어 있지만, 이전 스토리를 몰라도 읽는데 무리 없는 구성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와 <무너진 세상에서>는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 싶긴 하고요. 2부를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터라 그냥 넘기긴 정말 아까우니 두 권 모두 추천.
커글린 3부작 완결편에 해당하는 <무너진 세상에서>는 아내가 죽고 7년 후(2부가 아내의 죽음으로 끝났어요), 공식적으로는 합법적인 사업가로 변모했지만, 플로리다 전체 조폭계의 대부 격이 된 시점입니다. 현직 때보다 세력이 강해진 상태죠.
그런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조 커글린에게 청부 살인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생깁니다. 날짜까지 정확히 지정해서 말이죠. 지정된 날짜까지는 8일이 남은 상황입니다.
도대체 누가 그를 죽이려 드는지 감을 못 잡는 상황에서 조 커글린은 자기가 잘못되면 아홉 살 된 아들 토머스가 고아가 된다는 불안감에 청부 살인자가 누구인지, 누가 청부한 것인지 찾게 되죠. 그래서 3부 <무너진 세상에서는> 갱스터소설에 추리소설 분위기가 더해졌네요.
도덕을 법으로 규제한 금주령 시대에 술을 판매하며 서민의 스트레스를 날려준 갱들의 활약 때문에 당시 성공한 조직과 조직원은 아메리칸 드림 같은 존재였다고 해요. 하지만 개인의 이익과 조직 공동체 이익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기도 했죠.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파리 목숨만도 못했지만, 나름의 신념을 지키고 활동하던 갱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조 커글린의 매력은 정말 대단했어요. 독자를 제대로 푹 빠지게 만드는 매력 돋는 조 +.+
아일랜드 혈통으로 3부에서는 서른여섯의 나이인데요, 조 커글린을 상상하며 읽다가 <리브 바이 나이트> 영화 주연이 벤 애플렉이란 걸 알고는 음... 어울린다 싶긴 했어요. 영화를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다는데 조금 더 날카로운 인상이면 좋겠다 싶긴 했네요.
인생은 상실의 연속이라고 하듯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아끼는 이들을 떠나 보냈지만, 나름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머리를 쓸 줄 아는 인물이었어요. "그렇게 슬픔과 애정과 권력과 카리스마는 물론, 악행의 가능성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p167)처럼 조 커글린은 뭐든지 가능하게 하는 무한한 능력을 갖춘듯한 분위기를 품은 캐릭터입니다.
<무너진 세상에서>의 클라이맥스는 조 커글린의 청부 살인을 누가 지시했는지, 왜 날짜까지 지정한 청부 살인 계획이었는지 밝혀내는 부분이었어요. 오싹한 전율이 좌르르~
심장 쫄깃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데니스 루헤인 작가의 솜씨가 어김없이 발휘되네요. 데니스 루헤인 작가는 정말 갱 조직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들의 세계, 그들의 마음을 잘 다루고 있답니다. 커글린 3부작의 마지막 <무너진 세상에서>는 치열한 두뇌 싸움의 결정판이네요. 그리고 가장 애잔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책을 덮고 한참 지나도 그 분위기에 허우적대고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