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의 보물상자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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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담백하게, 그러면서도 눈물샘 자극하는 소설을 읽으려면 모리사와 아키오 저자의 책 추천해요.

영화로도 만들어진 <무지개 곶의 찻집>, <당신에게>, <쓰가루 백년 식당> 등의 원작소설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 이번 <미코의 보물상자>는 사실 제목이 그다지 확 끌리지는 않아서 큰 기대감 없이 슬쩍 넘겨보다가 순식간에 확 빠져들면서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네요.

 

서른 둘 싱글맘 미코의 파란만장한 삶.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조부모의 손에서 자라 싱글맘이 되기까지 미코의 인생을 따라가 보며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의 갈증을 함께 느껴볼 수 있어요.

SM의 여왕이자 간병인으로서의 현재의 삶에서 과거로 되돌아가 미코와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밝혀내는데, 이때 미코가 알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밝혀지기도 하고...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학대받은 기억을 가진 미코. 할아버지는 언제나 따스하게 보듬어주기만 합니다.

미코의 어린 시절은 할아버지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할아버지가 미코에서 선물한 보물상자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보물상자에 어울리지 않는 손거울의 비밀이죠. 이 손거울의 비밀은 책 마지막에 가서야 알게 되는데 완전 울컥하게 하네요.

 

보물상자는 할아버지가 작은 보물을 찾을 수 있는 눈의 소중함을 알려주면서 미코의 눈으로 찾은 소소한 보물을 보관하는 상자이기도 합니다. 누구의 눈에는 쓰레기이지만, 미코에게는 보물이 되기도 하죠.

 

 

 

"누구든 살다 보면 싫은 일도 많이 겪게 되잖아요. 하지만 눈을 훈련시켜두면 싫은 일이랑 비슷하게, 아니 그보다 조금 많게 행복을 발견할 수 있어요." - 책 속에서

 

이런 미코의 습관은 미코의 딸 치코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즐거운 일, 기쁜 일, 감사한 일, 좋아하는 것을 발견해 기억에 담아두는 습관이 생긴 딸 치코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파트도 참 좋았어요.

 

버림받고 학대받은 어린 시절 기억을 가진 미코는 불행한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비교하지 않으면 내 인생도 특별한 건 없고 보통 사람이 되는 느낌이라서요.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시선, 초등학교 시절 친구의 시선, 중학교 시절 보건교사의 시선, 대학생 시절 애인의 시선, 성매매업소에 다닐 때 업주의 시선 그리고 딸 치코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미코의 삶.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가슴 툭툭 건드리는 이야기가 일품이었어요. 간결한 문체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글이 이렇게 울림을 줄 수 있다니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의 필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매일 작은 보물을 찾기 위해 있다는 눈.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눈을 저도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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